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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교호 소들섬 앞에 당진 우강 주민들이 건 현수막이다.
 삽교호 소들섬 앞에 당진 우강 주민들이 건 현수막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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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들섬에 송전탑을 세우는 문제를 놓고 충남 당진시 우강면 주민들과 한국전력(한전) 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12일 송전탑 건설 반대 집회를 벌이던 우강면 농민들이 경찰에 강제 연행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경찰이 여성농민을 강제 연행하는 과정에서 A씨의 속옷이 노출되는 인권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송전탑 지중화를 요구하는 농민들은 "송전탑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송전탑 지중화를 요구하는 것뿐이다"라며 "한전이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전은 "법과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시 경찰에 강제 연행되었던 A씨가 16일 <오마이뉴스>에 '삽교호 소들섬을 지켜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입장문을 전해왔다.
  
소들섬은 지난 1979년 삽교호 방조제가 건설되고 난 뒤 퇴적물이 쌓여 자연적으로 생긴 섬이다. 주민들은 지난 2016년 이름조차 없던 이 작은 섬에 '소들'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우강(牛江)의 한글식 이름인 '소들 강물'에서 이름을 따왔다.

소들섬은 철새도래지로 해마다 30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찾아와 군무를 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소들섬은 가창오리의 주요 서식처이다.

A씨는 "기후변화 시대 삽교호에 구조물이 설치될 경우 삽교호 범람을 초래할 수 있다"며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송전탑 반대가 아니라 송전탑의 지중화와 삽교호 수중통과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아래는 A씨가 보내온 입장문의 전문이다. 일부 비문은 A씨와 상의를 거쳐 수정했다.
  
당진 우강 주민들이 트렉터에 소들섬을 지키자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 놓은 모습이다.
 당진 우강 주민들이 트렉터에 소들섬을 지키자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 놓은 모습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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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교호 소들섬을 지켜야 합니다. 

삽교호는 충남 천안시, 당진시, 아산시, 청양군, 홍성군 예산군 3개시 3개군으로부터 물이 모여 드는 곳이다. 삽교호는 예당수리조합이 설치되어있어 농사용으로도 사용하지만, 물 조절 기능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로 집중호우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 예로 1995년 제니스 태풍 때 경기도 일산에서는 몇몇 가옥이 침수되고 젖소가 떠내려갔다. 그때 삽교호도 예당저수지 물 기능 조절이 상실되어 방류 시작과 동시 구양도(32번 국도) 다리와 도로가 침수되고 우강평야 둑이 범람해 대피령까지 내려졌다. 만조 시간과 맞물려(백중사리) 범람하는 상황에서 위험했다. 다행히 바닷물이 썰물로 바뀌어 위기를 모면했다.

27년 전의 일이다. 그때는 소들섬(당시는 무명섬)이 아주 작았고 삽교호의 토사도 많지 않았다. 지금은 삽교호도 토사로 많이 메꾸어진 상태이다. 소들섬 크기 또한 2016년 기준, 표면으로 노출된 상태는 5만 3천 평이고 소들섬 주변을 정리하면 10만 평가량 된다.

기후변화가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초기에 소들섬을 관통하도록 설계된 당진~천안 간 고속도로조차도 노선을 바꾸었다. 소들섬 관통하도록 설계되었던 당진~천안 고속도로 노선은 현재 34번 국도 즉, 삽교천 제방을 경유하는 노선으로 바뀌었다. 한국전력도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만약 삽교호에 구조물이 설치된다면 우강들판은 집중호우에 물바다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그것은 자연재해 아닌 인재일 수밖에 없다. 우강 주민들은 지금 송전건설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삽교호 송전탑 지중화 및 수중케이블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그렇게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인가. 이제는 한국전력 측이 답할 차례이다.

태그:#소들섬 , #당진 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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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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