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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10만인’은 오마이뉴스에 매월 1만 원 이상씩 정기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제주 효돈촌의 기암괴석 위에 서 있는 장태욱 편집국장.
 제주 효돈촌의 기암괴석 위에 서 있는 장태욱 편집국장.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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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니, 시 한 수 떠오르지 않나요? 한번 읊어 보시죠."

장태욱 서귀포신문 편집국장이 말했다. 지난 6월 25일 한적한 도로에서 제주 효돈천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숲길을 내려오니 비경이 펼쳐졌다. 회백색 기암괴석은 한라산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물과 바람에 식히고 깎이면서 만든 천연 조각품이다. 넓적 바위틈으로 흐르는 물은 투명 구슬 같았다. 바위로 둘러싸인 '남내소', 까마득한 깊이는 가늠할 수 없었다. 

"여긴 천연자연보호 구역입니다. 한라산과 함께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구로 지정된 핵심 지역이죠. 이 물은 돈네코, 쇠소깍으로 흘러갑니다. 처음 보존지역으로 지정됐을 때 마을 사람들은 여러 제약 때문에 불편했죠. 지금은 주민들이 생태관광을 운영하고 '내창 축제'도 엽니다. 민박을 치거나 농산물도 판매하기에 지역 경제의 효자입니다."

이날 장 국장과 함께 효돈천을 찾은 것은 세계적 명소에 대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올해부터 서귀포신문사에 참여하는 '마을 기자' 2명은 대체 무슨 기사를 퍼 올리는 것일까? 주민들이 동네 소식을 직접 알리면서,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고 지역 경제도 살리는 현장을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화산섬이 만들어낸 효돈천의 신비한 풍광 앞에 서니 탄성이 저절로 터졌다. 이 마을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마다 느끼는 심정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제주 효돈촌의 기암괴석은 한라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식으면서 형성됐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제주 효돈촌의 기암괴석은 한라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식으면서 형성됐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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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기자] 일상성과 현장성, 그리고 시간의 힘

장태욱 국장은 <오마이뉴스> 창간 초기인 2003년 '농사꾼 시민기자'로 가입해 활동하면서 이름을 날렸다. 그는 2006년 2월에 쓴 "귤 농사꾼이 '텔몬트' 최민식에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한미FTA에 대한 영화인들의 이중적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받았다. 제주 해군기지가 들어설 때에도 '전쟁터 강정마을'의 다급한 소식을 현지에서 연일 쏘아 올렸다. 

대부분 굵직한 이슈였는데, 그는 직업 기자들처럼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팩트를 왜곡하지 않았다. 그는 현장에서 검증된 기사를 썼다. 농사꾼 시각으로 정치 평론도 했다. 때로는 농민들의 목소리에 '빨갱이' 이미지를 덧씌우는 기성 언론과 맞짱을 떴다. 가령, 이런 제목이었다.
 
제주 농부가 <조선일보>에 설명드립니다

2011년 7월 22일 오마이뉴스 메인면에 오른 기사였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하는 주민들을 향해 "종북 좌파 세력의 활동" "좌파단체 해방구" 등으로 매도하는 <조선> 기사에 직격탄을 날렸다. 강정마을 옆 동네에 살고 있었고, 거의 매일 마실을 가듯 취재했기에 이런 기사가 가능했다. 

시민기자의 가장 큰 힘은 일상성과 현장성이었다. 그가 이곳 주민, 수려한 자연 풍광과 함께했던 시간의 힘이기도 했다. 
 
