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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서 일하기 전에 건강했던 아들의 모습
 쿠팡에서 일하기 전에 건강했던 아들의 모습
ⓒ 박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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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20년 10월 12일 칠곡쿠팡물류센터에서 일을 하던 아들을 잃은 엄마입니다. 제 아들 장덕준이 떠난 지도 1년여가 다 되어 갑니다. 아들이 떠난 뒤 저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들이 퇴근 후 샤워하러 들어간 욕실에서 숨이 멈추었을 때, 우리 가족은 더 일찍 발견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의 절망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들의 장례를 치르다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습니다. 동료들은 마지막 근무 중 아들이 가슴을 움켜쥐고 통증을 호소하며 주저앉았고 '체한 것 같다', '토할 것 같다'라며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호소했는데도, 회사에선 잠시 쉬게 하는 것 말고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아들은 우리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스물 일곱 번째 추석을 보낸 지 고작 10여일 정도 지났을 때였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맑디맑은 아들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아들을 떠내보낸 슬픔을 느낄 시간을 우리 가족은 아들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한 시간들로 채워 나갔습니다. 아들의 부검을 의뢰하고, 같이 일 한 동료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쿠팡에는 아들과 관련된 자료들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동료들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쿠팡은 근로계약서와 12주 분의 근무기록만을 주었을 뿐 다른 쟁점들에 관련된 자료들은 '제공할 의무가 없다'며 거부하였습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임금대장조차 못 받은 채 우린 아들의 죽음에 남은 의문을 쫓아야 했습니다. 심지어 쿠팡은 아들의 죽음이 '업무와 관련 없다'고 완강히 부인했고 유가족에게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어떤 연락도 해오지 않았습니다. 
  
산재 승인이 나면 쿠팡 태도가 바뀔 줄 알았습니다
   
아들이 사망한 시기에 고용노동부에서는 온라인 유통업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 중이었습니다. 또 국회에선 산업재해와 관련한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기간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무릎 꿇고 '제발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고 사정하였습니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진행했습니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풀 수 있는 곳이라면 죽을 힘을 다해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2021년 설을 며칠 앞둔 2월 9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과로로 인한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산업재해로 승인이 나면 회사의 태도가 바뀔 줄 알았습니다.

산재 승인이 난 올해 2월 9일, 쿠팡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저희는 당연히 유족인 우리에게 사과를 먼저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사과는 끝내 없었고, 쿠팡측은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말만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함께 만나길 원했고, 쿠팡 측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마침내 만났습니다. 저는 산재인정도 되었고, 쿠팡으로부터 연락도 왔으니 잘 해결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만남에서도 쿠팡은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들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는 말만 하기에 바빴습니다. 심지어 언론에는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지원에도 적극 임하겠다', '근로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얘기해놓고, 뒤로는 유족과 과로사 대책위를 기만하는 행동을 이어왔습니다. 산재 청문회에서도 국민들이 지켜보는 곳에서는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숙이더니 정작 청문회가 끝난 뒤엔 유족에게 어떤 연락도 해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유족과 대책위를 기만하는 쿠팡을 언제까지 지켜보기만 해야 합니까?

첫 기자회견 후 쿠팡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쿠팡 본사의 모습.
 서울 송파구 신천동 쿠팡 본사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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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못한 저희는 쿠팡의 이중적인 모습을 알리기 위해 지난 5월 13일부터 전국을 돌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대구를 시작으로 부산, 창원, 광주, 전주, 대전, 청주, 수원, 인천을 돌아 서울 쿠팡 본사 앞까지, 한 달 반 동안의 여정이었습니다.

첫 번째 기자회견을 연 때로부터 3일째 되던 날, 쿠팡에서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우리는 언제든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을 전달했고,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먼저 합의하는 것이 우리의 뜻이라는 걸 분명히 밝혔으며, 그 때부터 재발방지대책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7월 15일 이후 쿠팡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습니다. 

이렇게 일방적인 횡포를 저지르는 회사가 국내 세 번째로 많은 고용을 창출한다고 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이 아닌 '단기계약직'으로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이 실내온도가 37℃를 넘는 무더위에 냉방기 하나 없이 일하고, 한겨울에는 난방기 없이 핫팩으로 버티는 곳이 쿠팡입니다. 이곳의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이상 강도 높은 노동을 하지만, 쉬는 시간을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고 휴게시설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노동자가 언제 쓰러져도 이상할 것 없는 무방비 상태의 회사, 바로 쿠팡의 민낯입니다.

아들 사망 전후로 1년여 동안 쿠팡에서는 9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쿠팡에서는 그 중 산재인정을 받은 사례는 1건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떤 유가족은 산재신청을 했는데 조사가 길어져서 사망한 지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서류정리 중'이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합니다. 

유가족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안겨준 장면

제 아들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 청년이었습니다. 그 나이 또래들처럼 게임과 영화를 좋아하고 특히 프라모델을 좋아했던, 갓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었습니다. 지난해 이맘 때 아들과 울릉도에 가자며 여행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배편과 숙소를 알아보며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행 날짜를 확정하면 배편을 예약할 것"이라며 들뜬 얼굴로 집을 나선 것이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다가오는 추석이 두렵습니다. '아들의 차례를 지내야 하나?', '가족들이 모이면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늘 전전긍긍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모임도, 만남도 피하고 있습니다. 남은 네 식구가 모여 앉아도 우리 곁에 없는 아들에 대한 얘기는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평범한 한 가정을 이렇게 파탄낸 쿠팡은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 없습니다. 남은 가족들은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데 말입니다.

지난 6월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당시 소방관 한 분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은 우리 가족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안겨주었습니다. 그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쿠팡의 대표와 김범석 전 의장이 조문을 하였습니다.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그 때 저희들이 느낀 비참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회사를 위해 일한 노동자들에 대한 존경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최소한 사과 한 마디는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어떻게 사람의 목숨값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란 생각에 저희들은 좌절했습니다. 그 경험은 쿠팡이라는 회사는 노동자들을 부속품으로 취급하며 노동자들의 안전이나 생명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쿠팡방지법' 제정을 촉구합니다
 
2020년 10월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야간 근무를 한 뒤 숨진 고 장덕준씨의 유가족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열악한 노동실태 개선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알리며 동참을 호소했다.
 2020년 10월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야간 근무를 한 뒤 숨진 고 장덕준씨의 유가족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열악한 노동실태 개선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알리며 동참을 호소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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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쿠팡이라는 회사를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제 아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또 누군가의 가족이 우리 아들처럼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에, 여기서 멈출 수가 없습니다. 아들이 없는 삶은 지옥입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런 지옥을 겪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일 쿠팡 노동자의 생명이 파괴되어 그 가족이 피를 토하며 우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세요.

저희들은 유족과 과로사대책위를 기만하는 쿠팡의 이중적인 모습을 알리고 생명을 담보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쿠팡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했습니다. 쿠팡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이제 국민이 청원 참여로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더 머리 숙여 부탁드립니다.

* 청와대 국민청원 링크 바로가기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tDNBX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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