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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도처에 있다. 할머니들의 옷은 대부분 꽃무늬다. 식탁 위의 그릇과 접시들에도 꽃은 어김없다. 집의 가구나 전자제품에도 꽃이 새겨진다. 공예나 파인아트 분야에서도 민화에서도 꽃은 흔하고 흔한 주제다. 어쩌면 꽃은 설탕 같다. 자체로는 온전하고 나무랄 데 없건만, 너무 많이 쓰이며 논란을 일으키는 설탕. 

오는 7월 3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성수동 스페이스 오매에서 열리는 '최향정×박해완 展 July Breeze'는 꽃을 소재로 주제로 작업해온 두 작가의 콜라보 전시회다. 최향정은 야생화 자수를, 박해완은 꽃을 소재로 설치 및 작품 활동을 해왔다. 꽃을 '물리도록 접해온 두 사람'의 꽃 전시 이야기를 들었다. 흔한 꽃 이야기엔 반전이 있다. 
 
 뒤 작품은 최향정의 야생화 자수 작품. 이번 전시는 작품 이전 땅의 이야기와 작품 이후 사람의 이야기다.
▲ 야생화 자수 작가 최향정(왼쪽)과 함께 선 박해완 작가.  뒤 작품은 최향정의 야생화 자수 작품. 이번 전시는 작품 이전 땅의 이야기와 작품 이후 사람의 이야기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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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라보 전시입니다. 각기 상대 작가를 소개해주셨으면 합니다. 
박해완(박) : "최 작가님은 자연숲의 느낌을 잘 살리세요. 작품들을 보면 여러 풀들이 잘 어우러지거든요. 자연에만 나타나는 선들, 조화로움 이런 것들을 통해 숲의 에너지와 느낌을 전달받으실 거예요." 

최향정(최) : "지난 김선이 작가 드로잉 워크숍 할 때, 공간을 꾸민 꽃들을 봤어요. 오이풀도 있고, 산딸나무도 있는데, 너무나 신선한 거예요. 활동 자체가 젊고 싱그러운 느낌이죠. 제 (자수) 작품에 에너지를 많이 주실 듯해요." 

- 이번 전시회를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박 : "여름의 바람을 느껴볼 전시죠. 저는 옆에서 흔하게 보는 꽃들보다는 늘 색다른 꽃을 선택하거든요. 여름에만 볼 수 있는 꽃들과 최향정 작가님의 자수가 주는 조화의 기운을 느끼실 전시가 될 거예요." 

최 : "2월에 깨어나는 복수초부터 4월 초순까지 땅에선 생명이 올라와요. 이후 7, 8월까지 나무와 숲이 깨어나죠. 여름 장마가 끝나고 난 후 숲이 우거지잖아요. 천상의 화원이라는 곰배령이나 지리산 정상 같은 데는 꽃이 정말 절정이고요. 7월은 그런 꽃의 기운을 느끼기에 적절한 계절이죠." 

- 현재까지 어떤 작업들을 해오셨는지요. 최근의 작업들 중심으로 소개해 주시면?
최 : "저는 지리산으로 제주도 오름으로 시간을 내서 다니죠. 어찌보면 그런 바깥 시간이 더 많고 어려워요. 그곳의 야생화들이 제 작업 주제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가 순천 금둔사 납월홍매인데요. 그 매화를 눈 오는 때 처음 만났어요. 요 몇 년간은 그때의 감동을 작품에 넣으려 작업하고 있어요." 

박 : "최근엔 스페이스 오매에서 크리스마스 관련 작품을 했었죠. 제 작업물들을 보시고 '이런 것들은 처음이다' 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꽃이 그저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운 데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해요. 거칠고 싱그럽고 때론 하늘하늘한 여러 숲의 느낌 그대로를 전달하고 하죠." 

- 최 작가님의 꽃에선 땅이 보입니다. 박 작가님 꽃에선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두런두런 들리는 듯 하죠. 꽃을 주제로 작업하는 두 분만이 가진 꽃 이야기가 있을까요?
최 : "많은 분들이 그런 질문을 하세요. 사실 꽃에는 절정의 순간을 담은 이미지들이 난립하죠. 하지만 생이란 탄생부터 소멸까지 있어요. 이제 막 새 생명을 올리는 식물들을 보세요. 흰색에 옅은 기운이 차분히 올라와 있어요. 산수국 같은 걸 보려고 사람들은 6월에 제주 사려니 숲에 가잖아요. 저는 겨울에 가요. 그 자리엔 말라서 수형만 유지하고 있는 베이직한 빛깔의 수국이 있어요. 그 순간의 꽃들도 정말 좋죠."
      
박 : "꽃만 있을 때보다는 계절에 피는 다른 풀과 나무들이 있어야 꽃은 더 살아요. 기존에 소비되는 많은 꽃들, 장미 같은 꽃이 그렇죠. 기준이 한 가지인 거잖아요. 그런데 삶에 여러 사람이 있듯이 꽃도 제각기 매력을 갖고 있어요. 계절마다 꽃마다, 독특한 그걸 들여다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 전시 기간 중 각기 워크숍도 진행하시죠? 내용은?
박 : "제 수업에선 상상을 하셔야 돼요. 여름에 숲에 가서 이런저런 풀들을 막 바구니에 담아오는 거예요. 그런 바구니를 만드는 수업입니다. 무심하게 담아온 풀들, 여름의 브리즈를 느낄 수 있도록."
 
도심 안에서, 코로나19로 꽉 막힌 마스크 안에서지만, 우린 7월의 숨결을 느낄 자격이 있다
▲ 최향정×박해완 展 July Breeze 도심 안에서, 코로나19로 꽉 막힌 마스크 안에서지만, 우린 7월의 숨결을 느낄 자격이 있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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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 "숲의 스케치를 하면서 작업하거든요. 그걸 나누고 싶었어요. 꽃들은 굉장히 싱그러운데, 저는 주로 차분한 색감을 쓰거든요. 이 워크숍은 형광색과 화이트앤블랙이 주가 돼요. 원단과 가방 등에 실크스크린 해서 가져가실 수 있죠." 

전시장의 자수 작품들과 꽃들은 땅과 햇살의 기운을 따라 피어난 꽃들의 기운을 품었다. 작업과 그 놓임과 작품들의 접촉에서 7월의 숨결(July Breeze)이 뿜어져 나올 터이다. 최향정 작가의 꿈은 그의 자수가 "거실 제일 좋은 자리에 턱 들어가 자리 잡는" 거다. 여느 예술가의 회화처럼, 그의 "자수 작품에서 작가의 숨결이 느껴지길" 소망한다. 전시장에 걸리고 놓인 꽃들은 그 소원을 이미 이뤘다. 

태그:#스페이스 오매, #최향정, #박해완, #JULY BREEZE, #야생화 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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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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