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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의회 의원실 문에 붙은 '청소' 관련 안내문.
 창원시의회 의원실 문에 붙은 "청소" 관련 안내문.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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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건강이 우리의 건강입니다. 더위에 휴식하시며 일하시길 예~~. 8월 31일까지 제 방은 제가 치웁니다. 맡겨주십시오. 우리는 다같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7월 말부터 경남 창원시의회 의원실 문에 붙기 시작한 글이다. 의원들이 '다같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마음을 낸 것이다.

이들이 손을 내민 상대는 청소노동자들이다. 의원들은 7월 말부터 한 달 동안 자신의 방 청소를 직접 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는 청소노동자들이 여름휴가를 가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배려' 차원이다.

창원시의회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지방의회 의원실 청소는 청소노동자들이 맡고 있다. 의원실 청소는 대부분 바닥 닦기나 재활용품 처리, 쓰레기 치우기 등의 업무다. 이같은 의원실 청소는 의원들이 직접 해도 되지만, 청소노동자를 두는 이유는 '일자리 확보' 목적도 있다.

창원시의회 청소업무는 용역업체가 맡고 있으며 의회 청소는 여성 노동자 3명이 담당한다. 이들은 8월에 여름휴가를 한꺼번에 갈 수 없고, 한 명씩 순차적으로 간다고 하면 남은 노동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의원들이 '청소노동자 휴가 보내드리기' 차원에서 자기 방은 자기가 치우겠다고 나섰다. 이는 2019년에 일부 의원들이 시작했고, 올해는 더 많이 동참했다.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무소속 의원까지 참여했다. 창원시의원은 전체 44명인데, 현재까지 문 앞에 안내문을 붙인 의원은 구점득, 김우겸, 박남용, 박현재, 이종화, 이찬호, 이해련, 이헌순, 임해진, 정길상, 정순욱(가나다순) 의원을 포함해 21명이다.

청소노동자들이 비록 하루이지만 당당하게 휴가를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에 정당 구분 없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청소노동자들이 금·월요일 가운데 하루 휴가를 낼 수 있고, 그러면 토·일요일까지 포함해 쉴 수 있다.

2019년 처음 이 일을 시작했던 한은정 시의원은 "일부에서는 생색내기 아니냐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나섰다"며 "청소노동자들이 부담 없이 당당하게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그는 "8월 한 달 동안 청소업무를 줄여 주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부담감에서 제대로 쉴 수도 없게 된다"며 "그래서 여름철에 청소하는 의원실 숫자를 줄여 주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 의원은 "몇 해 전 청소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고 했는데, 정년 문제 때문에 용역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 측면도 있다. 더운 여름날에 다들 지쳐가지만,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가 우리 사회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창원시의회 의원실 문에 붙은 '청소' 관련 안내문.
 창원시의회 의원실 문에 붙은 "청소" 관련 안내문.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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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창원시의회, #청소,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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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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