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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이 군민 혈세 310억원을 들여 대구의 어머니산 비슬산에 케이블카를 짓겠다고 한다. "비슬산에 웬 케이블카 쇠말뚝이냐"란 말이 절로 나온다. 이미 비슬산에는 전기차며 투어버스로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차로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도 비슬산 정상에 또 케이블카를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쯤 되면 탐욕이다. "비슬산 케이블카는 김문오 달성군수의 탐욕이 만든 사업이다"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비슬산 케이블카 사업 예정지. 비슬산 공영주차장에서 대견봉 인근까지 1.9킬로미를 케이블카를 연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슬산 케이블카 사업 예정지. 비슬산 공영주차장에서 대견봉 인근까지 1.9킬로미를 케이블카를 연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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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전기차와 투어버스가 시민들을 정상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반딧불이 전기차와 투어버스가 시민들을 정상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계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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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인 10월 30일 달성군에서 운영하는 반딧불이 전기차를 타고 비슬산 정상부에 올랐다. 가는 길에 새로 들어선 관광호텔이 큰 위용을 뽐내며 비슬산 초입을 장식하고 있다. 호텔을 끼고 올라가면 오토캠핑장과 자연휴양림이 나오고 곳곳에 방갈로가 눈에 띈다. 비슬산 아래쪽은 이미 개발이 많이 진행됐다.

그런데도 비슬산은 '대구시 지정 1호 관광지' 타이틀을 달고 여전히 위락시설이 앞다퉈 들어서며 난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미 시민들은 수많은 등산로와 둘레길을 통해 비슬산의 풍광을 누리고 있다. 심지어 전기차와 투어버스로 정상까지 자유롭게 올라가고 있다. 교통약자 편의를 위해서라면 지금의 이동수단을 활용해서도 가능하다. 그런데 뭐가 모자라 케이블카 말뚝까지 박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차는 콘크리트 포장이 잘된 임도를 타고 느릿느릿 오른다. 주차장에서 30분 정도 걸려 정상부에 올랐다. 차로 정상까지 이렇게 쉽게 오르다니, 정상까지 이렇게 차로 올라갈 수 있는 산이 도대체 얼마나 있을까?

산 전체를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해도 좋을 비슬산

반딧불이 전기차 정상부 종점에서 대견사로 가는 길로 접어들다가 우측의 강우관측소 오르는 길로 올라 그곳에서 드론을 띄웠다. 하늘에서 바라본 비슬산은 장관이었다. 특히 30만평에 이른다는 정상부의 고위평탄면은 압권이었다. 그곳에 진달래가 만말했더라면 더 장관이었겠지만 이 가을철 풍경만으로도 아름다웠다. 대자연이 선사하는 경관의 아름다움에 압도된다. 
 
정면에 대견사. 그 뒤로 고위평탄면인 참꽃군락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정면에 대견사. 그 뒤로 고위평탄면인 참꽃군락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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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견사가 들어서기 전의 정상부 모습이다. 토르(큰 바윗돌)와 암괴류가 연결돼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풍겨난다.
 대견사가 들어서기 전의 정상부 모습이다. 토르(큰 바윗돌)와 암괴류가 연결돼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풍겨난다.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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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 풍경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대견사다. 오롯이 대자연의 풍경에 빠져드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대견사 사찰이다. 그곳에 칼로 도려낸 듯이 들어선 절집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대견사가 없는 절터만 남은 모습의 신비로움을 이미 본 터라서 그곳에 대견사가 들어와 있는 풍경이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대견사만 없다면 정상부의 바위(토르)와 바로 아래 암괴류가 전부 연결되어서 더 독특한 풍광을 자아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비슬산 암괴류는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받고 있는 국가 문화재다. 둥글거나 각진 바위덩어리들이 산 사면에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쌓인 것으로 마치 강물처럼 흘러가는 형색이라 하여 '돌강'이라고도 한다. 길이가 2킬로미터에 면적이 992,979제곱미터에 달해 세계적 규모를 자랑한다. 이런 세계적인 규모의 돌강과 대견사 절터의 토르가 연결되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더 기념비적인 지질자원이 되지 않았을까. 
 
