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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검열관(Fire Protection Inspector)이란 건축물을 포함한 소방대상물에서 화재를 예방하고 인명안전에 관한 검사 및 법집행을 위해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을 뜻한다. 사진은 지난 6월 18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자료사진).
 소방검열관(Fire Protection Inspector)이란 건축물을 포함한 소방대상물에서 화재를 예방하고 인명안전에 관한 검사 및 법집행을 위해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을 뜻한다. 사진은 지난 6월 18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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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방검열관(Fire Protection Inspector)이란 건축물을 포함한 소방대상물에서 화재를 예방하고 인명안전에 관한 검사 및 법집행을 위해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으로서 업무 수행을 위한 자격을 갖추고 그에 상응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을 총칭한다.

소방검열관의 업무를 대략적으로 나열해보면, 민원처리, 소방검사 및 법적용, 건물 내 최대 수용인원 계산, 법정 증언, 각종 인허가, 용접 및 불꽃놀이 관련 허가증 교부, 도면 검토, 소방교육, 홍보 등이다.

소방검열관 자격기준은 '미국방화협회(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에서 만든 [NFPA 1031, Standard for Professional Qualifications for Fire Inspector and Plan Examiner]에서 정하고 있다.

소방검열관이란 

미국방화협회는 한국의 화재보험협회와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는 비영리기구다. 정부기구가 아닌 까닭에 그들이 만든 300여 가지의 소방 관련 기준은 원칙적으로 법적 강제력을 갖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방화협회의 공적인 위상과 역할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소방시장과 기준을 선도하는 거대한 공룡과도 같다.

바로 이곳에서 만든 자격기준에 따라 소방검열관은 초급(Fire Inspector I), 중급(Fire Inspector II), 고급(Fire Inspector III)으로 사무가 나뉜다. 즉 가지고 있는 자격증이 무엇이냐에 따라 할 수 있는 업무가 차별화된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소방검열관 초급 자격을 가진 사람은 민원을 해결한다든지, 또는 소방 도면을 검토하는 업무를 할 수 없다. 물론 현실에서는 업무를 칼로 베듯이 자를 수 없겠지만 각각의 기준이 업무의 질과 양을 결정하는 척도가 된다.

미국의 소방관 자격증은 법적으로 취득해야 하는 최소한의 요건으로써 한국의 운전면허증과 같은 성격을 띤다. 이는 업무 숙달도와는 별개의 문제로 일단 자격을 취득한 후 현장에서 업무를 하면서, 그리고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업무능력을 성장시켜 나가는 구조다. 하지만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면허가 없으면 무면허 운전자인 것과 마찬가지로, 소방관이 해당 직무의 자격증을 갖추지 못했다면 문제가 된다.

소방관을 단순히 체력이 좋아야 한다거나 또는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으로 규정하기에는 표현이 부족하다. 그들은 의사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한다. 당연히 관련 법과 기준들을 잘 알아야 하고 소방공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관계인과의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법과 정책이 완벽하다고 해도 결국 일을 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격을 갖추고 현장에 투입되지만, 현실은 온통 교과서에서는 나오지 않는 불편한 진실들로 가득 차 있다. 예를 들면 건물 관계자가 없이 방치된 건물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한편 군 시설 내부의 미사일 옆에서 용접을 하겠다는 경우는 또 어떤가. 비행기 격납고의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동파된 소화설비로 인해 비누거품과 같은 소화약제에 흠뻑 묻혀있는 전투기를 보는 심정도 만만치 않기는 매한가지다.

소방검열관에게 필요한 자질 

소방검열관은 단순히 소방시설만을 검사하는 서비스맨이 아니다.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현재의 위험은 물론이고 잠재적인 위험요소까지 찾아내 시정조치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 행정을 강구해야 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서 화재예방이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민원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친절함을 넘어 저자세로 일관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법적으로 강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또 그 권한은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는 선한 동기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쉽고 편한 길을 선택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  

미 공군 소방시스템에서는 소방검열관이 공사를 위한 계약시점부터 활발하게 개입하도록 하고 있다. 모든 공사에 대한 회의, 현장점검, 설계변경 등의 과정에서 계약담당관, 엔지니어, 공사 관계자들과 협업을 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에는 제동을 걸어야 할 때도 있다.

규정에서 심각하게 벗어난 경우에는 승인을 하지 않고 부대 최고 책임자인 사령관에게 공을 넘기기도 한다. 소방서에서는 승인할 수 없으니 사령관이 재량껏 결정하라는 제스처로 해석할 수 있으며 사령관이 서명하면 법적인 책임은 소방서의 영역을 벗어난다. 그래서 미국의 소방서에서도 적발보고서를 시 변호사(City Attorney)에게 전달하도록 하고 있는데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누군가 "소방검열관은 안전을 판매하는 세일즈맨"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때로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법 집행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소방서, 소방본부, 소방청에서는 강력한 행정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는 소방검열관이 업무를 하다가 발생한 과실에 대해 면책특권을 보장해 주는 것까지 포함된다.    

이런 법적·행정적 지원에 맞게 소방검열관 스스로도 지속적으로 업무능력을 개발해야 하는 성실 의무가 존재한다. 왜냐하면 현장은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보낸 치열한 시간 10년. 나는 이 시간이 소방검열관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이미 여러 사고들을 통해 1년 내지 2년 근무하고 교체되는 순환보직이 왜 재난상황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는지를 무수히 목도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장에서는 다양한 과제들이 소방검열관의 역할과 전문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묻고 있다. 왜 맨 처음 소방검열관이 되려고 했는지에 대한 그 초심까지도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 실립니다. 다음호에서는 소방검열관이 현장에서 부딪힐 수 있는 다양한 케이스에 대한 소개와 대응 방안이 담길 예정입니다.  


태그:#이건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화재예방, #소방검열관 , #소방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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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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