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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9월 1일 경남도교육청 계단에서 "직업성 폐압, 초고강도 노동. 죽음의 급식실. 노동환경 개선, 노동강도 완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9월 1일 경남도교육청 계단에서 "직업성 폐압, 초고강도 노동. 죽음의 급식실. 노동환경 개선, 노동강도 완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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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실 조리노동자들이 직업성 폐암 판정을 받자 시민단체가 노동환경 개선과 노동강도 완화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지부장 강선영, 아래 학비지부)는 1일 경남교육청 중앙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식실 조리 환경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학비지부는 경남지역 급식노동자 암 환자 발생 현황을 통해 현재 암을 앓고 있는 노동자가 48명이라고 했다. 혈액암 3명, 유방암 18명, 자궁암 7명, 폐암 6명, 갑상선암 9명, 대장암 4명, 위암 1명 등이다.

학비지부는 "전수 조사가 아니라 지회별로 암 진단을 받은 조합원 현황을 파악했고, 개인신상 문제로 밝히기를 꺼리는 탓에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실제 암 진단을 받은 노동자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학교 급식노동자 가운데 현재까지 직업성 암 인정을 받은 사례는 없다. 지금까지 충북 1건, 경기 2건, 강원 1건, 부산 1건이다.

이에 대해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경남에서 직업성 암 인정을 받은 사례는 없고, 조사 진행 중인 사례는 3건이다"라며 "학비지부에서 밝힌 현황은 자체 조사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환경 개선해야"
   
이날 급식노동자들은 현장 발언을 통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2000년 9월에 초등학교 급식소에 입사하여 21년째 조리실무사로 일하고 있다고 밝힌 A조합원은 "급식소 근무한 지 17년째 되던 해인 2016년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휴직 후 수술을 받았다"며 "지금은 잘 치료를 해서 완치가 되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A조합원은 "얼마 전 경남 어느 시골 작은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조리사가 특발성폐섬유증이라는 폐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알고 보니 그 학교에는 환풍 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경남의 어떤 학교는 급식소 근무자가 5명인데 그중에 3명이 암에 걸렸다. 알아보니 급식소가 반지하 시설로 되어있어 환기가 잘 안 되고 습기가 가득하고 물이 잘 고이는 구조였다"며 열악한 조리환경을 지적했다. 

사례는 더 있었다. A 조합원은 "어떤 학교는 근무하시던 한 분이 암으로 돌아가시고, 다른 한 분은 혈액암 진단을 받고 치료받고 있다"며 "여기도 알아보니 악취가 심하고 구역질이 날 정도로 공기가 안 좋은 지역인 데다가 암모니아 가스와 폐 질환을 일으키는 아황산가스에 노출되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A조합원은 "가슴 아프고 슬픈 생각이 든다. 왜 우리가 아이들에게 맛있는 급식을 해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며 보람을 느끼는 대신 비참한 상황을 맞이해야 하는지 안타깝다"면서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시급하게 급식실 환경을 개선해서 우리 노동자들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요구했다.

이어 "지하나 반지하 급식소를 지상으로 옮기고, 오래된 환풍 시설이나 공조기 교체와 급식실 표기 환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교육청은 예산이 없다며 미루지 말고 일하는 사람의 생명을 먼저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9월 1일 경남도교육청 계단에서 "직업성 폐압, 초고강도 노동. 죽음의 급식실. 노동환경 개선, 노동강도 완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9월 1일 경남도교육청 계단에서 "직업성 폐압, 초고강도 노동. 죽음의 급식실. 노동환경 개선, 노동강도 완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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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발언이 이어졌다. 거제의 한 초등학교에서 11년간 급식소에서 조리실무사로 근무한 B조합원은 "지난 2020년 6월 갑상선암 판정을 받고 같은 해 7월에 수술을 받았다"며 "그해 옆에 일하던 동료까지 유방암 판정을 받으면서 더욱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기구, 기계들이 깨끗하고 환경 또한 위생적이라 행복한 밥상을 모든 이에게 줄 수 있을 것 같아 열심히 일했다. 그때는 독한 약품, 세제들의 안 좋은 성분들로 몸이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근무 환경에 대해 B조합원은 "뜨거운 큰 가스 화구 속에서 매일 뜨거운 국이 끓여졌고, 키 큰 오븐은 쉴 새 없이 구워졌다"며 "2m 가까운 커다란 전판에 허리 숙여 2시간 동안 쉼 없이 전을 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근무한 학교의 조리장은 천장이 낮고 창문이 없었다. 공사를 해서 창을 만들었지만 환기는 여전히 안 됐다. 환풍기와 작은 후드는 조리장의 탁한 공기를 빨아 당기기에 역부족이었다"며 "조리장은 숨이 턱턱 막히고 눈은 매워 충혈되고 아팠다"고 덧붙였다.
  
B조합원은 "특히 비 오는 날이나 전을 굽거나 튀김이 있는 날에는 고통이 더욱 심해져 메스꺼움과 두통을 호소했다. 조리장 밖으로 한두 사람씩 뛰어나가기도 했지만 금방 다시 들어와서 남은 요리를 끝내야 했다"고 회상했다.

B 조합원은 "3식 급식소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오전 5시부터 오후 7시 이후까지 세 끼의 밥을 짓고 강도 높은 청소를 한다. 현장의 실태는 직접 일을 하는 우리 노동자들 외엔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이제부터는 건강한 작업환경을 위해 현장을 바꾸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학교 급식실의 배치기준 하향해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9월 1일 경남도교육청 계단에서 "직업성 폐압, 초고강도 노동. 죽음의 급식실. 노동환경 개선, 노동강도 완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9월 1일 경남도교육청 계단에서 "직업성 폐압, 초고강도 노동. 죽음의 급식실. 노동환경 개선, 노동강도 완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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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참석한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빨리 개선해야 한다"며 "부엌이나 식당이 가장 안전해야 하는데,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박봉열 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급식실의 노동환경을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학비지부는 회견문을 통해 "급식실에서 발생하는 모든 산재의 근본적 원인은 짧은 시간 급식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압축적인 고강도 노동 때문"이라며 "급식노동자들이 폐암으로 죽어가는 이유는 학교급식노동자의 폐암 산재인정 전문조사심의 결과에 명시되어 있듯이 1인당 담당하는 급식 인원이 공공기관보다 2~3배 이상이 높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학비지부는 "우리는 더 이상 폐암으로 죽고 싶지 않다. 일하다가 다치고 병들어 산재신청을 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급식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우리 급식 노동자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 이것이 그렇게나 큰 바람인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교육 당국은 지금 당장 암환자 전수조사를 시작하라", "근본적으로 학교급식실의 배치기준을 하향하라"고 촉구했다.

태그:#학교비정규직, #급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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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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