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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띠와 호모인테르가 함께한 커뮤니티 실험실 '다양성을 여행하는 다양한 방법(다양성 여행)'에선 다양성 여행을 통해 다양한 세상을 마주하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기자말]
다양성(diversity)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사전에서 '다양성'이란 단어를 찾아보면 '여러 가지 양상을 가진 특성'이란 뜻이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특성들이 그저 존재하기만 하기보다는 서로 '공존'해야 한다는 점 아닐까.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한국사회에선 다양성이 잘 구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각자의 고유성을 가지고 다름이 흠이 되지 않는 사회를 꿈꾸는 이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다. 우리에게는 어떤 시선과 어떤 실천이 필요할까? 

첫 번째 주인공은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이다. '다양성' 하면 바로 생각나는 단체가 있다. 바로 한국다양성연구소다. 평소 개인적으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사업을 하고,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지난 9월 28일 서울 한국다양성연구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훈련을 하면 사람은 더 나아질 수 있어"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 한국다양성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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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소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는 다양성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다양성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여러 주제를 그냥 이야기한다'라거나 '너도 맞고 나도 맞다' 그런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게 아니라 권력에 대한 관점을 수립하고 권력을 해체하기 위해 추구해야 하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 학부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했는데 대학원에서는 다양성과 사회정의를 주제로 공부하셨더라고요. 다양성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을까요.
"처음부터 다양성이나 인권을 배우려고 유학을 간 건 아니었어요. 사실 유학 전에는 차별과 억압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요. 그런데 '편견의 심리학'이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 차별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왜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지고 타인을 차별하는가 등에 대해 배우면서 성기 모양 하나 다르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달리 대접받는구나 하고 깨달은 거죠.

어떤 사람들은 차별과 억압에 관한 얘기를 들으면 불편해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근데 저는 신기하게도 그게 되게 새롭고 충격적으로 다가와서, 내가 해야 할 일처럼 다가왔어요. 그래서 상담대학원이 아니라 인권과 다양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학교로 가게 된 거예요."

- 2015년 당시 한국다양성연구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을까요?
"석사 과정을 밟던 때에 청소년 인권 캠프를 만드는 NCCJ라는 단체에서 일하면서 배우고 느꼈던 게 정말 강렬했어요. 거기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삶이 바뀌어 나가는 것을 보면서 저도 큰 영향을 받았죠. 그래서 이런 캠프를 한국에서도 하고 싶다, 생각해서 이후 2015년 한국 다양성 연구소를 만들게 됐습니다."

- '다양성 훈련'을 한국다양성연구소의 핵심사업으로 소개하고 있더라고요. 정확히 무엇을 훈련하는 것인가요?
"저희는 다양성을 '교차하는 권력'으로 정의해요.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사회적 정체성이 있어서 그 정체성 각각의 권력 역시 존재하죠. 그 권력들이 교차하면서 다양한 모습이 생겨나는 거예요. 그 권력을 해체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게끔 만드는 것이 다양성 훈련의 정의의자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 활동과 게임을 하고, 그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거죠.

오전에는 '청소년'인 본인들이 받는 차별과 억압의 경험에 관해 이야기하고, 오후에는 '비장애인'으로 가지는 특권에 대해서 깨닫게 되고 저녁에는 '성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각자가 성별을 둘러싸고 가지게 되는 특권이나 억압을 성찰하면서 누구나 차별을 경험할 수 있는 억압그룹에 속하기도 하고 차별을 할 수도 있는 특권그룹에도 속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식이죠."

- 해보니까 어떻던가요? 다양성을 '훈련'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저는 훈련을 하면 사람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도 처음부터 인권 친화적인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고,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성장하지도 않잖아요. 그러므로 소수자의 관점, 다양성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는 거예요. 페미니즘을 예로 들면, 여성이라고 해서 원래 페미니스트로 태어나는 게 아니고, 남성 역시 20년 가량을 한국 사회에서 살다 보면 남성 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잖아요. 그걸 역행하게끔 하는 사고나 행동은 결국 훈련되어야 하고 실제로 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성의 핵심 주제는 '교차하는 권력"

- 다양성 훈련에서 정말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난, 능력주의, 질병, 가족 구성권 등등. 결국, 다양성이란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모든 주제인 걸까요?
"가장 중요한 주제는 '교차하는 권력'이에요. 이것이 다양성의 핵심 주제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포함'입니다. 모두를 포함하는 세상을 만들어서 누구도 배제되는 사람이 없게끔 하자는 게 우리의 목표이자 비전이거든요. 교차하는 권력으로 인해 내가 항상 차별받기만 하거나 차별하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만드는 것이 훈련의 목표입니다. 내가 이 사회문제의 일부라는 것을, 즉 사회문제의 원인임과 동시에 해결의 주체라는 걸 다양성 훈련을 통해 느끼게 하려고 해요."

- 그런데 본인이 사회문제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것을, 혹은 가해자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어찌 보면 굉장히 불편한 일이잖아요. 어떻게 접근을 하시나요. 
"사실 모르는 게 편하죠. 알면 불편한데 괜히 알려주는 거니까. 그래서 저희는 '가해자성'이라는 단어를 쓰진 않아요. 우리가 구조 속의 일원이고 여기 속해있는 것만으로도 누리는 특권이 있는 거다, 라고 표현해요. 물론 특권이라는 단어도 사람들이 좋아하진 않지만(웃음). 그런데 이런 게 개개인을 욕하고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이 있다는 걸 강조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차별과 억압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남성 청소년들과 남성성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남자다움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돈 많이 벌어야 한다', '군대 다녀와야 한다' 이런 대답을 해요. 그러면 그게 왜 억압적이고, 그 억압적인 시스템을 누가 만들었는지부터 얘기를 시작하는 거죠."

