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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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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생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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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등 복수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차기 원장 후보에 4대강사업 공로로 홍조근정훈장을 받은 나아무개 전 한강유역청장이 올랐다. 현 국립생태원장은 7월 말로 3년의 임기가 끝난다.

환경부 관계자는 "나 전 청장은 후보 중 하나일 뿐 엄정한 심사를 거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 소식에 밝은 시민사회 한 인사는 "유력하다"라며 "사실상 내정된 분위기"라는 소식을 전했다.

2013년 10일 출범한 국립생태원은 자연생태계 보전과 생물 다양성 확립 등 생태 보전의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국가 전문기관이다. 초대 원장은 4대강사업을 강하게 비판했던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맡았다.

국립생태원은 누리집에서 "세계는 지금 생태계의 무분별한 훼손으로 멸종 위기종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라며 "이에 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한 생태 조사와 연구, 생태계 복원 및 기술개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으로 소개하고 있다.

4대강사업은 국립생태원이 밝힌 '무분별한 훼손'의 사례다. 기후변화 대비를 명분으로 삼았지만, 멀쩡할 강을 파헤쳐 망가뜨려 멸종 위기종의 위기를 가속한 사업이었다. 생태계 건강성 회복이 아닌 우리 강 생태계를 말살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사업의 공로로 훈장을 받았다는 것은 그 책임이 절대 작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MB정부 시절인 2010년 환경부 물환경정책 과장이었던 나아무개 전 청장은 4대강사업이 완료되면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정권의 헛된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후 그는 진급해 국장급인 한강유역청장까지 지냈다. 혹자는 '그 자리에 있던 죄'라고 항변할 수 있다. 정권과 윗선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공무원으로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을 것이란 말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립생태원장과 4대강 훈장 수상자는 결코 어울릴 수 없는 관계다. 어떻게 생태계 파괴 훈장을 받은 인사가, 그것도 현재까지 어떤 반성도 없는 인사가 국립생태원이라는 우리나라 생태계 수호 최전선 부서의 수장이 될 수 있는가?

더욱이 낙동강에서는 이번 폭염과 함께 '녹조라떼'라고 불리는 독성 남세균(Cyanobactera) 창궐이 우려되고 있는 시점이다. 녹조라떼는 4대강사업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생태계는 물론 사람도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 전 청장이 국립생태원장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문제다. 이는 환경부가 자신의 과오를 망각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됐다. 상처에 약을 바르는 것이 아니라 소금을 뿌려 고통을 키우는 것이자 국민을 또다시 우롱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환경부는 부적절 후보를 배제해야 한다. 그것이 환경부가 지켜야 할 기본 도리다.

태그:#국립생태원, #4대강,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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