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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동물 보호소들이 행정적 관리의 편의성을 위해 안락사를 시행하기 때문에 이를 아는 사람들은 동네에서 유기견을 발견해도 차마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군산 유기 동물 보호소는 '안락사 없는 동물보호소'로 소개되어, 동물 복지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명한 곳이다. 안락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윤리적 죄책감을 덜어줄 수 있었고, 시민들의 후원금도 조금 더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달랐다. '주사를 놓을 자격이 없는' 보호소 소장이 '타당한 기준도 없이' 유기견들을 '안락사'시키며 겉으로는 '안락사 없는 동물보호소' 행세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보호소 소장은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처벌을 받겠다고 했나 보다. 처벌이 가벼우니 받을만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사건을 접하며 우리 사회에서 당연시 되는 세 가지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첫째, 의료 행위를 전문적 자격이 없는 사람이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사를 놓는 것은 명백한 의료 행위이다. 아무리 무능력하고 부도덕한 수의사들이 있다고 해도, 전문 자격 없는 사람이 의료 행위를 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의료 행위는 사랑이 아니라 전문적 기술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랑과 기술이 합쳐지면 더 이상적이겠지만.

둘째, 안락사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유기동물보호소의 동물들도 살고 싶어하는 존재이고, 마땅히 살아야 할 생명이다. 안락사에 처할 때에는 의학적, 사회적, 도덕적인 기준이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군산유기동물보호소 소장은 자신에게 꼬리치며 다가오는 아이들에게 마취제도 없이 근육이완제 주사 바늘을 찔렀다고 한다. 그에게 안락사 기준은 꼬리치며 가장 먼저 달려오는 유기견이었나보다. 동물 안락사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셋째, 현재 동물보호소에서 시행되는 안락사는 안락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안락사란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불치의 환자에 대하여 본인 또는 가족의 요구에 따라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동물보호소는 살 수 있고, 살고 싶어하는 동물들을 죽이면서 안락사라고 한다. 이는 '살처분'이지 결코 안락사가 아니다. 고통 없이 죽이는게 안락사가 아니라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고통 없이 죽이는게 안락사다. 목적과 방법이 모두 부합해야 한다.

국민소득 3만불이라는 선진국에서 천오백만 명이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유기견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도 미흡하고, 유기견을 관리하는 동물보호소 수준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이제 민법에서도 동물을 독자적인 법적 지위를 가진 존재로 규정한다고 입법 예고했고, 최근 대통령도 개식용 금지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에 맞추어 동물보호소 운영도 동물복지의 차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한다. 동물도 행복한 세상은 있어도 동물만 행복한 세상은 없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군산유기동물보호소, #동물보호소, #안락사 , #살처분, #동물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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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꿈꾸는 사회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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