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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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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화두는 '청년'이다. 일정만 봐도 드러난다. 그는 최근 2030여성 생활체육인이나 대학생, 청년 소셜벤처기업인 등 청년 당사자를 직접 만나거나 웹툰·주식·가상자산 등 젊은 세대가 관심 많은 사안을 다루는 행사를 소화했다. 거의 하루에 1번꼴로 관련 일정도 계속 잡고 있다. 12~14일 부울경 방문길에도 지역마다 청년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런데 요 며칠 이재명 후보는 특히 '20대 남성(이대남)'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당 선거대책위 회의가 끝난 뒤 의원들에게 남초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 글을 공유했다. '2030남자들이 펨코에 모여서 홍(준표)을 지지한 이유'라는 제목에, "민주당 의원들은 각종 페미 관련 젊은 남자들을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하는 법안을 내는 등 자신들을 배척하는데 민주당을 지지할 이유가 있을까요?"라는 내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월 31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상암 농구장에서 2030 여성들과 '넷볼'(영국에서 농구를 모방해 만들어진 여성 전용 스포츠) 경기를 체험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월 31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상암 농구장에서 2030 여성들과 "넷볼"(영국에서 농구를 모방해 만들어진 여성 전용 스포츠) 경기를 체험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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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얘기 듣자'라지만

9일 이 후보는 배우자 김혜경씨 간병을 위해 불참했던 전국여성대회 관련해 페이스북에 메시지를 남기며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고 했다. 또 "차제에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 조정을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이대남'들의 '남자들이 차별받는다', '여가부를 폐지하라'는 주장을 끌어안는 모습이었다.

다음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는 "제가 거기에 동의해서 (공유)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고, 이에 상당히 동의하는 사람도 있으니 우리가 직면해야 된다는 차원에서 공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페미니즘과 관련해 "부분적으로 보면 문제를 일부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며 "제가 고민 끝에 여가부를 폐지하자. 평등가족부로 이름을 바꾸자는 얘기를 했는데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1월 10일 페이스북에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지지자가 한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공유했다. 해당 글은 민주당을 페미니즘과 부동산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1월 10일 페이스북에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지지자가 한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공유했다. 해당 글은 민주당을 페미니즘과 부동산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 이재명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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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이재명 후보는 페이스북에 '홍카단으로서 돌아보는 지난 몇 개월 간의 소회'라는 글을 공유하며 "함께 읽어보시지요"라고 썼다. '홍카단'은 '홍카콜라단' 줄임말로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지지자를 일컫는 표현이다. 해당글은 펨코 게시물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페미니즘과 부동산은 볼드모트(영화 <해리포터> 속 악역)가 돼 감히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는, 겁쟁이들과 볼드모트들만 그득그득한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누군가는 그의 행보에 공감했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았다. 당장 페이스북 글에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욕만 하는 젊은 남성이 쓴 글을 마치 공감한다는 듯 공유한 게 맞나? 너무 실망스럽다", "여성청년 표는 필요없는가. 온갖 혐오발언에 성희롱을 일삼는 커뮤니티글을 올린 걸 보면 실망"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페미타령하는 글은 큰 분란만 가져올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모두 이재명 후보가 '이대남'만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여성층이 주요 지지기반 중 하나였다. 2020년 총선 당시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를 봐도 20대 여성은 63.6%, 30대 64.3%, 40대 64.2%, 50대 47.5% 등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의 여성들이 민주당을 세게 밀어줬다. 2017년 대선 때도 문재인 후보는 '여심 경쟁'에서 다른 후보들을 넉넉한 차이로 따돌리곤 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도 여성 지지율은 42.0%로 압도적인 1위였다. 

하지만 4.7 재보선부터 이 기류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대선주자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여성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후보가 직접 펨코와 홍카단 글을 공유하고 여가부 폐지를 언급하자, 2030 여성들 의구심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11일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 지도자가 되겠다면서 화해 아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이 후보가 말하는 청년 속에 여성의 자리는 없는 것인지, 국민이 묻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청년표는 필요없는가"... "큰 분란만"... 역효과 우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년주택 '장안생활'을 방문해 바비큐를 하며 청년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1.11.6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년주택 "장안생활"을 방문해 바비큐를 하며 청년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1.11.6 [국회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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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머리가 복잡하다. 한 초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여성들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어쨌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남성에게 기회가 더 많으니까, 그동안 민주당은 20대 남성들에게 '너희가 아직 몰라서 그래'라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재명 후보는 '(남성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경청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나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는 표시를 한 것이지, (그게) 동의의 표현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도 이 후보의 최근 행보를 "어느 편에 선다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잘 조정하고 치유하겠다는 취지"라며 "그 글대로 '페미니즘이 첫 번째 문제이고, 그 다음이 부동산', 이런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그렇게 문제를 진단하면 대립과 갈등만 남는다. 근본적으로는 남녀가 아니라 세대문제"라며 "어떻게 하면 젊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까, 청년 문제를 어떻게 총체적으로 풀어갈 것인가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짚었다.

선대위 관계자는 "'옳다/그르다'를 떠나서 이재명 후보가 '20대 여성을 버린다'는 식으로 생각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건 선거공학적으로 봐도 어리석은 생각 아닌가.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라고 봤다. 다만 '이대남' 문제나 젠더 갈등 등을 다룰 때 "우리는 좀 정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대 수석대변인도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취재진에게 "후보나 저희들은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비판하는 의견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관련기사]
심상정 "이재명의 '청년' 속에 '여성'의 자리는 없나" http://omn.kr/1vzb8
이재명 "고민 고민 끝에 여성가족부 폐지하자 했다, 왜냐면..." http://omn.kr/1vyhg

태그:#이재명, #청년, #이대남, #이대녀,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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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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