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이전 기사([짐바브웨를 보다-상])에서 이어집니다. 
 
영화 <프레지던트>는 짐바브웨인들의 변화를 향한 열망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흥분을  생생하게 전한다. 야당, 민주변화운동당의 넬슨 차미사는 타고난 카리스마와 언변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희망의 상징이 되었지만 뿌리깊은 기득권체제와 부정선거라는 벽에 부딪힌다. 


@Henrik Ipsen/ Final Cut for Real
▲ 2018년 대선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중인 짐바브웨의 젊은 야권지도자 넬슨 차미사  영화 <프레지던트>는 짐바브웨인들의 변화를 향한 열망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흥분을 생생하게 전한다. 야당, 민주변화운동당의 넬슨 차미사는 타고난 카리스마와 언변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희망의 상징이 되었지만 뿌리깊은 기득권체제와 부정선거라는 벽에 부딪힌다. @Henrik Ipsen/ Final Cut for Real
ⓒ Final Cut for Real

관련사진보기

 
- 감독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동시대 문제들에 대한 인식 및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공감인 건가.  

"그렇다. 아울러 짐바브웨의 사례는 민주주의의 존재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잘 보여준다. 문제점은 항상 있지만, 그래도 민주주의는 우리가 가진 최상의 시스템이다. 영화 <프레지던트>는 짐바브웨 바깥 세계에 2018년 대선이 불법 부정선거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는 이 역사의 산증인이다. 이 영화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정의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일어나길 바란다. 즉 민주주의를 가진다는 것과 민주주의의 부재는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논의 말이다. 온전한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면 이것을 지키려 사법부의 독립과 언론의 자유를 유지하는 등 의식적인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 부재의 위험성은 지속해서 상기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 <데머크래츠> 영화 제작에만 3년 걸렸고, 짐바브웨 정부의 배급불허에 맞선 소송으로 3년 법정투쟁을 이어갔다. 독립영화 감독이 외국정부를 상대로 싸운다는 건 고된 과정이었을 것 같다.


"아주 힘든 일이었다. 서류작업도 많았고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펀드레이징도 해야 했다. 처음 시작할 땐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우리는 영화 <데머크래츠>에서 여당과 야당 양쪽의 모습을 모두 보여줬다. 당시 일어난 사건들을 공평하게 보여줬고, 영화 속의 여당 인사를 포함해 모두가 만족해하며 배급에 동의했다. 이 영화의 배급이 금지되었다는 사실은 황당 그 자체다. 민주적인 헌법을 새로이 만들었고, 그 과정에 관한 공평하고 균형 잡힌 영화를 제작했는데 그 영화를 금지한다? 도대체 민주주의는 어디로?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감독이자 인류학자인 카밀라 닐손의 짐바브웨 현장 모습
@Henrik Bohn Ipsen / Upfront Films
▲ 영화 <데머크래츠> 촬영중인 카밀라 닐손 감독  영화감독이자 인류학자인 카밀라 닐손의 짐바브웨 현장 모습 @Henrik Bohn Ipsen / Upfront Films
ⓒ Henrik Bohn Ipsen

관련사진보기


<데머크래츠>에 등장한 일부 변호사들이 짐바브웨 법원에서 상영금지 해제소송을 제게 제안해왔다. 제일 중요한 이유는 물론 우리가 승소하면 이 영화를 상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이 사건의 승소는 다른 현지 영화인들과 언론인들의 정부를 향한 비판의 허용 수준을 높이는 선례를 만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가 유럽에 사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변의 위험이 적다는 점이었다. 짐바브웨인권변호사협회(ZLHR)는 상영금지를 해제하고, 현지 사법제도를 시험하고, 동시에 영화인의 안전을 다소 보장할 수 있는 최상의 사례라고 여겼다.

(승소까지) 대략 2년 6개월이 걸렸다. 승소판결을 받은 게 2018년 2월이니 무가베가 쿠데타로 쫓겨난 지 3개월된 시점이었다. 아마도 쿠데타로 들어선 정부는 국제사회에 이제 자국이 표현의 자유가 존재하는 민주주의 사회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진짜 테스트는 우리가 <프레지던트>를 배급할 때일 것이다. 이 영화도 상영금지할 것인지 아니면 현 음난가그와 대통령 말대로 짐바브웨가 민주주의 사회로 한 걸음 더 내디뎠는지 곧 알게 될 것 같다."

- 영화에서 국가정보기관과 보안 세력이 국민들에게 두려움을 심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는데, 그 외에도 무가베가 권력을 37년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를 꾸준히 지지했던 세력도 분명히 존재했던 것 같다.

"어려운 질문이다. 무가베에 대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점은, 처음에 그는 억압적인 백인과 시스템에 맞서 용감하게 반제국주의 투쟁을 전개했던 혁명가였다는 점이다. 그는 짐바브웨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 세계에서도 잘 알려진 영웅이었고 많은 이들에게 특히 구세대에게 큰 지지를 받았다. 대통령이 된 후 교육을 보편화시켰고 빈곤을 타파하기 위해 여러 흥미로운 정책도 펼쳤다. 일부 구세대 성원들은 이 점을 기억해 오랫동안 그를 꾸준히 지지했다.

