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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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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항의·반발 후 퇴장 → 여당 의결 강행'이라는 21대 국회의 '쟁점 법안 처리' 공식이 또 한 번 되풀이됐다. 25일 새벽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이날 법사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 등을 신설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전날부터 이어진 회의에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무리한 진행'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여당 간사 박주민 의원이 뜻을 굽히지 않자 오전 1시 3분경 "참여하는 게 의미 없다(야당 간사 윤한홍 의원)"며 자리를 떴다.

국민의힘, 시간 끌고 또 시간 끌었지만... 

당초 법사위는 24일 오전 전체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군사법원의 관할권 중 성범죄, 사망사건은 1심부터 민간법원에서 진행하고 항소심을 맡던 고등군사법원은 폐지하는 군사법원법 개정안 심사로 회의 진행이 늦춰졌다. 이날의 핵심 쟁점은 언론중재법이었던 만큼, 국민의힘은 회의 시작 전부터 법사위 복도에서 "언론장악 언론탄압, 민주당은 중단하라"고 외쳤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내로남불의 극치"라며 "민주당이 헌법을 무시하고 오늘 '언론재갈법'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킨다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붕괴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한홍 의원은 오후 3시 20분 개회하자마자 "언론중재법을 포함해 타 상임위에서 날치기 처리된 법안이 그냥 올라왔다"며 "원내지도부끼리 야당에 상임위원장 7개를 넘겨주기로 합의하니까 그 전에 날치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박주민 의원은 법무부와 대법원, 법제처, 감사원, 헌법재판소의 2020년 결산보고와 법사위 소관 법률 심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의 발언이 잇따르면서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오후 10시가 넘어가자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위원장님, 회의 진행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오전 10시 전체회의 통보 받고 왔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연기되고, 지금 법안 하나 통과 안 시키고 12시간이 지났다"고 항의하기까지 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간사(오른쪽), 권성동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주민 위원장 직무대행이 차수 변경을 위해 산회를 선포하자 항의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한홍 간사(오른쪽), 권성동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주민 위원장 직무대행이 차수 변경을 위해 산회를 선포하자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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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 김영배 의원이 25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 김영배 의원이 25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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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10시 17분, 드디어 다른 상임위 소관 법률 심사가 시작됐다. 첫 안건은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축소하는 국회법 개정안으로, 운영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 처리한 법안이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체계·자구심사권은 법사위 고유 권한이라며 반발했다. 두번째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으로, 역시 여야 기획재정위원들이 합의해서 넘긴 안건이었다. 이번에는 전주혜 의원 등이 이의를 제기했다. 

박주민 의원 : "지금 야당에서 다 세율에 왜 이렇게 높냐고 하는데, 그건 법사위에서 고칠 수 없지 않나."
권성동 의원 : "법사위는 대체토론 동시에 정책질의도 해왔다. 그게 오랫동안의 관행인데 현안질의 시간을 안 주니까 대체토론시간을 이용해서 하는 거다. 왜 안 주나."


세번째 순서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의료법 개정안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연거푸 복지부 자료를 요구하거나 질의를 이어가며 시간을 끌었다. 결국 박주민 의원은 자정을 넘으면 회의 차수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오후 11시 37분 산회했다가 25일 0시 후에 속개하겠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25일 0시 39분, 다시 회의가 시작됐다. 약 1분 후 입장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박주민 의원이 일방적으로 안건을 정한 데 이어 일방적으로 차수 변경까지 했다며 반발했다. 

윤한홍 의원은 "국회법 93조의 2에 보면, 법사위에서 당일 처리한 것은 본회의에 못 올린다"며 "차수 변경해서 처리해도, 25일 오늘 본회의 상정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사실은 야당에서 계속 시간끌기한 것 아니냐"며 "아까 체계·자구심사하겠다면서 (종부세 1주택자 추가공제 기준을)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변경하는 걸로 질문을 얼마나 많이 했나"고 받아쳤다. 

민주당, 차수 변경 강행... 야당 퇴장 후 사실상 단독처리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25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퇴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25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퇴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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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여야는 설전을 주고받았고, 몇 분 뒤 국민의힘 법사위원 5명은 전부 퇴장했다. 박주민 의원은 곧바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을 정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 사립학교 교직원 채용시험을 시·도 교육감에게 위탁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구글인앱결제를 금지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도 줄줄이 의결됐다.

다만 몇몇 여당 의원들은 여전히 언론중재법 일부 개념이 모호하다며 1시간 넘게 심사를 이어갔다. 급기야 오전 3시 25분, 법사위는 심도 깊은 검토를 위해 20여분간 정회했다. 최종적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관한 정의 중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서 '명백한'이 빠지고,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등이 삭제됐다. 

오전 3시 55분 박주민 의원은 마침내 언론중재법을 의결한 뒤 산회를 선포했다. 야당은 물론 언론관련 단체들도 국회 정문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악 저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반대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매듭 지을 계획이다. 

태그:#언론중재법, #민주당, #국민의힘, #언론, #법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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