장태욱 서귀포신문사 편집국장
 장태욱 서귀포신문사 편집국장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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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기자] 청소년 기자, 장애인 기자, 어르신 기자... "생생한 이야기"

그의 '왕년' 이야기를 꺼내든 것은 현재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서이다. 감귤 농사꾼이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였던 그가 서귀포신문 편집국장이 된 것은 지난 2018년 12월이었다. 오마이뉴스에서의 활약상을 보아왔던 신문사측 요청으로 2017년 1월부터 기자로 출근했고, 2년 남짓 현장에서 뛰다가 국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서귀포신문 규약에는 편집국장 임명 조건이 있었다. 언론계에서 10년 이상 일한 사람이었다. 직업 기자 2년차를 바라보던 그가 편집국장이 된 것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도 경력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시민기자였던 그가 최근 서귀포신문에서 실험하고 있는 편집국 시스템도 '마을 기자'다.

"마을기자가 작성한 이 기사는 저희도 몰랐던 내용입니다."

서귀포신문사 한쪽 책상에 편철된 신문을 펼치며 보여준 기사의 제목은 <높이 1m 바위그늘이 해녀의 집, "그래도 난 월평해녀">였다. 김수정 마을기자가 작성한 2020년 8월 11일자 톱 기사였다. 국가무형문화재인 '월평의 강순부 해녀'를 동행 취재한 기사는 생생했다. 마을의 일상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정책 개선의 필요성을 이끌어낸 기사였다.
 
좁디좁은 바위틈, 높이 1m 폭 1.5m 정도가 고작인 이 바위그늘이 수십 년간 월평해녀들의 쉼터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그간의 세월을 말해주듯 검게 타서 구멍나버린 솥더미, 여러 곳을 이어 수선한 낡은 잠수복,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비닐 바람막이가 아슬아슬 서 있고 탈의할 곳도 씻을 곳도 없다. 해녀를 보호해 줄 그 어떤 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서귀포신문 마을기자가 작성한 월평 해녀 기사 갈무리
 서귀포신문 마을기자가 작성한 월평 해녀 기사 갈무리
ⓒ 서귀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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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월평마을에는 김 기자를 포함해 7명의 마을기자가 활동하고 있다. 장 국장은 "자기 동네의 공간과 사람들에게 대한 이해가 깊고, 생생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게 마을기자들의 장점"이라면서 "직업 기자들이 볼 수 없는 지역 문제를 주민 입장에서 풀어내기에 이를 읽은 독자들에게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장 국장은 효돈천 하례리 마을의 주민이자 생태관광마을협의체의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주민들이 직업기자인 저에게 간혹 취재 요청을 하기도 하는데, 직접 취재할 때도 있고, 주민들에게 써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가 창간 때 내걸었던 '시민기자와 상근기자의 환상적 결합'을 서귀포신문에서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작년부터 7명의 청소년 기자도 활동하고 있다. 올해에는 장애인자립재활지원센터와 지역에서 야학에 참여하는 '어르신 기자'도 합류한다.    

그는 "기자들이 욕을 많이 먹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정보 독점이고, 그런 상황에서 뉴스 가치를 판단하려고 하면 편협한 기사가 나올 수 있다"면서 "마을기자나 청소년기자뿐만 아니라 지역의 수많은 전문가들을 참여시켜서 저널리즘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주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참여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농사꾼 편집국장] 시민기자·마을기자·지역언론의 동반 성장

장 국장은 그래도 시민기자 시절이 좋았단다.  

"2009년 김태환 전 도지사 주민소환운동을 할 때였어요. 가장 큰 지역 이슈였는데, 언론들은 침묵했죠. 자치단체에서 주는 지원비나 광고 때문에 눈치를 봤던 겁니다. 그 때 제 기사는 모두 특종이었어요(웃음). 신이 났죠. 이게 바로 시민기자의 힘이죠. 누구 눈치를 보지 않고 기사를 쓰면서 신도 나는 것. 특정 이슈를 1년 내내 써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죠."
      
