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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민주버스본부 강원지부 춘천시민버스지회 마을버스조합원 집단해고사태 해결, 완전공영제 쟁취, 임금 삭감 없는 1일 2교대제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9월 민주버스본부 강원지부 춘천시민버스지회 마을버스조합원 집단해고사태 해결, 완전공영제 쟁취, 임금 삭감 없는 1일 2교대제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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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안 풀리는 싸움도 있지만 가끔은 희망의 메시지도 접한다. 최근 전국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강원지부 춘천시민버스지회의 승전보가 그중 하나다.

2021년 9월 16일 황선재 춘천시민버스지회장을 만나 반가운 얘기를 나눴다. 황 지회장은 2011년부터 버스운전을 시작했고, 하루에 16~18시간을 운행하다보니 너무 힘들어서 현장을 바꿔내지 않으면 건강한 삶과 노동의 가치가 향상되지 않을것이라 생각에 노동조합 대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고 한다. 

"회계감사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회사 회계처리가 너무 엉망이더라고요. 2014년 11월 26일 통상임금 판결을 받았어요. 기본 근로시간 8시간, 연장근로시간 6시간, 야간근로시간 2시간으로 일했는데, 포괄임금제다 보니 16~18시간을 일함에도 불구하고 14시간 임금만 지급받는 기형적인 임금 체계였어요. 통상임금 판결에서 상여금, 근속수당, 연장수당, CCTV수당도 통상임금이라고 판정이 됐고,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운행전후 30분씩 인수인계에 사용하는 시간도 임금지급 대상에 포함됐어요.

그러나 사측은, 지급이 확정된 이후에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이자를 적용해서 지급해야 하는데도 마음대로 이자 없이 30개월로 분할 지급하려고 했습니다. 이러한 사측의 횡포에 노동조합이 대응하게 된 것이죠."


부조리를 집행부와 논의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아 탄핵하고 지회장으로 당선된 그는 현재 민주버스강원지부장도 겸임하고 있다. 제대로 된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자 총회를 열어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으로 전환하였다고 한다. 

"전국에 10만 명의 버스노동자가 있고, 이중 민주노총 소속의 노동자는 3500명에 불과합니다. 이미 기득권 노조는 회사와 담합이 형성돼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2018년 당시 60억 이상의 시민 혈세가 보조금으로 지급됐음에도 결국 운수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춘천민주시민버스지회는 운영 수익만으로는 경영이 어려워 어차피 시민의 혈세가 투입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시민버스가 공공제로서 시민의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하면서 버스노동자도 건강하게 일하기 위한 버스완전공영제를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132일간 진행하였다. 그러나 2020년 또다시 버스 완전공영제를 위해 천막농성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2020년도에 천막 투쟁할 때 이재수 춘천시장이 춘천 시내버스 문제 해결과 버스 운영체계 개선을 위한 시민협의회에 논의를 위임하여 노동조합도 위원으로 참석하여 3개월 동안 활동했습니다. 시민협의회 결정사항은 춘천 시내버스의 운영체계는 완전공영제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춘천시에서 직접 구성한 TFT에서도 전문가를 포함한 토론회 등에서도 역시 완전공영제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춘천시 산하의 시민주권위원회 공론화 분과위원회에 또다시 위임해 최종결정한 후 두 차례의 토론회를 진행했고, 이후 시민투표를 진행했는데 57%가 완전 공영제를 선택했습니다. 시민주권위원회에서 춘천시에 완전공영제로 전환과 로드맵을 밝힐 것을 9월 3일 제안했고, 이제 춘천시장의 결단만 남은 상황입니다."


버스는 하루 1700만 명, 연간 62억 1200만 명을 운송한다. 그런데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버스 대형 참사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2012년부터 16년까지 발생한 졸음운전 사고가 1만 2천 건이 넘고, 500명 이상이 숨지고 2만 4천여 명 이상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한 해 평균 2만 5천 건이 넘는 졸음운전 사고가 발생한다. 버스노동자의 충분한 휴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17~18시간 격일제 혹은 이틀 근무하고 하루 쉬는 복격일제로 대부분 운영이 되고 있었는데, 사실상 버스노동자는 연간 113일을 더 일한거죠. 이러한 근무 형태에서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기 때문에 1일 2교대 전환을 요구했어요. 격일제에서 1일 2교대로 전환하면 사고율도 70%가량 감소되거든요. 시민의 안전을 고려한다면 시나 버스회사에서는 버스 운전자가 충분한 휴식을 통해서 안전한 운행을 할 수 있도록 1일 2교대를 거부할 명분이 없는 것이거든요."

탄력근로제는 1주일간 4일을, 2주일에 7일을 넘을 수 없는데 그 위반 횟수가 한 달에 100건이 넘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노조는 1일 2교대를 요구했으나, 춘천 시내버스 운송회사는 수익노선은 시내버스, 비수익 노선은 마을버스로 분리했다. 

"마을버스로 분리하고 2년의 한정 면허를 부여했습니다. 춘천시가 3개월 전 8호봉 기준 평균 급여가 340만 원 정도인데, 60만 원 하락시킨 280만 원으로 삭감하고 1일 2교대를 전환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죠. 춘천시가 노동형태나 임금을 결정해서 통보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용자는 춘천시장이므로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에 진정한 상태입니다. 

