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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휴직 중인 보건교사이다. 2학기에 복직할 계획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내 백신 접종이 급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부터 친정부모님, 동네 아이 엄마들까지 하나둘 주변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하자, 서서히 나의 백신 접종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언제 백신을 맞게 되는 것인지 점차 궁금해졌다.
 
학교에서 온 희소식 <코로나19 백신접종 예약 안내> 문자 캡처
 학교에서 온 희소식 <코로나19 백신접종 예약 안내> 문자 캡처
ⓒ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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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찰나, 7월 13일 학교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학교의 교직원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한 사전예약을 하라는 것이다. 문자에 유독 '휴직자 포함'이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 순간, 나는 그저 감사하다는 표현만 생각났다. 그래서 별도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선생님에게 '감사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제 나도 드디어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게 된 것이다.

안내의 주요 포인트로 적혀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사전 예약 시 1차 접종을 7월 28일이나 7월 29일에 예약하셔야 개학 전 8월 18일이나 8월 19일에 2차 접종을 하실 수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보내주신 메시지에는 이렇게 배려(?)가 깃든 친절 멘트도 있었다.

'당장 오늘 밤 12시부터 예약 시작입니다. 서버 마비 예상됩니다.'

감사하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이 문구들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학교마다 개학일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모두 다를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 별도로 만든 문구인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은 수업과 학생 지도, 코로나19 관련 업무까지... 요즘은 백신 접종 업무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써야할 부분들이 있구나 싶어 마음이 짠하기도 하였다.

앞으로 교사와 학생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진통이 있을까. 관련 행정 기관부터 학교 그리고 의료 현장은 얼마나 힘이 들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괴롭다. 아마도 내 경험치 때문에 그런 듯 싶다. 나 역시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시교육청과 학교 현장을 누비고 다녔던 코로나19 대응 전사였기에 남일 같지가 않은 것이다. 

내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기사를 공유하면서 자주 대화를 나누던 보건선생님으로부터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우리 보건 샘들 방학 앞두고 교직원 및 고3 접종 때문에 난리가 아니에요."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학교와 교육청에서 감염병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지치고 힘들었던 나날들이 떠올랐고 당시 내가 느꼈던,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 가슴 안쪽에서 서서히 차오르는 것 같았다.

얼마 전에도 또다른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전해들었다.

"저는 요즘 겨우 하루하루 버티며 살고 있는데... 방학이 다가오니 더 힘든 것 같아요... 살이 4kg이나 빠졌어요..."
 
방학을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코로나19 업무로 바쁜 학교 선생님들
 방학을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코로나19 업무로 바쁜 학교 선생님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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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코 앞에 두고도 이렇게 여전히 사투를 벌여야하는 우리 선생님들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매우 지쳤을 것이다. 메시지만으로도 그들의 에너지가 거의 바닥난 것이 처절하게 느껴진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학교의 모든 선생님들은 '이제는 곧 끝나겠지' 하는 심경으로 여기까지 달려온 것 같다. 나 역시도 시교육청에 근무하면서 올해 1, 2월경 동료 파견교사들과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마 올해 사람들이 백신을 맞게 되면 서서히 안정화되다가 2학기에는 완전히 정상화될 거예요."

대수롭지 않게 그렇게 했던 말들이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참으로 무색하게 느껴진다. 작년부터 올해 3월까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근무했던 현직 교사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보았다.

방학을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힘든 현실 속에서 '2학기 전면 등교'라는 교육부의 앞선 발표가 학교 방역을 담당해야 하는 많은 선생님들에게는 사뭇 두려움과 걱정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들이 2학기 개학을 위해서 다시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해야만 할 텐데, 과연 이번 여름방학 동안 온전한 쉼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끝나지 않는 신종 감염병

지금 나는 잠시 학교를 떠나 있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전해온 '코로나19 백신접종 예약 안내' 메시지로 인하여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잠시 외면했던, 아니 직면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들까지도 다시 꺼내보는 계기가 되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참으로 변화무쌍하고, 학사 운영은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향후 내가 다시 돌아갈 학교 현장을 떠올리면, 그저 '혼돈'이라는 표현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학교 현장을 잠시 떠나 있는 나는 친하게 지냈던 선생님들에게도 이제는 조금만 더 힘내라는 말조차 하기가 어려워 연락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혹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코로나19 바이러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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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내가 보건교사로 재직하는 기간 중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19가 연이어 발생하였다. 그렇다면, 나는 묻고싶다. 우리는 몇 차례 신종감염병을 거치면서 그때보다 더 나아졌는가. 향후 코로나 19가 지나간 후 우리는 정말 달라져 있을까. 오늘도 부디 나의 동료들이 평안하기만을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블로그에 올라갑니다.


태그:#코로나19, #백신접종, #보건교사, #학교방역,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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