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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활발히 이동하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다. 적어도 인류가 인지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바이러스의 이동이 가장 활발하다. 이 때문에 인류의 행동반경은 현저히 위축돼 있다. 국경을 넘는 이동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이동도 제약을 받고 있다.

이 와중에도 두 가지 이동만큼은 인류 내부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두 가지 공통점은 국가권력과 관련돼 있다.

첫 번째는 군대의 이동이다. 최근 들어 군대의 이동 규모와 행동반경이 현저해지고 있다. 이 현상을 이끄는 것은 미국과 서유럽의 군대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이 군대의 이동이 코로나 팬데믹 중에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이들의 이동은 한반도 인근에서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일례로, 5월 11일에는 프랑스 육군이 미국 해병대 및 일본 육상자위대와 함께 부산 남쪽 규슈 일대에서 6일간의 합동군사훈련에 돌입했고, 8월 24일에는 네덜란드 해군 프리깃함과 영국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호 등이 오키나와 남쪽 해상에서 미·일 해군과 연합군사훈련을 벌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18년 10월 14일 일본 육상자위대 사열 행사에서 예를 표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18년 10월 14일 일본 육상자위대 사열 행사에서 예를 표하고 있다.
ⓒ 총리 관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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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를 포위하는 군대 이동도 활발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러시아를 견제하고 있는 구도 하에서, 미국과 서유럽 군함들이 터키 위쪽 흑해로 이동해 남쪽에서 북쪽으로 러시아를 견제하는 양상이 추가되고 있다. 6월 28일에는 미국을 비롯한 32개국 군대가 흑해로 이동해 '시 브리즈(Sea Breeze)'라는 다국적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흑해로 군대를 파견하고 좀 더 강력한 해풍(sea breeze)을 일으킬 목적으로, 흑해 북쪽이자 러시아 남쪽인 우크라이나와의 군사동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청해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6천만 달러(약 695억 원)의 군사비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국방부도 1억 5천만 달러의 국방 지원을 약속했다.

활발한 군대의 이동... 그리고 

중·러를 견제하는 미국·서유럽의 군대 이동이 활발한 가운데, 또 다른 이동이 인류 내부에서 현저해지고 있다. 이 역시 위에서 국가권력과 관련이 있다. 위의 첫 번째 이동이 국가권력의 통제 하에 전개되는 것이라면, 두 번째 이동은 그 통제를 벗어난 이동이다. 세계적으로 전개되는 난민의 이동이 그것이다.

지난 7월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가 발행한 <2020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현재의 세계 난민은 2640만 명이다. 유엔난민기구와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에 등록된 난민만 2640만 명이고, 타의에 의해 고향을 떠나 이동 중인 사람들까지 합하면 8240만 명이다.

난민이 가장 많이 배출된 곳은 2011년부터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재스민 혁명(아랍의 봄) 와중에 시리아 내전이 발생한 이곳에서는 670만 명의 난민이 배출됐다. 미국의 경제제재와 좌우 갈등으로 인해 혼란과 위기를 겪는 베네수엘라에서는 400만의 난민이 공식 보고됐다. 2015년부터 발생한 베네수엘라 난민이 500만을 넘는다는 보도도 있었다.
 
주한 팔레스타인인, 시리아인, 노동자연대 회원 등이 지난 5월 18일 서울 청계광장 부근 이스라엘 대사관앞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이 1주일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격하면서 58명의 어린이를 비롯해 최소 197명이 사망했다며, 봉쇄된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은 인종청소와 같다고 규탄했다.
 주한 팔레스타인인, 시리아인, 노동자연대 회원 등이 지난 5월 18일 서울 청계광장 부근 이스라엘 대사관앞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이 1주일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격하면서 58명의 어린이를 비롯해 최소 197명이 사망했다며, 봉쇄된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은 인종청소와 같다고 규탄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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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뒤를 아프가니스탄(260만), 남수단(220만), 미얀마(110만)가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작년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와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난민 수는 이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전쟁이 진행 중이거나 경제위기가 발생한 곳에서 배출된 전 세계 난민들이 최종 목적지로 생각하는 곳은 주로 미국과 서유럽이다. 이 두 곳을 향한 난민 이동이 세계 각지에서 혼란상을 빚어내고 있다.

전세계 각국에서 보고되는 난민들... 향하는 곳은 미국·서유럽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지 시각으로 지난 2일 멕시코 언론들은 미국 이민을 희망하는 중남미인들의 북상 시도로 인한 멕시코 남부의 혼란상을 보도했다. 사막을 이동하는 대상(caravan)처럼 걷거나 차를 타고 집단 이동한다 해서 캐러밴으로 불리는 이들의 미국행을 막고자 멕시코 군경이 출동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무력 충돌이 연일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7월 26일에는 유엔 국제이주기구가 '내전 중인 리비아에서 난민을 태운 선박이 출항했다가 전복돼 57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금년 들어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유럽으로 가다가 지중해나 대서양에서 익사하는 난민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이 기구는 언급했다.