하지만 무가베는 또한 특혜와 차별이 담긴 정책을 시행했다. 즉 본인과 여당을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돈과 지위가 보장되는 특혜를 주는 반면,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식량조차 제한했다는 얘기다. 유엔이나 유럽연합에서 농촌 빈곤층에 주는 긴급식량지원프로그램조차도 여당 지지자들에게만 제공했다.   

무가베는 집권당시 중앙선거위원회를 통제했는데 이로 인해 다수의 부정선거 의혹이 존재했다. 특히 2008년 대선에서 무가베는 군대를 동원해 약 400명의 야권세력을 살해했다. 한마디로 한 야당을 완전히 제거한 것이다. 일부 야권활동가들은 국외로 망명가야 했다. 짐바브웨의 부정선거 역사는 길고 길다."  
 
2019년 9월,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의 타계를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2019년 9월,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의 타계를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관련사진보기

 
- 짐바브웨 정부는 2018년 대선 당시 16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국제선거감시위원회 방문을 허용했다. 이들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고, 2023년 공정한 대선을 위해 무엇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는지.   

"<프레지던트>의 주인공인 넬슨 차미사는 처음부터 이런 일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물론 과거에 비해 다른 수준이지만 실제로 (6명이 군부의 총격에 사망했던) 폭력이 발생하지 않았나. 그것도 국제선거감시위원회의 코앞에서 벌어졌다.

국제사회는 처음으로 무가베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없는 역사적인 선거를 보기 위해 짐바브웨로 갔고 열의를 보였다. 그러나 막상 상황이 혼탁해지자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문제가 많았지만 지난 선거보다는 낫다'고만 했다. 저는 이런 태도가 맘에 들지 않는다. 제 기준에는 공정한 선거로 합법적인 대통령을 선출하든지 아니면 새롭게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우리는 좀 더 책임감을 느끼고 철저하게 일 처리를 해야한다. 공정한 선거였는지 모르겠다며 그냥 출국해버리면 안 된다. 이렇듯 국제선거감시단이 참여한 후 명확한 답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음난가그와 대통령 같은 독재자의 지위를 정당화할 뿐이다.  

짐바브웨의 경우, 다음 대선 한 번만은 꼭 독립적인 성격의 국제기구가 선거를 집행해야 한다. 유엔이나 아프리카연합(AU) 같은 중립적인 단체가 선거를 지휘해서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투표용지를 세는 문제일 뿐 별로 복잡할 것 없다. 설사 짐바브웨 정부가 선거위원회를 쇄신해 원칙이 확실한 정직한 이들을 임명한다고 가정해도 이미 대다수 국민과 야권은 그간의 긴 부정선거 역사로 쌓인 불신 때문에 끊임없이 양자 간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국민의 선거에 대한 냉소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선거 때 폭력의 위험 없이, 국민이 투표로 선택한 정치인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야 한다. 그렇지않다면, 바쁘고 힘든 삶을 사는 농부들이 왜 반나절을 소비해가며 먼 거리를 걸어 투표를 해야만 하겠나."
 
2018년 짐바브웨의 젊은 야권지도자 넬슨 차미사 (Nelson Chamisa)는 장기집권했던 여당의 군부 출신 전직 부통령 에머슨 음낭가와에 맞서 살인 위협을 무릅쓰고 선거를 치러 냈다.
▲ 2018년 짐바브웨의 젊은 야권지도자 넬슨 차미사의 대선캠페인 모습  2018년 짐바브웨의 젊은 야권지도자 넬슨 차미사 (Nelson Chamisa)는 장기집권했던 여당의 군부 출신 전직 부통령 에머슨 음낭가와에 맞서 살인 위협을 무릅쓰고 선거를 치러 냈다.
ⓒ Final Cut For Real

관련사진보기

 
- 코로나 기간, 전 세계 많은 전체주의 국가에서 팬데믹을 야권탄압의 기회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작년 5월에도 젊은 야권 여성 활동가 3명이 빈곤층에 식량지원을 요구하는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납치, 고문, 강간, 기소를 당했다는 앰네스티 보고서를 읽은 적이 있다. 음난가그와(78) 현 대통령의 집권 후 인권위기 상황이 여전히 열악한 것인지.    

"이들은 '트리오'라는 별명을 가진 야당, 민주변화운동당(MDC Alliance: Movement for Democratic Change Alliance) 소속의 젊고 똑똑한 활동가들이다. 시실리아 (Cecelia Chinembiri), 조아나 (Joana Mamombe), 네차이 (Netsai Marova)는 권력에 맞서 진실을 말했을 뿐이다. 짐바브웨의 인권침해 상황은 현 음난가그와 대통령의 (2017년 11월 쿠데타) 집권후 더 악화되었다. 비판적인 목소리에 잔인한 그로 인해 현재 수감된 정치범의 수치도 더 늘었다.

