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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낙동강 상류 보의 수문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여름 하류 창녕함안보(이후 함안보)의 수문을 열었고 초겨울로 접어드는 11월 초 상류 보의 수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함안보 때와 달리 너무 조금만 열었다. 열었다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찔금 개방'이다. 수문을 열어 칠곡보는 수위를 1미터 낮추었고, 구미보는 2미터, 상주보는 1미터 낮추었다가 그나마도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수위 올렸다.
 
▲ 낙동강 칠곡보 구미보 수문개방 현장에 가보니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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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이 정도 개방해서 도대체 뭘 확인하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11월 10일과 11일 현장에 나가 돌아보니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보를 개방했으면 개방에 따른 생태환경의 변화를 모니터링하기 위함일 것인데 이렇게 찔금 개방해서는 그 어떤 변화도 확인할 수 없다.
 
칠곡보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4대강 보가 만들어진 이래로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보가 칠곡보다. 이번에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그리고 칠곡보 상류에는 해평습지가 있다. 해평습지는 낙동강 하구를 제외하고 낙동강 최대의 철새도래지이다. 이 해평습지가 칠곡보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칠곡보의 개방은 해평습지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수가 있다.
 
칠곡보는 5미터 정도 내려야
 
그렇지 않아도 작년에 어이 2년 째 해평습지를 상징하는 겨울 철새인 흑두루미가 도래하지 않고 있어서 걱정인 차에 칠곡보의 수문개방 소식은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런데 실지로 이루어진 그 개방 폭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칠곡보는 관리수위가 해발 25.5미터이고, 해평취수장의 취수 제약수위가 19.1미터이다. 산술적으로 최소 5미터는 수위를 내려도 먹는 물을 취수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 지금은 농사철도 아니라 농업용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칠곡보 수위를 제대로 낮출 수 있는 적기다.
 
낙동강 해평습지. 칠곡보 1미터 수위를 내렸지만 해평습지의 유의미한 변화는 하나도 없다. 그대로 해평호수의 모습니다.
 낙동강 해평습지. 칠곡보 1미터 수위를 내렸지만 해평습지의 유의미한 변화는 하나도 없다. 그대로 해평호수의 모습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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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환경부의 결정은 무엇인가? 고작 1미터 찔끔 개방이라니. 이 정도 개방으로는 해평습지에 그 어떤 변화도 있을 수 없다. 환경부가 도대체 왜 이렇게 조심조심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4대강 모니터링단의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칠곡보 부근 약목면에 수막재배 농가가 있다. 지하관정이 76공인데 여기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해서 일단 개방 수위를 24.5미터로 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더 개방할 거다. 문제가 발생해 이슈화되면 개방하는 데 더 어려움이 따르니 사전에 조심해서 개방하는 것이니 그렇게 이해해 달라"
 
또 문제의 수막재배 농가다. 지난여름 함안보를 개방했다가 지금 다시 닫고 있는 것도 합천군 광암들의 수막재배 농가 때문인데 이곳도 수막재배 농가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수막재배는 엄청난 지하수를 써서 난방을 하는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는 농법이다. 4대강사업 때문에 생겨난 농법으로 지양해야 할 농법인데 이 수막재배가 4대강 재자연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환경부의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보인다.
 
구미보 2미터 정도 수위를 내렸지만, 강 가장자리 쪽만 조금 수위가 내려갔을 뿐 모래톱도 드러나지 않고 큰 변화가 없다.
 구미보 2미터 정도 수위를 내렸지만, 강 가장자리 쪽만 조금 수위가 내려갔을 뿐 모래톱도 드러나지 않고 큰 변화가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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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보 또한 마찬가지로 2미터 수위를 낮추는 것으로는 현장을 둘러봤지만 모래톱 하나 제대로 드러난 곳이 없을 정도로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볼 수 있는 상주보
 
가장 안타까운 곳이 상주보다. 상주보 또한 1미터 찔끔 개방했다. 그나마 그것도 최근에는 더 수위를 올려서 30센티 정도만 수위를 내리고 있다. 너무 아쉽다. 도대체 30센티라니. 상주보는 낙동강 8개 보 중에서 제일 상류에 위치한 보로서 상주보의 개방 정도에 따라 그 상류에 가장 드라마틱한 생태적 변화를 볼 수 있다.
 
낙동강 재자연화라고 했을 때 그 효과를 가장 극적으로 볼 수 있는 보가 상주보 상류구간이다. 그런데 고작 30센티라니. 도대체 환경부는 수문을 왜 여는 결정을 했는지 그 이유를 모를 일이다. 이렇게 조심해서야 어떻게 수문개방에 따른 생태환경의 변화를 모니터링할 수가 있느냐 말이다.
 
현재의 경천대. 녹조 빛깔을 강물만 가득한 모습이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
 현재의 경천대. 녹조 빛깔을 강물만 가득한 모습이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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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대의 4대강사업 이전의 모습. 모래톱이 훤히 드러난 아름다운 모습이다. 상주보의 개방에 따라 이런 모습으로 경천대가 바뀌어야 한다
 경천대의 4대강사업 이전의 모습. 모래톱이 훤히 드러난 아름다운 모습이다. 상주보의 개방에 따라 이런 모습으로 경천대가 바뀌어야 한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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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상주보를 46미티로 개방을 해보니 상주보 상류의 사벌매호취수장에서 취수장애가 발생했다. 그래서 수위를 더 올린 것이다. 지금 사벌매호취수장 증설 공사를 진행중에 있는데 그 공사가 내년 12월에 마무리된다. 그때가 되면 상황은 좀더 나아질 거다."
 
여전히 조심조심하고 있다. 이래서야 언제 제대로 개방을 해볼 수 있을까? 환경부는 지금이라도 다시 판단해야 한다. 이번 겨울 개방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수문 개방일 것인데 이렇게 성과 없는 개방은 정말 무의미하다. 그냥 여는 시늉만 할 셈인가?
 
그러니 환경부는 다시 결단할 필요가 있다. 낙동강 상류 보를 활짝 열자. 이번 겨울이 적기다. 겨울엔 농업용수도 쓰이지 않으니 농민들이 반대할 이유도 없다. 그러니 낙단보까지 포함해서 칠곡보, 구미보, 낙단보, 상주보의 수문을 대폭 열자. 그래서 정말 어떠한 생태환경적 변화가 생기는지를 살펴보자.
 
그렇게 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낙동강 8개 보의 존치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자. 2020년까지 낙동강 보의 존치여부를 판단한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그러니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환경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낙동강, #수문개방, #칠곡보, #구미보, #상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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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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