근래 들어 두드러지는 군대의 이동은 미국과 서유럽이 그 진원지다. 난민의 이동은 바로 그 미국과 서유럽을 향하고 있다. 미국·서유럽 군대는 북반구의 러시아·중국을 겨냥하는 데 반해, 주로 남반구에서 발생하는 난민들은 미국과 서유럽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서유럽에서 일어나는 군대 이동은 국가권력의 통제 하에 전개되는 반면, 미국·서유럽을 향한 난민 이동은 그 통제를 벗어나 있다. 그래서 미국과 서유럽이 보다 주시해야 할 것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라고 할 수 있다. 국가권력의 통제 밖에서 예측불허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난민의 유입으로 인해 미국에서는 주로 일자리 감소 문제가 나타나는 데 비해, 유럽 특히 동유럽에서는 정치 시스템의 동요까지 일어나고 있다. 난민 배척을 부르짖는 극우정당들이 동유럽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폴란드와 더불어 동유럽 극우세력의 아성인 헝가리에서는 극우정당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정권을 잡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발생한 난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것이 동유럽이다 보니, 난민 이동으로 인한 정치적 효과도 이곳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서유럽 역시 요동치고 있다. <스카이뉴스> 등 영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현지 시각 9월 6일 하루에만 해도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 입국을 시도한 사람이 1천 명 넘게 목격됐다고 한다. 난민 유입으로 인한 민심이반을 우려하는 영국 내무부가 '1천 명은 과장'이라며 '실제는 800~850명이다'라고 축소해서 발언했지만, 오십보백보의 차이밖에 없는 설명이었다.

이처럼 난민 문제로 고심하다 보니, 영국 정부는 자국에 망명을 신청한 외국인들을 영국 밖에서 수용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6월 28일자 <더타임스> 및 <워싱턴 포스트> 등은 '망명 신청자들을 영국 밖으로 보내 망명 절차를 밟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세계 각지 난민들이 이처럼 미국·서유럽을 향해 이동하고 있지만, 이들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은 제3국들이다. 미국·서유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국가 또는 분쟁 발생 지역의 주변 국가들에서 난민들이 발길을 멈추는 일이 많이 생기고 있다. 위의 유엔난민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한 5개국은 터키(370만), 콜롬비아(170만), 파키스탄 및 우간다(각각 140만), 독일(120만)이다.

급격히 늘어난 아프간 난민들... 나라마다 다른, 이들을 맞는 자세

독일을 제외하면 미국·유럽 밖의 국가들이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하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국·유럽이 이 때문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감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난민들이 자국에 오기 전에 이동을 멈추게 하고자 미국·유럽이 상당한 재정 지출을 감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가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한 것은 북아프리카·중동 난민들이 자신들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서방 국가들의 재정 지원 때문이다. 근래 들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롯한 터키 정부의 발언권이 점점 높아지는 데는 이 문제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탈레반의 카불 점령으로 아프간에서 난민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지난 2일 시그리드 카그 네덜란드 외무부장관의 방문을 받은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부장관은 난민 문제와 관련해 거드름을 피우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의 발언은 "유럽연합의 접근 방식이, 돈을 줄 테니까 터키가 난민들을 가둬두라는 식이라면 협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돈을 줄 테니 난민을 막아달라는 식이라면 더는 협조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 한마디로 '돈만 갖고는 안 된다'는 이 발언 아래에는,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과 터키인들의 무비자 유럽연합 입국이 성사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7월, 이스탄불 탁심광장에서 사람들이 터키 국기를 흔들고 있는 모습.
 2016년 7월, 이스탄불 탁심광장에서 사람들이 터키 국기를 흔들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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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카라에서 벌어진 이 장면은 미국·서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을 제3국을 앞세워 막는다 해도 미국·서유럽이 재정 지출까지 피할 수는 없음을 잘 보여준다. 세계 난민의 이동이 어떤 식으로든 미국·서유럽에 부담을 안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군대의 이동보다 강력한 것은 어쩌면 난민의 이동이다. 난민의 이동은 전쟁 이상으로 세계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기후변화나 경제위기 등에 기인한 북방 유목민의 남하가 중국 역사를 얼마나 극적으로 변화시켰는지는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난민의 이동이 민족대이동 수준에 도달하면, 그 난민들이 가고자 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새로운 단계로 내몰리곤 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인류의 이동이 제한되는 속에서도, 군대의 이동과 함께 점점 활발해지는 난민의 이동이 궁극적으로 미국과 서유럽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기존 세계질서의 주류인 미국·서유럽을 향한 난민의 대이동은 그 발걸음이 제3국에서 멈추는 경우에도 세계 주류 국가들의 운명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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