(원래는) 음난가그와 역시 무가베처럼 용감한 혁명가였다. 14세 어린 나이에 보여준 용맹으로 '악어(crocodile)'라는 별명도 얻었는데, 수십년간 무가베 정권에서 정부 요직을 맡으며 오른손 역할을 해오던 가운데 정적에 잔인함을 보여 이 별명이 계속 남게 되었다. 역사의 물결 속에 그의 별명은 다른 의미를 지녀온 셈이다." 

- 짐바브웨 정부의 심각한 야권탄압으로 민주화를 위한 저항운동이 크게 성장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도 지난 세월 저항운동이 존재해왔는지 궁금하다.  

"짐바브웨 야권의 저항운동은 제가 아는 한 세계에서 가장 용감한 투쟁 중 하나다. 수차례 밟혀도 다시 박차고 일어나고, 밟혀도 일어나는 그 복원성과 의지가 존경스럽다. 물론 이들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신생 민주주의를 출산하기 위해 그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고 있다. 우리 국제사회는 이들의 용감함에 큰 박수를 보내야 한다."

짐바브웨 청년층에 거는 희망... "자유롭게 투표하고 싶다"는 그들

- 민주주의로의 여정에 있는 짐바브웨에 희망이 보이는지.

"현재로서는 절망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런데도 저는 희망을 본다. 2023년 대선을 짐바브웨 정부 대신 중립적인 국제기구가 수행하지 않는다면 이 선거도 아마 마찬가지로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을 것이다. 제가 희망을 보는 지점은 바로 넬슨 차미사와 그의 젊은 팀이다. 차미사는 2007년 공항으로 가던 중 심하게 구타당했는데 두개골이 파열되고 피가 온몸으로 흐르며 병원에 누워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평화적인 해결방식을 주장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보였다.

이런 비참한 상황에서도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그를 보고 희망을 보았다. 그의 팀 또한 아주 명민하고 확고한 민주주의 신념을 가진 청년들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싸울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간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젊은 야권 지도자 바비 와인도 넬슨 차미사처럼 아주 똑똑하고 용감하며 유사한 성격의 민주화운동을 하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들의 최우선순위는 '자유롭게 투표할 권리'였다. 한마디로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큰 열망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이들은 끈질기게 회복하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조만간 젊은 세대는 낡은 군사정권, 낡은 시스템에 저항해 숫자로 이들을 압도하리라 판단한다. 10년 후, 인구의 18%는 청년층에 속할 텐데 이들이 현 여당이 이끄는 체제를 유지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짐바브웨 청년층이 제 영화에 보이는 관심만으로도 긍정적인 미래가 보인다. 제 영화들을 현 정치상황,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로스쿨이나 정치과학 전공 학생들로부터 매일 메일이 온다. 우리가 계속 싸운다면 언젠가 결국 변화가 올 것이라는 고무적인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장기적인 면에서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 국제사회가 민주주의를 위해 용감히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젊은 아프리카 세대를 응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 <데머크래츠Democrats> 주인공 넬슨 차미사의 근황이 궁금하다.  

"넬슨 차미사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현재 지방을 돌며 젊은이들에게 '유권자등록 권장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짐바브웨 야권은 재정 지원해주는 곳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돈을 써가며 싸우고 있다. 넬슨 차미사는 정말이지 끝없는 낙관주의자다. 생명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일어나 힘겨운 비탈길을 오르는 싸움을 하는 그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싸움은 정치 권력에 국한된 게 아니다. 짐바브웨는 여당의 극심한 부정부패로 병원에 물과 약이 없고, 도로상태가 나빠 교통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기득권 세력은 천연자원으로 번 수익을 자기들이 독차지해왔다. 짐바브웨는 다이아몬드, 금, 은 등 60여 종의 자원이 존재하는 천연자원의 보고다. 국민들이 배고파하며 잠자리에 들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 <데머크래츠Democrats>(2014)와 <프레지던트 President>(2021)를 보고나니 잘 만든 다큐는 최고의 역사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역사책이 짐바브웨 최초의 민주적 헌법제정과 역사적인 대선과정을 이보다 더 잘 기록할 수 있을까 싶다.

"감사하다. 하지만 저는 짐바브웨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인간적으로 많은 걸 배웠고 이미 그것만으로도 큰 보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일로 너무 바빠 십 년 동안 그 유명한 빅토리아 폭포도 가 본 적이 없다. (웃음) 덴마크 영화감독으로서 짐바브웨에서 작업하면서 현지 문화로부터 우리가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힘든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유머감각, 서로를 대하는 방식, 부모와 노인을 보살피는 태도 등등. 짐바브웨 사회에서는 외로운 이들이 없어 보인다. 항상 지인들과 만나고 서로를 잘 보살펴주는 인간적인 모습을 자주 본다.

반면 스칸디나비아(일각)에선 3~4주가 되도록 사람을 안 만나기도 하고 홀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짐바브웨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짐바브웨인들의 공동체 의식은 우리 덴마크인들이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열린 마음이 있다면 언제든지 다른 인종, 문화, 국가를 배경으로 가진 이들에게서 장점을 배울 수 있고, 서로를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다. 히피족의 흰소리(hippie bullocks)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의 굳건한 인생 철학이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칼럼니스트및 인권활동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