뿐만 아니라 7월 31일까지 기한이 남아있는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폐지 통보하고, 일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 결국 9월 18일, 추석 연휴 직전에 54명의 노동자가 집단 해고됐습니다. 춘천 시민버스 단체협약에 마을버스 노동자들은 기간에 정함이 없는 정규직으로 규정되어 있고, 회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분할 양도 합병 매각 또는 사업권 반납시에 교섭대표 노동조합과 합의해서 결정하는 것으로 돼있는데, 그 합의 과정을 깡그리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민주버스본부 정홍근 본부장이 54명의 집단 해고 사태를 춘천시가 직접 해결하라는 극한의 단식농성을 24일 동안 했습니다. 결국 임금협약 사후조정에서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2022년 1월 1일부터 1일 2교대를 시행하고 1일 2교대 시행하게 되면 추가 인원이 필요하니 54명의 해고 예고된 노동자를 1월 2일자로 복직을 시키라는 결과를 만들어냈고, 1일 2교대 시행까지 약속받은 상태입니다."


현장을 바꾸어내는 목소리는 자본과 결탁한 기득권 노조세력으로 더 힘들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의 투쟁을 이어왔고, 조합원들도 굉장히 많이 지쳐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황선재 지회장은 그 지친 힘을 한곳으로 모아내기 위해 무기한 단식농성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과 권력은 법으로 판단한 것도 뒤집는 행태를 보이기도 하니, 내년 1월 2일 1일 2교대제가 시행되고, 해고 예고된 노동자들이 복직이 될 때까지는 안심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할 때 87%가 민주노총으로 전환을 했지만, 회사와 기득권 노조의 회유와 압박으로 50%가 빠져나갔어요. 장기간 총파업 투쟁을 하다 보니 3개월 동안 급여를 못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70% 이상이 빠져나갔어요. 하지만 우리는 선명한 요구로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다시 과반수 노동조합을 확보하여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1일 2교대제나 완전공영제에 동의하지 않는 조합원도 있어요. 현장에 한국노총, 민주노총, 기업노조 2개 해서 4개의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노동자의 정책적 목표나 방향을 하나로 모아내는 데 굉장히 힘든 실정이죠. 지금도 1일 2교대를 결정했지만 한국노총이 극심하게 반대를 하고 집단적으로 연차 투쟁을 한다거나 차를 세우는 등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자본과 권력의 행태는 지금껏 그래왔으니 그러려니 합니다. 안타까운 건 노동자의 건강이나 노동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목소리를 노동자내에서 같이 모아야 하는데도, 오히려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기득권 유지의 볼모로 삼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1일 2교대제를 통한 노동자의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그리고 완전 공영제를 통해서 어떤 한 개인이나 한 회사의 경영 유지를 위해 시민 혈세가 쓰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노동과 시민의 이동권을 위한 교통복지로 온전히 쓰이게 해야한다는 점을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나는 비록 1일 2교대제가 꼭 필요하지 않아도, 나는 비록 정년을 앞두고 완전공영제의 혜택을 받지 못 하더라도 후배 노동자들을 위해 앞장서서 동의하고, 함께 단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다른 정보로부터 차단되어 있는채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1일 2교대제 단일 안으로 찬반 투표를 붙였는데 한국노총 집행부에서는 투표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계속 설득하고 투표를 독려했지만 1차는 부결이 됐어요. 2차 때는 격일제를 유지하면서 탄력근로제를 빼자는 안으로 다시 투표를 부쳤음에도, 한국노총 집행부는 역시 무조건 투표하지 말라고 해서 투표가 부결되었어요.

지금도 1일 2교대제를 반대하고 있고, 회사에 집단 연가를 신청한다거나, 민주노총 해고된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데 왜 우리가 손해를 감수하냐는 식으로 말하고 있거든요. 그런 부분이 가장 힘들고 가슴이 아픕니다."


1일 2교대 근무형태는 버스노동자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변화이다. 여기에 더해, 황선재 지회장은 버스노동자의 건강권을 향상하는 지속적인 현장 활동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에서는 1일 2교대제로 전환하기 전에 버스노동자의 삶의 질을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많은 이들이 극심한 불면증을 앓고 있었어요. 강원지부의 노동자들도 버스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휴식권, 최소한의 용변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요. 중간에 화장실이나 휴게실이 아예 없기도 하고, 만성 방광염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민주버스본부에서는 버스노동자의 건강 데이터를 집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버스노동자 삶의 질을 향상시킬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큰 산을 넘고도 숨 고를 틈도 없이 현장조직력 강화에 애써야 하는 상황. 황선재 지회장이 투쟁 중인 여러 현장의 동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노동현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이전에는 막연하게 다가왔는데, 이제는 절감합니다. 노동자들이 중심에서 끊임없이 요구하고 현장을 바꾸고 잘못된 것을 개혁하고 적폐를 청산하고 이런 노력들을 해야만 내가 일하는 현장이 바뀌고 사회가 개혁됩니다. 언제까지 자본과 권력이 주는 것만 먹고 시키는 것만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노동 해방까지는 못 가더라도 우리가 노동의 주체가 돼서 잘못된 것을 과감히 개혁하는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이 개인과 조직의 기득권 따위는 접어두고 전체 노동자 공동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노동자들이 깨어나서 그에 동참할 때, 잘못된 관습과 폐해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녹록지는 않지만 내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고 투쟁하는데 한 노동자로서 힘을 보탤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선전위원인 정경희님이 작성하셨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10호에 연재한 글입니다.


태그:#버스_완전공영제, #춘천버스, #민주버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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