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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분의 아내분이 "우리를 잊지 않아줘서 고맙다"며 도시락을 가져 온 청년을 안아주며 고마워했다.
 국가유공자분의 아내분이 "우리를 잊지 않아줘서 고맙다"며 도시락을 가져 온 청년을 안아주며 고마워했다.
ⓒ 이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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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무살 때 월남전에 참전했었는데 이렇게 그때의 나같은 청년이 찾아와 고맙다고 하니 되려 내가 더 고마워요."

월남전 참전용사이자 국가유공자인 조아무개(71)씨. 조씨는 뜻밖의 도시락을 들고 찾아온 한 청년이 '호국보훈의 달에 감사 인사를 올린다'고 말하며 주민들과 청년들이 만들었다는 도시락을 건네자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이 6.25참전용사인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고생을 많이 하고 생사를 오가다가 지금은 거동마저 불편해 집밖으로 나가지도 못한다는 김아무개(84)씨의 부인은 도시락을 건네는 청년을 감싸 안으며 고마움을 조용히 전했다.
     
6.25전쟁 71주기를 하루앞둔 지난 24일, 서울 강동청소년누리터 청소년참여위원회 소속 강동호(고려대 2학년)군과 동은서(백석예술대 2학년)양, 강한빈(단국대 1학년)군은 서울 강동구 암사동 관내 열다섯분의 국가유공자를 찾아 나섰다. 이들의 손에는 잡곡밥에 미역국, 불고기, 오이무침, 건새우마늘쫑, 꽈리고추 장조림과 시원한 컵과일(수박)이 정성스럽게 담긴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국가유공자분들에게 전달한다는취지를 들은 강동구 학부모들이 참여해 정성스러운 도시락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가유공자분들에게 전달한다는취지를 들은 강동구 학부모들이 참여해 정성스러운 도시락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 강동청소년누리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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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은 강동구 주민과 학부모들이 이 날 아침부터 정성껏 만들었다. 도시락 전달의 취지를 들은 어머니들이 나서서 주저없이 팔을 걷어부쳤다. 도시락 외에도 강동청소년누리터 소속 청소년이 직접 만든 비누 꽃다발과 손편지도 함께 담겼다.

이들이 사랑의 도시락을 국가유공자분에게 전달한 것은 강동구 청소년복지시설인 강동구립 강동청소년누리터의 '찾아가는 마을밥상'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 사업은 2019년부터 시작된 강동청소년누리터의 지역사회 취약계층 지원사업으로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역사회 내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의미를 담아 도시락을 전달하게 된 것이다.
 
월남전 참전용사인 조 아무개(71)씨는 도시락을 들고 찾아온 청년들에게 "내가 더 고맙다"며 나를 잊지 않아줘서 고맙다며 감격해 했다. 맨 오른쪽이 강동호(고려대 2학년)군(유공자분의 요청에 따라 모자이크 처리하였습니다).
 월남전 참전용사인 조 아무개(71)씨는 도시락을 들고 찾아온 청년들에게 "내가 더 고맙다"며 나를 잊지 않아줘서 고맙다며 감격해 했다. 맨 오른쪽이 강동호(고려대 2학년)군(유공자분의 요청에 따라 모자이크 처리하였습니다).
ⓒ 이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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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활동을 통해 국가유공자분들이 좋은 집, 좋은 환경이 아니라 변변치 못한 환경에서 살아가시는 분들이 많음을 알았습니다. 게다가 제 나이때 월남전에 참전하셨다가 돌아왔을 때는 마치 그분들이 사회의 변두리에 위치했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왠지 모를 죄송함이 느껴졌고 편하게 살아 온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됐습니다. 저분들의 20대를 이어받아 저의 20대도 꼭 성공하여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 주렵니다." - 강동호(고려대 2학년)

"저는 도시락을 만들때부터 함께 했는데요, 이 도시락을 들고 직접 배달을 나갔을때 저를 따뜻하게 맞아 주시는 유공자분들께 감사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도시락보다 사람을 더 반가워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 동은서(백석예술대 2학년)
  
동은서(백석예술대 2학년)양은 “저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이분들의 삶이 열악하다"며 국가유공자에 대한 처우 개선이 향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은서(백석예술대 2학년)양은 “저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이분들의 삶이 열악하다"며 국가유공자에 대한 처우 개선이 향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강동청소년누리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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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국영웅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은 강동구청과 강동청소년누리터의 위탁운영법인인 '인터넷꿈희망터'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요. 암사1동 주민센터의 협조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국가유공자분들의 호응도 컸고 참여하는 청년들의 경험이 매우 긍정적이라 제2탄도 준비해 보려 합니다." - 최혜영(강동청소년누리터 운영팀장)

강동구는 2017년 사랑의 PC보내기, 2019년 국가유공자 명패 달아드리기 활동을 추진한 바 있고 작년부터는 국가보훈대상자에게 지급되는 보훈예우수당을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인상하기도 했다. 서울시도 작년 3월부터는 저소득 국가유공자 본인에게 월 10만 원을 지원하는 '국가유공자 생활보조수당'을 유족에게까지 확대 지급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국가유공자 및 유족 중에는 어려운 생활을 영위하는 분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월남전에 대해서는 그저 막연하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직접 참전하셨던 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아직도 나라를 위하시는 그 열망이 느껴지는 것 같아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지금의 풍족하고 편의로운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어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분들이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강한빈(단국대 1학년)
  
강한빈(단국대 1학년)군은 "아직도 나라를 위하시는 그 열망이 느껴지는 것 같아 감동적이었다"며 "내가 더 많이 배운 날"이었다고 느낌을 설명했다(유공자 유족분의 요청에 따라 모자이크 처리하였습니다).
 강한빈(단국대 1학년)군은 "아직도 나라를 위하시는 그 열망이 느껴지는 것 같아 감동적이었다"며 "내가 더 많이 배운 날"이었다고 느낌을 설명했다(유공자 유족분의 요청에 따라 모자이크 처리하였습니다).
ⓒ 이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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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군의 말처럼 지금 우리는 그분들의 고마움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 재정적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이분들이 느끼는 정신적 외로움과 고독감이 높은 게 현실인 상황에서, 이 청년들이 건네 드린 도시락 하나가 국가유공자에 대한 그 어떤 지원보다도 감격스럽고 정성어린 예우와 사랑이라는 것을 기자는 한참이나 곱씹고 있었다. 

태그:#국가유공자 , #마을밥상, #도시락, #강동청소년누리터, #청소년참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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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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