하지만 그는 "정기간행물을 발행하는 서귀포신문의 경우는 재향군인회 행사나 자유총연맹 환경정화 운동 등 다양한 활동도 보도해야 하기에 자기 관심사가 아닌 것도 의무적으로 방어할 때도 있다"면서 "지역의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담아야 하기에 시민기자 시절처럼 자유롭지는 않지만, 지역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기도 했다. (사)바른지역언론연대 소속사로 오마이뉴스와 기사 제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에도 도움을 크게 받았습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반경 500m 안에는 동일업종 허가를 금지하고 있죠. 그런데 지역에 파리바게트 지점이 편법으로 들어왔습니다. 동반성장위는 당시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다'라고 했죠. 서귀포신문만으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오마이뉴스에도 기사를 올렸습니다. 결국, 동반성장위가 다시 조사를 나왔고, 동네 빵집 2곳이 보상을 받았어요."

농사꾼 시민기자였던 그는 지금 '농사꾼 편집국장'이다. 비닐하우스 1000평, 노지 1500평 등 총 2500평에서 귤 농사를 하고 있다. 신문사 일이 한가해서가 아니다. 주간지인 서귀포신문에 매주 쓰는 기사만도 무려 10여 꼭지나 된다. 신문사 형편이 녹녹치 않아서 지역을 혁신할 의미 있는 보도를 기획하고 재정 지원도 받으려고 뛰고 있다.

"출근하기 전, 새벽이나 주말에 농사일을 거들지만 아내에게는 항상 미안하죠."    

[그의 실험] 시민참여 풀뿌리 저널리즘
 
장태욱 국장의 단골 책방인 '북타임'. 이곳은 외양간을 개조해 책을 진열했다.
 장태욱 국장의 단골 책방인 "북타임". 이곳은 외양간을 개조해 책을 진열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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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돈천 취재를 마치고, 인터뷰를 이어가기 위해 장 국장이 마을의 명품 책방이라고 소개한 '북타임'(사귀포시 남원읍)에 갔다. 바다가 보이는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중앙로의 언덕 중턱, 도로변에 있는 동네 서점은 3개 동의 이색적인 작은 건물이었다. 이곳 임기수 사장은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건물 내력을 말했지만, 범상치 않았다. 

"놀랄 거 없어요. 이 건물은 제가 태어난 초가집인데, 단장을 했습니다. 이 옆 건물은 귤 창고였죠. 그리고 이 건 외양간."

초가집 겉모습은 현대식인데, 옛 모습을 살려 책을 진열한 내부 공간에는 제주의 작은 역사와 인문학이 공존했다. 한쪽 벽이 잘린 듯한 귤 창고 문을 여니 아기자기한 책 터널로 들어가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과거 소가 여물을 먹던 외양간의 돌담벽 안쪽 두 개의 작은 방은 어린이 도서로 가득했다. 

건물 골조, 추억은 그대로인 채 명품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그곳에서 장 국장에게 '오마이뉴스는 어떤 존재인가'를 물었다. 

"기자인 제가 태어난 고향이자 친정 같은 곳이죠. 지금도 서귀포신문만으로 힘이 들 때면 언제든 달려갑니다.(웃음)"

그는 2009년부터 12년째 오마이뉴스에 매월 1만 원 이상을 후원하는 10만인클럽 회원이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 자체가 소중하기 때문이죠. 시민기자가 주인이고, 독자가 주인인 매체입니다. 내가 주인인데, 마음을 보태는 건 당연한 겁니다. 건전한 언론이 생명을 유지하려면 보다 많은 시민과 시민기자들이 참여해야 하죠. 오마이뉴스는 망하지 말아야 합니다(웃음)."

허름한 초가집, 쓰러져가던 외양간이 제주의 숨은 명소로 바뀐 비결도 이와 같지 않았을까? 귤 창고에 인문학을 담듯이 생태관광을 통해 화산섬 제주도의 비경을 후대에 남기겠다는 마을기자들의 의지, 서귀포 주인인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도록 편집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장 국장의 시민참여 풀뿌리 저널리즘의 실험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장태욱 편집국장과 함께하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 가입 http://omn.kr/1m9k7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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