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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것으로, 이 교수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군산시 나포면 강변 선착장에 핀 녹조.
 군산시 나포면 강변 선착장에 핀 녹조.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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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우리 4대강에는 어김없이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수많은 댐으로 물길을 꽁꽁 틀어막은 4대강에는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녹조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올 여름은 장마도 길지 않았던데다가 날씨도 유독 더워 녹조가 더욱 창궐하고 있을 게 분명합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MB정부가 그 사업을 추진할 때도 그랬지만 그 후에도 보수언론은 꿋꿋이 그 사업을 지지해 왔습니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데 보수와 진보가 의견이 갈려야 할 이유가 하등 없는데도, 그들만은 웬일인지 한사코 그 사업을 싸고 도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여온 것입니다. 편견에서 벗어나 녹조로 뒤덮인 4대강을 한 번이라도 보면 자신이 틀렸다는 걸 바로 깨달을 수 있을 텐데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요.

그런데 오늘 아침 J일보에서 뜻하지 않은 기사를 하나 보았습니다.

"녹조 독소가 미세먼지처럼 콧속으로 쏙?... 환경부 조사 나선다"라는 제목의 기사인데, 그동안 이 신문이 견지해온 자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기사여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 기사는 녹조가 우리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여러 가지 학술적 분석 결과를 소개하면서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녹조가 단지 강에 서식하는 생물에게 악영향을 주고 상수도원이나 농사용 물로 사용할 때 문제를 일으킨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문제도 그리 사소한 것은 아니고 아직 우리가 그 위해의 정도를 잘 몰라서 그렇지 상당히 심각한 것일 수 있습니다.
 
금강 하굿둑에 핀 녹조.
 금강 하굿둑에 핀 녹조.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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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의 기사를 보면 녹조의 문제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녹조에 있는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 독소가 공기를 통해 확산해 주변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군요(녹조는 남조류라고도 불리는 시아노박테리아가 대대적으로 번식한 결과 발생한다고 합니다). 즉 시아노박테리아 독소의 에어로졸화가 이루어져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환경부는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답니다.

해외에서는 시아노박테리아가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 같은 독소를 생성하고 이것이 미세먼지처럼 공기중에 떠다니다가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호흡기로 들어가 건강 피해를 준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답니다.

마이크로시스틴의 독성이 사람과 동물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음은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녹조가 핀 연못 물을 먹은 소가 죽었다거나, 녹조로 오염된 수초를 먹은 새를 잡아먹은 독수리가 죽었다는 등의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사람에게도 위장염과 비알코홀성 간질환, 근위축성 측상경화증 같은 질환을 일으킨다고도 하고요.

미국의 한 연구는 호수에서 발생한 녹조와 이에 포함된 마이크로시스틴 그리고 (주변 주민들의) 간질환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밝혀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한 연구자가 "유해 조류 대발생 강도와 4대강 인근 시군구 지역 주민의 간질환 발생률 사이에 의미 있는 연관성이 있었고, 특히 4대강사업 완료 후 연관 정도가 의미있게 증가했다"는 분석결과를 낸 바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해 이 두 연구결과가 녹조가 간질환을 일으킨 원인이 되었다는 식으로 인과관계를 명백하게 밝혀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인과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황증거는 분명 있다는 것이고, 추후 좀 더 엄밀한 분석을 통해 인과관계의 존재 여부가 밝혀질 것입니다.
 
금강 하굿둑부터 부여군 웅포대교까지 뒤덮은 녹조.
 금강 하굿둑부터 부여군 웅포대교까지 뒤덮은 녹조.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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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는 시아노박테리아와 마이크로시스틴이 이에 노출된 사람에게 건강상의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세계 여러 나라의 수많은 연구결과가 소상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읽으면 그동안 우리가 4대강 녹조의 위협을 너무나도 모르고 살아왔다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의 이 사태를 일으킨 자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다시금 끓어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아직은 녹조의 독소에 의한 해독이 잘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진실이 속속 드러날 것입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녹조라테의 독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어느날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입고 땅을 치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나타날지 모릅니다.

그 날이 오기 전에 하루 빨리 적절한 대책을 세워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 기사를 직접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링크로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4129998

ps. 이 좋은 기사를 써준 J일보의 강 기자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습니다.

태그:#녹조라테, #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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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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