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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경동건설 하청노동자인 고 정순규씨 추락사와 관련한 1심 선고가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열렸다. 판결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는 유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
 16일 경동건설 하청노동자인 고 정순규씨 추락사와 관련한 1심 선고가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열렸다. 판결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는 유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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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OO, 김OO, 백OO 피고인, A건설, 경동건설"

16일 오후 2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304호. 형사4단독(서근찬 부장판사) 재판부의 호명에도 경동건설 관련자는 1심 선고가 예정된 시각에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피고인의 출석이 늦어지자 재판부는 경동건설 고 정순규 하청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한 선고를 뒤로 미뤘다. 여러 다른 사건에 대한 판결이 끝나자 다시 재판부가 피고인을 호명했다. 이들은 재판이 시작된 지 30분이 지난 시간에야 법정에 출석했다.

권씨 등이 재판부 앞에 나란히 서자 그제야 판결이 시작됐다. 재판부는 "판례를 보면 원청업체가 하도급을 맡기더라도 현장을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라면서 "그러나 이 사고에서 목격자가 없어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어렵고, 피해자의 책임을 일부 참작해 형을 정한다"라고 준비한 판결문을 읽어갔다.

재판부는 경동건설 신축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현장소장 김아무개씨와 A건설 이사 권아무개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경동건설 안전관리자인 백아무개씨는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원하청 법인인 경동건설과 A건설은 1천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검찰 구형보다 줄어든 형량... 울음 터트린 유족

이번 1심의 판결은 고인의 산재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600여 일 만의 선고다. 재판부는 지난 달 12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의 구형보다 형량을 줄였다. 앞서 부산지검 동부지검은 이들에 대해 각각 징역 1년 6개월, 금고 1년, 벌금 1천만 원을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피고인들이 안전 관리에 철저했다면 고인이 추락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엄벌을 주장했다.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호소한 유족도 책임있는 처벌을 촉구했다.

이에 반해 경동건설 측은 안전관리의 미비가 있더라도 사망자 본인 책임이 더 크다는 취지로 방어논리를 펼쳤다. 1심 재판부는 두 주장의 일부를 인용해 피고인은 물론 피해자의 책임까지 인정한 셈이다.
 
 16일 경동건설 하청노동자인 고 정순규씨 추락사와 관련한 1심 선고가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열렸다. 판결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는 유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
 16일 경동건설 하청노동자인 고 정순규씨 추락사와 관련한 1심 선고가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열렸다. 판결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는 유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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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직후 경동건설 측은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유족은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항변했다. 선고 결과를 듣고 노동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동부지원 입구에 선 아들 정석채씨는 마이크를 잡고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발언 내내 울음이 터져 나왔다.

정씨는 "선고 내용이 참담하다. 솜방망이 판결에 그쳤다"며 "결코 경동건설의 주장대로 흘러가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항고하도록 유족 의견서를 제출하겠다. 긴 과정을 각오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의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와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제대로 된 기업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 활동가는 "검찰이 항소하고, 노동부도 다시 조사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사법부가 대놓고 피의자 편을 들어준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하청노동자인 고인은 2년 전인 지난 2019년 10월 부산 남구 경동건설의 신축공사 현장 비계(임시 철근시설물)에서 추락해 숨졌다. 산재사고가 발생했지만, 현장에 CC(폐쇄회로)TV가 없어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경동건설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경찰의 입장이 계속 엇갈렸다.

건설사의 허술한 안전관리로 인한 산재사고를 주장한 유족 측은 "사고 직후 현장이 은폐됐다"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건설사 측은 "사다리로 내려오던 중 균형을 잃고 추락했다"라는 사건 초기 조사서를 토대로 고인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고용노동청은 이를 근거로 권씨 등에 대한 기소의견을 담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 공소장에는 건설사의 일부 안전 조치 미흡 내용만 기재됐다.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감사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당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사고 원인에 대한 여러 기관의 의견이 제각각이라며 재조사를 촉구했다. 동시에 "안전조치 미비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라며 건설사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16일 경동건설 하청노동자인 고 정순규씨 추락사와 관련한 1심 선고가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열렸다. 판결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는 유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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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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