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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강제 연행 되고 있는 여성 농민 A씨
 경찰에 강제 연행 되고 있는 여성 농민 A씨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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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충남 당진시 우강면에서는 한전 철탑공사를 저지하던 농민들이 경찰에 강제 연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국전력 측이 동원한 포클레인이 논을 갈아엎었고, 이에 격분한 농민들이 포클레인을 가로 막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개입한 것이다.(관련기사 : 경찰, 논 갈아엎는 포클레인 막아선 농민들 수갑채워 연행)

당시 경찰의 연행 과정에서 여성 농민 A씨의 속옷과 신체 일부가 노출되는 일이 벌어져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여성 농민 A씨는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이 앞으로 한 달 정도 후면 수확이 가능한 조생종 벼를 갈아엎은 이유에 대해 주민들은 '소들섬 철새도래지 지정 문제'를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실제로 최근환경부는 소들섬 철새 도래지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우강면 주민들은 환경부 뿐 아니라 충남도(도지사 양승조) 차원에서도 소들섬을 철새도래지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소들섬을 철새 도래지로 지정할 경우, 한전 측이 소들섬에 '철탑을 꽂는 일'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강 주민들이 "한전이 철새 도래지 지정 이전에 무리하게 철탑 공사를 진행하려는 게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바로 그때문이다. 

물론 한국전력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2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주민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지난 12일 공사는) 법과 절차대로 진행한 것이다. 주민들의 반대가 1~2년 이어 온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철탑공사를 계속 반대해 왔다"며 "주민들의 반대가 수그러들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오는 2022 말까지 전기 공급을 정상적으로 해야 한다.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기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더 들어 보고 싶었다. 물론 당시 연행되었던 여성 농민 A씨의 근황도 궁금했다. 지난 24일 기자는 경찰 연행 당시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농민 A씨를 익명으로 인터뷰했다. A씨는 "강제연행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A씨는 소들섬 철새도래지 지정 문제와 관련해서도 "소들섬은 귀중한 자산"이라며 "소들섬을 지키는 것이 마을 공동체와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것이다. 충남도는 소들섬을 하루빨리 철새도래지로 지정해 주민과 한전의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A씨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기소되면 항소하겠다"

- 경찰 연행 당시 충격이 컸을 것 같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7월 12일 집회 이후 이틀은 뜬눈으로 보냈다. 눈물샘이 터졌는지 지금도 눈물이 줄줄 흐른다. 집안에 혼자 있는 게 힘들다. 무더위에도 집밖으로 맴돌고 있는 상태이다. 집회 후 일주일사이 몸무게도 3킬로그램이나 줄었다. 일상 복귀가 힘들다. 오전에 한번 간식을 먹고 매번 식당 밥으로 대신하는 상황이다. 집회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아직은 어렵다.

당시 나는 경황이 없었다. 연행 상황에 대한 기억이 없다. 논에서 연행될 당시 노출이 심했다고 들었다. 여성으로서의 수치심은 철저히 배제 됐고, 인간이 아닌 짐짝으로 취급을 당한 것이다. 그 상황을 남편과 마을 사람들이 모두 지켜봤다. 생각할수록 여성으로서 심각한 수치심이 느껴진다."

- 경찰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기소가 된다면 항소할 생각인가.
"항소할 계획이다. 경찰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지난 12일 농민들은 트렉터에 '철새 낙원, 소들섬을 지키자'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지난 12일 농민들은 트렉터에 "철새 낙원, 소들섬을 지키자"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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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전 측이 한 달 반 정도후면 수확이 가능한 조생종 벼를 갈아엎었다. 한전이 그렇게 까지 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추수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 무리하게 논을 짓밟으며 공사를 강행했다. 국가기관인 국토관리청, 금강유역환경청, 산업통상부조차도 해당 지역의 철탑 지중화를 적극 검토하라는 취지로 한전에 공문을 보냈다. 벼를 수확한 후에 공사를 진행해도 늦지 않을 텐데, 한전이 수확이 얼마 안남은 논을 무리하게 갈아엎은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삽교호 소들섬 철새도래지 지정 움직임까지 일자 한전 측이 다급해진 것 같다."

(이와 관련해 한전 측은 "법과 절차를 지켰다"는 입장이다.)

"한전의 무리한 공사, 철새도래지 지정과 무관해 보이지 않아"

- 삽교호 소들섬을 철새 도래지로 지정하려는 계획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당진시 환경정책과에 철새 도래지 지정 관련 내용이 접수된 상태다. 환경부에서 지정하는 것은 절차상 지정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 철새도래지를 지정하는 문제는 충남도 차원에서도 가능한 것으로 안다. 한전과 주민들 간의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서라도 소들섬을 하루 빨리 철새도래지로 지정해야 한다. 소들섬이 철새도래지로 지정될 경우, 한전도 소들섬에 함부로 철탑을 꽂을 수 없을 것이다."

-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싸움이 시작된 것 같다. 주민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집회 이후 주민들의 결속력이 더욱 높아졌다. 마을 어르신들은 '힘들어도 꼭 삽교호 소들섬 지중화에 힘써 달라'며 십시일반 후원금도 모아주신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철새도래지이면서 멸종위기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삽교호 소들섬 구간의 지중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소들섬은 우리 세대뿐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자연 그대로 물려주어야할 자랑스럽고 소중한 자산이다. 소들섬 구간 지중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태그:#한전 , #소들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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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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