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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애앵~" 한밤중 모깃소리에 잠 못 든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도 벌레에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벌이나 나비는 꿀을 먹는 대신 꽃가루를 옮겨 수분(受粉)을 돕는 등 곤충과 식물은 서로 도움이 되는 공생관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많은 곤충이 식물의 잎이나 과실, 뿌리 등을 먹이로 삼기 때문에 그 수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 수목에 큰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평소에는 귀찮기만 한 모기지만 말라리아 기생충을 옮기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하는 것처럼, 나무도 곤충을 매개로 질병에 걸리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기도 한다.
 
(왼쪽) 벌이 꽃의 수분을 돕고 있는 모습, (오른쪽) 딱정벌레로 인해 상처 입은 수목의 모습
▲ 코스모스와 벌, 사과와 딱정벌레 (왼쪽) 벌이 꽃의 수분을 돕고 있는 모습, (오른쪽) 딱정벌레로 인해 상처 입은 수목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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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해충이란?

산림 생태계, 산림 수목, 조경수, 목재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곤충류를 '산림곤충'이라고 부르고, 이 중에서도 산림의 공익적, 경제적 기능을 크게 저하하거나 산림 생태계를 교란하는 종류를 '산림해충'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으로 미국흰불나방, 매미나방, 솔잎혹파리 등이 있다.

매해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혀 인위적인 방제가 꼭 필요한 해충을 '주요해충' 또는 '관건해충'으로, 임목을 가해하지만 그 피해가 경미하여 방제가 필요하지 않은 해충을 '비경제해충' 또는 '잠재해충'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주의해야 할 종류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외래해충'들이다. 국제 교역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이 외래해충의 종류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국내에 천적이 없어 큰 피해로 이어진 사례가 많다. 여름에 도심에서도 쉽게 보이게 된 '꽃매미(주홍날개꽃매미)'의 경우에도 중국 남부지방에서 유입된 외래해충이다. 2006년 서울 관악산, 천안, 청주 등지에서 발생이 확인된 이래로 2021년 현재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하였다.

인간에게 닥친 기후 위기는 산림에도 위기로 작용한다

최근의 급격한 기후변화는 이러한 외래해충의 정착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기존 곤충의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하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를 불러와 대처를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곤충이 알, 번데기 등의 형태로 월동하고 그중 많은 수가 죽게 되는데, 겨울이 따뜻해지면 월동에 성공하는 개체가 많이 늘어난다.

올해 여름에 서울 은평구 봉산, 경기도 청계산·수리산 일대에서 '대벌레'가 집중적으로 발생하여 등산객들이 불편을 겪고 수목에 피해가 생긴 것 또한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작년 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기 때문에 월동 성공률이 높아졌고, 봄·여름 기온도 전체적으로 상승하여 성장 속도가 더욱더 빨라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산림해충에 미치는 영향 중에는 발생세대의 증가와 분포 범위 북상이 있다. 온도가 상승하면 곤충은 서식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고 먹이도 많이 먹을 수 있어 세대수 증가를 야기하며, 남쪽부터 기온이 높아지니 점점 분포 범위가 북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현재 산림해충에 대처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화학적 방제로,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으며 값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림은 여러 생물 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간이다. 살충제는 목표로 했던 해충 외에도 천적인 곤충이나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화분 매개 곤충까지 죽게 만드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게다가 살충제에 저항성을 가진 개체들만 살아남아 앞으로 더 방제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살충제만을 사용하기보다는 직접 벌레를 점착제 밴드(sticky band) 등으로 잡는 기계적·물리적 방법, 해충에 내성이 강한 수종으로 개량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제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기생벌이나 병원미생물 등 해충의 천적이 되는 생물을 활용하는 생물적 방제법도 점차 도입되고 있다.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해충의 발생은 지역과 연도에 따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해충 밀도를 조사하고 발생 시기와 피해량을 예측하여 방제 대책을 수립하는 '발생 예찰'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똑똑한(smart) 방제법

발생 예찰과 방제 작업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나무 하나하나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이유지만 지형이 험하거나 길이 잘 닦여있지 않은 곳이 많아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제 현장에서 무인 비행체인 드론(drone)이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라이다(LiDAR) 같은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기술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드론은 험한 산악지역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조사가 필요한 지역의 지형, 통계 자료 등이 저장된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지리정보체계) 기술과 GPS 좌표를 활용하면 해충 발생 지역이나 피해 지역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병해충이 넓은 면적에 발생한 경우 공중에서 약제를 균일하게 뿌릴 수 있어 편리하다.
 
산림 방제현장에서도 점점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여러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드론 산림 방제현장에서도 점점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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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기술은 센서로부터 물체까지 레이저 광선이 이동하는 시간을 측정하여 물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이 라이다 센서를 항공기에 탑재하여 공중에서 사용하면, 넓은 면적에 대한 거리 값을 산출할 수 있고 여러 방향으로 쏜 값을 사용하여 3차원 좌표의 값도 산출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3D 레이저 스캐너인 것이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의 항공사진 및 위성사진을 활용했을 때보다 더 정밀한 산림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얻어진 자료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산림 훼손지 탐지, 병해충, 산불 등의 산림 재해 방지, 산림 구조의 3차원 시각화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숲속 나무들뿐만 아니라 주변에 흔히 보이는 가로수, 조경수도 해충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병해충을 발견한 경우, 거리의 가로수는 해당 구역의 구청 등 지자체에 신고하여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산림 속 수목은 산림청 홈페이지를 통해 발생 신고 및 상담이 가능하다. 우리에게 맑은 공기와 쉼터를 제공하는 나무, 아플 때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평소 작은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태그:#산림, #해충, #방제, #ICT기술,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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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공부하는 대학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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