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증가했습니다. 교육부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입니다. 중3의 기초 미달은 국어가 4.1%에서 6.4%로, 수학이 11.8%에서 13.4%로 늘었습니다. 고2도 영어가 3.6%에서 8.6%로 늘었습니다.

국가 공식 통계에서 학습결손이 확인되었습니다. 교육부는 심각하게 인식한다고 밝혔습니다. 원인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것까지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들 짐작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원격수업 때문입니다. 원격수업으로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결과입니다.

일각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학력저하의 원인을 코로나19에만 돌리지 말라며, "현 정부와 일부 교육감의 평가 경시 기조"를 말합니다. 2017년에 표집평가로 바꾼 것을 문제 삼습니다. 일제고사를 표집으로 바꾸면서 '진단의 공백'이 생겼다고 보는 것이지요.

의견은 다를 수 있고 존중합니다. 다만,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으로 바꿨다고 해서 진단의 공백이 발생했을까요?

표집이냐 전수냐는 관건이 아니다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이라고 있습니다. 각 시도교육청마다 있습니다. 보통 3월에 진단 활동을 하는데, 이 시스템을 활용하든가 다른 도구로 합니다. 교육청에 따라, 학교에 따라, 교사에 따라 진단도구나 방법, 시기 등은 자율권 있습니다. 요즘은 시스템 활용이 많습니다. 그래서 진단의 공백 지적은 다소 과합니다. A가 진단도구로 적절하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진단이 없다는 것은 과합니다.

또 하나, PISA라고 있습니다. OECD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입니다. 한동안 핀란드 일등이라던 그것입니다. 이 평가, 표집입니다. 참여 국가의 만15세 학생들 전부가 시험보는 것 아닙니다. PISA 2018을 우리나라는 6876명이 봤습니다. 그래도 잘 됩니다. 전수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표집이냐 전수냐 하는 것이 관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원인입니다. 미달 학생이 늘었다, 줄었다 등 추이는 나오는데, 원인은 나오지 않습니다.

조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교생활 행복도, 자신감, 흥미, 의욕 등은 살피지만 예컨대 '부모 찬스'는 조사하지 않습니다. 가정배경이 성적과 입시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많은 이들이 말씀하지만, 우리나라의 평가는 그걸 파악하지 않습니다.

OECD는 합니다. PISA는 학생들에게 아버지 교육 수준, 어머니 교육 수준, 집에 있는 물건과 시설, 집에 있는 도서의 수, 아버지 직업, 어머니 직업 등 가정배경을 컴퓨터로 클릭하게 합니다. 학부모에게도 연간 가계소득, 12개월 동안 지출한 교육비 등 설문을 합니다. 이들 배경들까지 종합 분석해서 경제 사회 문화적 지위와 학업성취도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OECD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부모찬스에 해당하는 학생배경도 물어봐서 성적과의 관계를 분석한다.
▲ PISA 2018의 학생배경 설문 중 일부 OECD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부모찬스에 해당하는 학생배경도 물어봐서 성적과의 관계를 분석한다.
ⓒ 송경원

관련사진보기

 
우리도 이러면 좋겠습니다. 이번 평가는 작년 11월에 있었습니다. 만약 원격수업을 물어봤다면 어땠을까요? 자기 방이 있는지, 도와주는 부모나 어른이 있는지, 프린터 있는지, 원격수업에 집중은 되었는지, 컴퓨터 켜놓기만 했는지, 학원에 다녔는지 여부를 물었다면 어땠을까요? 원격수업와 학습결손의 관계가 규명되었을 겁니다. 맞춤 처방도 가능하고요.

교육부는 컴퓨터 기반 역량중심 평가(CBT)로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PISA의 방식입니다. 시험지로 풀지 않고 컴퓨터로 클릭합니다. 신선한 문제들로 진행됩니다. 방식을 바꾸는 김에 다양한 변인들도 조사하여 부모 찬스와 성적과의 관계 등이 규명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원격수업 이후 학습결손과 교육격차가 심각합니다. 데이터를 떠나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등교 확대가 필요하다,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역시 느끼고 있습니다.

교육 격차를 두고 흔히 중위권이 줄어든다고 말합니다. 무서운 말입니다. 학습결손이라고 하면 은연 중에 하위 10%나 20%의 일로 생각합니다. 가정형편 어려운 집의 일로 여깁니다. 그런데 중위권 감소란, 일부 상위권 학생을 빼고 모두에게서 학습결손이 일어났다는 뜻입니다. 어느 정도 사는 집도 맞벌이라면 원격수업 기간 동안 결손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많은 분들에게 '나의 문제'인 겁니다. 

덧붙이는 글 | 레디앙에도 게재합니다. 글쓴이 송경원은 정의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학습결손, #교육격차, #원격수업, #학업성취도평가, #일제고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