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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은 한글 점자의 날이다.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 불리는 송암 박두성 선생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한글 점자를 만들어 반포한 1926년 11월 4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점자의 날은 2021년에 95주년을 맞았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의 문자생활에 필요하다. 시각장애인은 맹학교에 들어가면 점자를 통해 국어, 영어, 수학을 공부한다. 점자 악보를 통해 음악을 공부하기도 한다. 이렇게 맹학교에서 피아노를 배워 피아니스트가 된 이도 여럿 있다.

점자가 이토록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현재까지 점자로 된 책은 무척 적으며, 일상생활에서 점자를 만나기도 어렵다. 세탁기, TV 리모컨, 에어컨, 냉장고와 같이 일상에서 당연하게 사용하는 물건들에도 시각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점자는 표기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점자만 있다면 스스로 할 수 있을 일조차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크게 줄어든다. 

"점자 미표기로 인해 시각장애인이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를 겪은 사례도 많았다. 의약품에 점자 표기가 없어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무좀약을 안약으로, 위장약 겔포스를 머리 샴푸로, 피부질환 연고를 안약으로, 알레르기약을 감기약으로, 바르는 약을 다른 연고제로 사용한 적 있다.

소아용 해열제와 감기약 시럽이 구분되지 않아, 어린 자녀에게 약을 바꾸어 먹인 적이 있다.

설사와 통증이 심했지만 약을 찾지 못해 가족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나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효율적인 의약품 정보제공 방안 연구' 2012,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최혜영 의원실 재구성)


이러한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이 최혜영 의원에 의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지난 7월 20일 의약품·의약외품 용기·포장에 점자 등 표시 의무가 법제화되었다. 

안전상비의약품과 식약처장이 정하는 의약품 등의 용기·포장과 첨부문서에 점자, 음성·수어영상변환용 코드 등으로 제품명, 규격 등 필수정보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해 취약계층의 의약품·의약외품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제품 오남용 사고 등을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의무화된다.
 
오뚜기의 김치쌀국수 컵누들 옆면에 새겨진 점자이다. 점자로 '누들김치컵'이라고 쓰여있고, 물 붓는 선을 가로선으로 표기되어 있다.
 오뚜기의 김치쌀국수 컵누들 옆면에 새겨진 점자이다. 점자로 "누들김치컵"이라고 쓰여있고, 물 붓는 선을 가로선으로 표기되어 있다.
ⓒ 조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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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오뚜기가 지난 9월 용기면에 점자 표기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삼양도 제품 표면에 점자를 표기하기로 했다.

이디야는 점자 메뉴판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음료와 이디야가 제공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배려를 해주었다. 실로암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카페모아도 점자 메뉴판이 있어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점자 메뉴판에는 메뉴의 이름과 가격이 점자로 표기되어 있다.
 점자 메뉴판에는 메뉴의 이름과 가격이 점자로 표기되어 있다.
ⓒ 조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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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는 시각장애인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존재이다. 이를 인지한 사회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나, 여전히 실생활에서 점자를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다. 기업과 사회 정치권에서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점자 표기를 확대하여 시각장애인의 문자 생활 환경을 개선할 수 있기를 바란다.

태그:#점자, #시각장애인, #점자의날, #점자표기, #박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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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둠 속에서도 색채있는 삶을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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