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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 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전통시장인 대야장이 있다. 군산에는 매월 1일과 6일이 들어간 날에 장이 열리는 군산 유일의 5일장인 대야장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에 대한 어려움과 감염에 대한 공포심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이제는 저절로 피하게 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마스크를 벗고 다닐 수 있게 한다든지, 집단 모임에 대한 제한 사항이 완화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 소식을 위안 삼아, 얼마 전 지인과 함께 전통시장 나들이를 해봤다. 

6월, 녹음이 짙어져 가고 길가 화단에는 색색의 예쁜 꽃들이 심어지고 있었다. 집 앞마당에 예쁜 꽃을 심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마침 대야 오일장이 열리는 16일, 시장에 가보기로 했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이라 시장 근처는 주차할 곳이 당연히 마땅치 않았다. 이곳저곳을 찾아보다 마침 빠져나가는 차가 있던 곳에 무사히 주차를 마쳤다. 차에서 내리면서 시장 구경을 한다는 마음에 살짝 설렜다. 

대야장에 들어서니 초입부터 사람들로 북적댔다.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란 시장 행렬이 길가에 진열되어 있고,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할 정도의 물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시장에 가면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는 5일장에는 만물 상회에서부터 어물 가게, 과일 가게, 채소 가게, 어묵 가게, 생필품 가게 등이 있었다. 또, 간식거리 뻥튀기를 파는 곳부터, 없는 게 없는 옷 가게와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가득한 꽃집들이 이어졌다. 
 
시장에 즐비한 마늘 단의 모습, 올 겨울 김장김치를 책임질 마늘 단이 가장 많이 나와 있었다.
▲ 제철에 수확한 마늘 단 시장에 즐비한 마늘 단의 모습, 올 겨울 김장김치를 책임질 마늘 단이 가장 많이 나와 있었다.
ⓒ 김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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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마늘이었다. 한창 수확 철이라서인지 마늘 단이 곳곳에 나와 있었다. 앞에서는 올해 겨울에 김장할 때 사용할 마늘을 준비하는 아주머니들의 흥정 소리와 물건이 오고 가는 손길이 분주했다. 그 옆으로는 마늘을 뽑은 밭에 심을 모종이 서로 앞다투어 '날 좀 키워주세요'라고 말하는 듯이 파릇하게 고개를 내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듯했다.

제철인 수박을 쩍쩍 갈라서 쓱싹쓱싹 칼로 한 조각 떼어내고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맛보기로 건네주는 과일장수 아저씨는 '정말 달죠잉? 안 사면 안 되겄죠잉?"이라고 묻는 것 같은 표정이다. 수박을 먹는 사람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돌아 걸어보니 그 옛날 '뻥이오!'라고 고함쳤던 뻥튀기 가게에는 고함 대신 '뻥이오!'라는 안내판이 대신하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고함을 치지 않았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만 들려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전처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고 했지만 오늘도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로 시장 안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시장 안에서 채소와 어물전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내 귓가에 들려왔다.

"와, 정말 싸다."
"이거 봐, 진짜 싱싱하다."
"오늘이 장날이네, 시장에 오길 잘했네."

 
시장 끝까지 늘어선 꽃시장 끝이 보이지 않는다.
▲ 꽃시장 시장 끝까지 늘어선 꽃시장 끝이 보이지 않는다.
ⓒ 김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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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길목마다 꽃길이 열려있었다.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꽃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가는 곳마다 꽃을 진열해놓고 파는 가게가 정말 많았다. 덕분에 눈도 즐겁고 코도 행복한 시장 나들이가 되었다. 꽃집 앞에서 구경하면서 만난 어머니와 아들은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에게 물었다.

"아들, 우리 꽃 골라놓은 것 어디에 뒀어?"
"엄마가 갖고 있지 않아요?"
"엄마가 안 갖고 있는데?"
"이건가? 혹시 이거 고르셨어요?"


사람이 많아서 이것저것 골라놓은 꽃을 잃어버렸는지 한참을 두리번거리더니 다시 꽃을 고르기 시작했다. 시장 안쪽까지 늘어선 꽃 가게 여러 곳을 둘러본 지인의 손에는 예쁜 꽃이 핀 화분이 들어있는 봉지가 가득 매달려 있었다.

군산 대야장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었다. 1904년 지경장으로 옥구에서 처음 시작되어 1912년 일제강점기에 철도가 개통되면서 현재의 대야로 옮겨왔고 1965년에 대야장으로 개설되었다고 했다.

우(牛) 시장으로 한때 유명세를 치렀던 지경장은 소와 돼지 등의 가축이 거래되었고, 대야까지 생선을 운반하는 배가 들어왔었기에 수산물 판매도 성행했다고 한다. 대야장은 군산 유일의 5일장으로 농산물과 농기구, 수산물, 생필품을 팔았던 큰 장터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1일과 6일 5일 간격으로 장이 열리고 있다.

시장 사람들은 예전처럼 전통시장에 가는 일보다는 대형 마트나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대야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대야장은 대야에 사는 사람들 외에도 인근 마을인 임피, 서수, 성산, 개정과 군산 시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고 있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진행했던 서수, 임피에 사는 어르신들은 대야장이 열리는 날에는 이른 아침부터 장에 나가려고 꽃단장을 했다. 아침 첫차를 타고 나가 미용실이며 병원, 한의원에 들렀다가 볼일을 마친 후에는 대야장에 들러 생선과 고기, 필요한 옷가지 등을 구입해서 돌아왔다.

어르신들은 1일과 6일에는 어김없이 장에 나가는 것이 삶의 낙이라고 할 만큼 5일장이 서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장에 가면 같이 간 사람들과 장날에만 문을 여는 국숫집이나 짜장면 집에 들러 점심을 먹는 것이 또 하나의 낙이라고 했다. 아직도 대야 5일장은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삶의 활력을 주는 공간인 듯하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태그:#군산대야장, #전통시장, #대야5일장, #시장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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