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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세계와 시민' 강의에서 GCP(Global Citizen Project)를 진행하는 '같이의 가치' 팀은 '아시안 혐오'를 주제로 하여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찾고 인종혐오의 벽을 부수고자 한다.

영화를 보다가 어딘지 불편한 대사에 눈살이 찌푸려진 적이 있는가. '아시안 혐오'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우리는 아시안 혐오를 담고 있는 미디어에 주목했다. '문화콘텐츠가 수용자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2019년에 발행된 한희정, 조인숙, 신정아 교수의 '조선족에 대한 의사사회 상호작용과 유산현실 인식 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현재 2년이 지난 시점에 중국 동포 인식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인종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미디어가 수용자의 혐오 인식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를 주제로 대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다음과 같은 응답을 얻을 수 있었다. 설문조사는 5월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5일 동안 진행 되었다.           
Q. 아시안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차별하는 대사가 담긴 미디어가 인종차별을 조장한다고 생각하십니까?
 Q. 아시안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차별하는 대사가 담긴 미디어가 인종차별을 조장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김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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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청 후, 귀하는 중국 동포에 대한 인식이 어떠하였습니까?
 Q. 시청 후, 귀하는 중국 동포에 대한 인식이 어떠하였습니까?
ⓒ 김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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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가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동의하는지 조사한 결과 50명 중 42명이 '그렇다.'고 답하였고, <청년경찰> 같은 중국 동포 관련 미디어를 시청한 적이 있는 42명 중 35명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35명 중 15명이 '원래도 부정적이었지만 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11명이 '인식 변화 없이 그대로 부정적이었다.' 9명이 '원래는 아니었으나 시청 후, 부정적으로 바뀌었다.'에 응답했다.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42명 중 7명에 그쳤다. (3명이 '원래도 긍적적이었지만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각각 2명이 '인식 변화 없이 그대로 긍정적이었다.', '원래는 아니었으나 시청 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에 응답)
   
 
Q. 귀하는 중국 동포와 대인관계를 맺은 적이 있습니까?
 Q. 귀하는 중국 동포와 대인관계를 맺은 적이 있습니까?
ⓒ 김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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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중국 동포와 실제 대인관계를 맺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총 42명 중 3명이 '예', 39명이 '아니요'에 응답했다.

이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미디어가 수용자들의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실제 대인관계를 맺지 않았음에도 미디어의 영향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가 놀라웠다. 한국에 같이 생활하는 중국 동포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바탕으로 아시안을 만나본 적 없는 외국인의 경우에는 더욱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앞선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보면 미디어가 차별 조장에 일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별은 우리가 자주 보는 많은 매체 곳곳에 녹아 있다.

넷플릭스 유명 드라마 인종차별논란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포스터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포스터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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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리즈는 성 상담사인 엄마에게 어깨너머 습득한 지식으로 친구들을 위한 성 상담소를 여는 모태솔로 고등학생 '오티스'와 그의 사업파트너 메이브, 친구들의 성장을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문제의 대사 장면
 문제의 대사 장면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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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즌2>의 초반 대사에서 발생한다. 성병에 걸린 한 친구가 주인공 오티스에게 "여자친구가 내 정액에서 김치 맛이 난대"라고 말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 장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신맛이 나는 음식을 가져다가 빗대어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냥 체액도 아니고 성병에 걸린 체액을 굳이 특정 국가가 떠오르는 표현을 써야 했을지 의문이 든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표현도 아니므로 인종차별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인들이 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은 무지에서 비롯한 인종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카데미 수상 할리우드 영화도 인종차별에서 예외는 없다 
 
영화 '버드맨' 포스터
 영화 "버드맨"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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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드맨>은 슈퍼히어로 '버드맨'으로 할리우드 톱 스타에 올랐지만 지금은 잊혀진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이 꿈과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하면서 펼쳐지는 일들을 다룬 이야기다. 이 영화는 블랙코미디로 원테이크 기법을 사용하기도 하여 작품성을 인정 받아 아카데미를 비롯한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다. 
 
영화 '버드맨' 엠마스톤 스틸컷
 영화 "버드맨" 엠마스톤 스틸컷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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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건의 딸 겸 매니저 역할을 맡은 엠마 스톤의 대사는 개봉 당시부터 문제가 되었다. 영화 초반에 주인공이 딸과 통화하며 꽃을 사오라고 하는 장면에서 한 대사였다. 한국인 주인이 운영하는 가게의 모든 꽃에서 김치냄새가 난다며 비속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냄새와 후각은 후반 클라이맥스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연결되어 중요한 의미가 있다. 독한 냄새로 김치 냄새가 사용된 것이었다. 이는 인종차별의 요소를 담고 있다. 한국인이 먹는 김치를 '역함'의 상징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이외에도 <버드맨>은 다양한 인종차별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주인공이 운영하는 브로드웨이 극단 홍보 차 인터뷰하는 장면에서 통역사를 대동한 아시안 기자가 나온다. '아시안은 영어를 할 줄 모른다' 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넌 숙취 있을 때 몽골로이드처럼 보여" 라는 대사도 나온다. 몽골로이드는 몽골인종의 얼굴과 다운증후군 얼굴의 의미를 갖고 있는 단어이다. 아시안 혐오와 장애인 혐오가 모두 내제되어 있는 대사인 것이다.

한국은 성형 공화국?

한국에 대한 차별적인 대사는 같은 아시아권 국가인 대만의 드라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필취여인>은 가가연, 구택 주연의 드라마로 2015년 방영되었다. 최근 대만 드라마 <상견니>의 흥행으로 한국에서 <상견니>의 여자주인공 가가연이 출연한 작품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대만 드라마 '필취여인' 포스터
 대만 드라마 "필취여인" 포스터
ⓒ 대만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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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취여인>에서는 여자주인공이 한국드라마의 팬이거나 부산촬영 등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1화 초반에 여자주인공이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에서 건네는 말이 문제가 되었다.
 
"한국에 다녀오더니 눈도 커지고 코도 높아졌네."
 
이는 '한국=성형수술'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차별적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나, 이 사실이 조롱과 차별의 의미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한국을 "성형광화국" 이라며 조롱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드라마는 현재 왓챠, 웨이브, 넷플릭스 등 여러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볼 수 있으며 플랫폼의 주소비자가 한국인인 만큼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대사에 대한 철저한 검수가 필요할 것이다.

대중매체는 개인의 가치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시안 혐오의 내용이 담긴 미디어 콘텐츠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아시안을 혐오하는 감정을 들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큰 만큼 무조건적인 수용을 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태그:#아시안혐오, #인종차별, #드라마, #영화,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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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재 경희대학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학교 팀 프로젝트로 '아시안 혐오'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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