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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산업디자인학과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부동산 관련 학과를 다녔던 곽병채(31)씨가 2015년 6월 "한 번 베팅 해볼 만하겠다고 판단"해 화천대유에 입사했고, "580억 원의 추가 공사비를 계상하지 않은 채 배당금으로 모두 소진하는 결정이 있기 직전 발견해 회사가 위기 상황에 처하는 것을 막은 공로" , "업무 과중으로 인한 건강악화에 대한 위로" , "7년간 근무한 공적을 인정"받아 50억원의 성과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이라며 "대장동 사건의 본질이 수천억 원을 벌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설계의 문제냐, 그 속에서 열심히 일한 한 개인의 문제냐"라며 되려 당당하게 항변하고 있습니다.
  
50억 원은 일용직 농업노동자 58명의 목숨값
 
2018년 5월 1일 영암에서 벌어진 산재사고.
 2018년 5월 1일 영암에서 벌어진 산재사고.
ⓒ YTN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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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인 2018년 5월 1일. 노동절에 전남 영암에서 무를 수확하는 밭일을 끝내고 귀가하던 할머니들을 태운 버스가 추락해 7명의 농업노동자가 숨지고 7명이 부상당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모든 언론은 산재사고가 아닌 교통사고로 보도했습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시행령은 법인 등록을 하지 않은 농사꾼에게 고용돼 일을 하다 발생한 재해를 산재 인정 예외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아무도 산재사고로 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2조(법의 적용 제외 사업) 6. 농업, 임업(벌목업은 제외한다), 어업 및 수렵업 중 법인이 아닌 자의 사업으로서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사업


참사가 벌어지고 4개월여가 지난 2018년 9월 13일. 근로복지공단 목포지사는 영암 버스사고 피해자 및 유가족이 신청한 산재 유족급여와 장의비·요양급여 등 지급을 승인합니다.

해가 나면 밭에 들어가고, 날이 저물어야 밭에서 나오는 힘겨운 노동으로 평생을 살아온 그들이 살아서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죽거나 다친 후에야 노동자로 인정받은 것입니다. 그들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2018년 1월에 개정된 산재보험법의 출퇴근 재해를 폭넓게 해석한 결과였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3. 출퇴근 재해
나.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이에 따라 유족에게는 사망자 1명당 8500만원의 유족급여가 지급됐고, 부상자들은 치료기간에 따라 요양·휴업급여가 지급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법인이 아닌 농가에서 일하는 일용직 농업노동자가 산재 적용을 받은 첫 사례입니다.

곽씨가 6년간 일하면서 이명과 어지럼증에 시달리며 받은 50억 원은 일용직 농업노동자 58명의 목숨값보다 많은 돈입니다.

이명과 어지럼증의 고통을 이기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여전히 골프와 캠핑을 즐기는 그는 일용직 농업노동자들과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2021년 10월. 전쟁이 끝난지 76년이 지난 이 달에 독일에서는 나치 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100세 노인의 재판이 시작됩니다.

"정의엔 유효기간이 없다"며 전범들과 그들의 손발이 되어 집단 학살을 방조한 부역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는 독일과 같이 이번 대장동 사건에서 부당하게 불로소득을 취한 모든 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처벌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대장동 , #곽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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