- 최근 연구소에서 포괄적 성교육 관련한 활동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포괄적 성교육이 뭔지, 왜 필요한지 소개해주신다면.
"포괄적 성교육의 핵심은 성교육과 성평등 교육을 같이하는 거예요. 성교육할 때 이 정도는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해둔 유네스코의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공교육이 따라야 한다고 저희는 주장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전 정권에서 만들었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보면 남녀의 뇌가 따로 있다느니, 성폭력의 원인은 남녀가 둘이 방에 같이 있기 때문이라느니 소위 '피해자 유발론'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런데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도 바뀌었는데 표준안은 그대로라는 게 참... 그걸 폐기하고 국제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질문을 통해 스스로 깨닫게 한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 한국다양성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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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성모성(포괄적 성교육은 모두를 위한 성교육이다)'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면서 해외 사례를 참고한 게 있나요?
"시민단체보다는 공교육에 포괄적 성교육을 도입하는 게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하는데요. 영국이나 독일 같은 곳에서는 유네스코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어요. 이 성교육의 1장이 '관계'입니다. 성관계를 얘기하기 전에 타인과 평등한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거예요. 그 나라들은 '관계 교육(relationship education)'이라고 부를 만큼 평등한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관계(relationship)를 다루고 나서야 성관계(sexual relationship)를 다뤄야 하는 거죠."

- 이런 식의 인권 교육, 포괄적 성교육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나요?
"불편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롭고 낯설어서 자기의 세상이 무너진다고 느끼는 거라고 봐요. 그런데 그들의 논리나 주장, 근거를 들어보면 합리적이거나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음모론적으로 접근해서 '세상을 전복하려고 하는 세력'이라는 식으로. 그들은 사회가 질서정연해 보이니까 우리를 그 질서를 무너뜨리는 세력으로 보는 거예요. 그들의 생각도 천천히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은 해야죠.

그런데 소위 이런 '백래시'의 흐름을 조장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여서 운동을 못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평등을 반대하는 분들은 우리가 운동하고 교육하는 제1 목표 대상은 아닙니다. 우리의 첫 번째로 다가가야 할 사람들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거나 더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에요."

-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선생님 페미예요?' 이러면서 조롱하는 분위기도 있다면서요. 그런 면 뭐라고 대답하시는지.
"저는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더 살기 힘든 세상이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여러분들을 속이고 있는 거다'라고 말해줘요. 그리고 그 이유를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집니다. '너희 말이 틀렸어'라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맞아 남자도 힘들어. 군대 나쁜 거 맞지. 남자가 여자보다 노동현장에서 많이 죽는 것도 사실이고. 그럼 진짜 문제가 뭘까?'라고 화두를 던지는 거예요. 제가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게 아니라 거듭된 질문을 통해서 알아서 깨닫게 만드는 거죠."

-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나누는 일이 어렵잖아요. 연구소 활동도 제약이 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활동들을 온라인에서라도 해보려고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덕분에 더 많은 분을 만나서 우리의 이야기를 전파할 수 있어서 좋아요. 새로운 장이 열린 거죠. 하지만 대면하는 것의 매력은 참여자의 생각과 삶이 변화하는 걸 직접 목격할 수 있다는 점이라, 그럴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점이 안타깝죠. 이런 활동들은 대면으로 해야 효과가 좀 더 큰 것 같아요."

"모든 담론을 다루면서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사회 만들고파"

- 연구소의 활동이 한국사회의 다양성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런 사업을 하려면 경제적인 지속가능성 문제도 중요하잖아요.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사람이 하는 일이면 당연히 인건비가 필요해요.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쳐줘야 하죠. 그런데 여전히 '선하고 착한 일 하는데 왜 돈 얘기를 하냐'는 식의 인식이 있긴 하죠. 인권 활동, 시민사회단체 활동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씩 다들 들어봤을 말일 거예요

아직도 국가사업이나 지자체 사업을 수행하거나 여러 재단으로부터 펀딩을 받아도 사업비로 지출을 할 수 있고 인건비로 지출할 수 없게끔 되어 있는 사업들이 정말 많습니다. 연구소를 만들고 2~3년 동안은 혼자 일했고 이제는 3명의 상근활동가를 둔 단체가 됐는데요. 아직 회원들의 후원금으로는 1.5명의 인건비만 충족되는 상황입니다. 우리와 같은 세상을 꿈꾸는 분들께 서 더 많이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 혹은 꿈이 있다면.
"연구소가 지속될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앞서 말했듯 인건비 문제는 늘 고민이죠. 그리고 이 사회의 다양성 증진이 부진한 건 소위 '공정 담론'을 비롯해서 차별과 억압을 구조적으로 사고하는 걸 가로막는 기득권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는 데에 제 몫을 하고 싶습니다. 모든 담론, 인권과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동물권까지 다루면서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해당 연재물은 공동작업물의 형태로 독립출판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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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읽고 보고 쓰고 있습니다. 사회학을 공부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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