비슬산 암괴류 전경. 대견사 앞에서부터 바윗돌들이 흘러내리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비슬산 암괴류 전경. 대견사 앞에서부터 바윗돌들이 흘러내리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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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은 암괴류 외에도 애추(너덜겅), 토르 등 다양한 지형 및 지질자원이 분포하고 경관이 빼어나 산 전체를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해도 될 만큼 학술적·자연학습적 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케이블카가 아니라 비슬산 보존

이런 비슬산에 아쉬움을 들게 만든 곳은 바로 대구 달성군이다. 대구 달성군은 이곳에 대견사를 복원한다면서 2013년 기공식을 시작으로 2014년 오늘의 대견사를 중창했다. 세계적 지질자원인 비슬산에 이질적인 절집을 들여놓은 것이다. 이는 천연기념물 암괴류와 정상부의 토르의 연결성을 헤치는 것으로 지질자원적인 측면에서는 너무도 아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대견사 전경. 천연기념물 암괴류와 정상부의 토르의 연결성을 헤치고 대견사가 들어섰다.
 대견사 전경. 천연기념물 암괴류와 정상부의 토르의 연결성을 헤치고 대견사가 들어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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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해도 안타까운데 대구 달성군은 지금 이곳에 케이블카까지 짓겠다는 것이다. 대견사 바로 옆 대견봉 인근에 상부 정류장을 만들어 그곳에서 진달래가 만발한 풍광을 구경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케이블카 입지로 매우 부적절하다. 왜냐하면 '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케이블카 건설 시 주요 봉우리를 피하게 되어 있고 왕복 운행을 전제로 기존 탐방로와의 연계를 피해야 한다. 그런데 비슬산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은 대견봉이라는 봉우리 인근에 위치해 자연경관과 스카이라인을 영구적으로 훼손하고, 기존 능선부 탐방로와 회피가 어렵고 탐방객 이용 확대에 따른 환경훼손이 과도해 적절한 입지가 아닌 것이다.

이날도 가을 행락철을 맞아 많은 시민들이 비슬산을 찾아 이곳 정상부에서 가을을 만끽하고 있었다. 탐방 데크에는 이미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런 현실에서 케이블카까지 들어서서 더 많은 탐방객들이 이곳을 찾게 된다면 정상부의 환경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상의 탐방데크에서 바라본 참꽃군락지.
 정상의 탐방데크에서 바라본 참꽃군락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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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에 지금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케이블카가 아니라, 비슬산을 보호하는 일이다. 비슬산의 빼어난 산세와 그곳에 자리한 야생동물의 보금자리, 식생, 자연경관 등 종합적인 생태조사로 비슬산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일이 시급히 필요하다. 아울러 휴식년제나 입산 통제 및 분산 등 보존대책 마련하는 일과 이미 심각하게 훼손된 곳을 복원해나가는 일 등 비슬산의 미래를 잘 지켜내 다음세대와 공유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한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꼭 지키자'에 비슬산 선정

한편 10월 21일 대구 비슬산이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19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 수상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케이블카 설치는 "비슬산의 자연·생태적 가치를 훼손하는 과도한 개발"이라는 것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비슬산을 '제19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 수상의 영광을 안긴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비슬산은 대구광역시 달성군과 경상북도 청도군, 경상남도 창녕군 사이에 걸쳐 있는 해발 1,084m의 대표적 지역 명산이다. 1986년 2월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이래 관광호텔, 오토캠핑장, 자연휴양림, 임도 등이 들어섰고 개발포화상태 임에도 현재 관광단지까지 조성 중이다. 등산로에 설치된 데크를 통해 비슬산 정상부까지 등정이 가능함은 물론, 전기차와 투어버스도 정상부까지 운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달성군은 유가읍 용리와 양리 일원에 310억원을 들여 1,9킬로미터 케이블카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환경파괴 논란을 빚고 있다. 
 
비슬산 전경. 정상부가 케이블카 종점 예정지다.
 비슬산 전경. 정상부가 케이블카 종점 예정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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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대구 비슬산을 선정한 이유는 생태적 가치와 지질지형상의 가치를 모두 지닌 곳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등산로와 전기차를 위한 도로가 이미 개발되어 있는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과도한 개발로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난개발로 인해 비슬산의 자연생태적 가치가 훼손당할 우려가 있어 시급성을 고려하여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대구지방환경청 비슬산 케이블카 사업 반려해야

시민공모전 수상의 영광에 힘입어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비슬산 케이블카 저지를 위해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서명(바로 가기 <--)과 함께 10월 23일부터는 비슬산 공영주차장 일대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행락철을 맞아 비슬산을 찾는 시민들에게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며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는 비슬산 케이블카 사업의 문제점을 알려 나갈 계획이란 것이다. 이제 시민사회에서도 비슬산 지키기에 본격 나선 것이다. 
 
▲ 비슬산 제발 그대로 냅둬! - 비슬산 케이블카 반대한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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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금 현재 비슬산 케이블카 사업은 대구지방환경청에서 환경영향평가 본안 심사중에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의 철저한 심사가 필요해 보인다. 부디 대구지방환경청이 이 '탐욕의 사업'을 반려해서 비슬산이 그대로 지켜질 수 있기를 대구사람의 한 사람으로 간절히 희망해본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웹진 <대구 노동히어로>에 함께 실립니다.


태그:#비슬산, #케이블카, #대구 달성군, #암괴류, #김문오 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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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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