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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예비후보자 등록을 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예비후보자 등록을 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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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보수언론과 경제지 사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더불어민주당의 한 정치인을 호평했다. 그 주인공은 대선 공약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동시 감세를 내놓은 박용진 의원이다.

- <서울경제> 포퓰리즘 경쟁 속 눈길 끈 '재벌 저격수'의 감세 공약
- <중앙일보> 여당발 법인세 인하 주장, 일리 있다
- <조선일보> 민주당 후보의 '감세론' 제안, 이념 아닌 실사구시 경쟁 보고 싶다


'칭찬 1호'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였다. 그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상대 당이지만 돋보이는 분이 있다"며 "'돈을 걷어 누구에게 어떤 것을 나누어주고 표에 호소할까'에만 관심 갖던 민주당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됐다"고 반겼다.

철학이 다른 감세? 박용진 "새로운 대한민국 위해"

박용진 의원은 지난 27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성장엔진을 더 뜨겁게 하겠다. 기업과 일하는 사람을 신나게 하겠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인세 감세, 일하는 사람의 소득세 감세"를 주장했다. 그는 "증세 또는 감세는 정부가 경제상황과 시장을 보고 쓸 수 있는 정책일 뿐"이라며 "증세는 진보의 어젠다, 감세는 보수의 어젠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 '증세' 말고 '감세' 택한 박용진 "김대중·노무현도 했다" http://omn.kr/1u66s).

민주당 대선주자 가운데 박용진 의원이 처음으로 '세금'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다. 하지만 결이 다르다.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광재 의원은 앞서 법인세 인하 등을 얘기했지만 전제 조건이 있었다. '국토균형발전'이다. 세 사람은 '소멸' 위기에 처한 비수도권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본사를 이전하거나 지방 국공립대학과 협업하는 기업 등을 대상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등 파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의원은 조금 더 큰 틀에서 감세를 얘기한다. 취재진이 구체적인 세율을 물어봤지만, 그는 답변 대신 "(저는) 다른 후보들과 인식이 다르다는 걸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이 저성장을 하자 양적 완화, 재정확대 정책, 증세가 이어지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고 국가부채는 치솟았다"며 "그런 길을 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서구 유럽의 복지 선진국도 경제성장과 인구확대 과정에서 지금의 복지정책을 마련했다"며 "경기침체, 인구감소 상황에선 이 모든 설계가 엉망이 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인세를 감면해 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늘려 경제성장을 꾀하겠다'는 박 의원의 생각은 보수정권의 '낙수효과'론과 닮아 있다. 여기에 반대해온 민주당 기조에도 맞지 않다. 삼성의 불법승계 등을 앞장서 비판해온 '재벌저격수 박용진' 이미지와도 사뭇 다르다. 그는 최근 민주당의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침에도 반발했다. 29일 본회의에선 재산세 감면 법안 투표 때 기권표를 던졌다. 

그런 박용진과 감세를 말하는 박용진은 다른 사람일까. 그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용진이 원래 레프트윙인데 갑자기 오른쪽 돌파도 해? 네. 경기를 이기려고요. 운동장을 넓게 쓰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발상전환의 정책이다."

박주민·홍익표는 부정적... "캐릭터 만드는 데에 부적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의 사우스 코트 오디토리엄에서 일자리 창출 투자와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연단 뒤에서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이 경청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인세율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1.4.7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의 사우스 코트 오디토리엄에서 일자리 창출 투자와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연단 뒤에서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이 경청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인세율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1.4.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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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박용진 후보의 감세 주장에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고 썼다. 그는 ▲ 한국이 '고부담 고복지'는 아니어도 감세를 주장할 만큼 세금을 많이 걷는지 ▲ 국내 매출 상위 1% 기업이 법인세의 80% 이상을 내는 상황에서 누가 감세 혜택을 받을지 ▲ 소득 상위 10%가 근로소득세의 72.5%를 내는데 소득세를 깎아주면 누가 이득을 볼지 등을 지적하며 "과연 감세가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홍익표 의원도 29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 자체가, 이미 시대를 넘어선 주장"이라며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감세 정책이 주를 이뤘지만 경기 활성화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받고 일단락을 지었다"고 말했다. 또 "지금 바이든 정부는 훨씬 더 강력한 증세정책으로 돌아섰다"며 "지금 같이 불평등이 심화하고, 사회적 양극화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감세를 하면 도리어 이런 것들을 더 확대시키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본인의 정치적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도 적합하지 않다"며 "언제는 유치원 3법 등으로 민생을 내세우고, 언제는 재벌저격수를 하다가 갑자기 감세로 나와버리면 박용진의 색깔이 하나로 잡히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본인 철학이라면 일관된 부분이 있어야 한다"며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하는 등) 더 진보적이었던 과거의 박용진 의원이라면, 반대했을 얘기"라고 했다.

그는 박 의원의 감세론이 "결국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의식하는 것"이라며 "이준석 대표나 보수지 반응처럼 '이 사람은 다른 의견도 포괄한다'는 착시효과를 의도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좀 더 유명세를 타고 지지율도 높게 나오는 상황이면 모르지만, 현재로선 오히려 박용진의 기존 이미지를 훼손하고 존재감도 희미해질 수 있다"며 "이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캐릭터를 만들어 가야 할 텐데 민주당 경선에서 그런 방향으로만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그:#박용진, #감세, #민주당, #대선,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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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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