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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성 착취물 제작·유포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된 "부따" 강훈이 2020년 4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성 착취물 제작·유포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된 "부따" 강훈이 2020년 4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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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양형위원회의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에는 '진지한 반성'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가해자들은 이 '진지한 반성'을 드러내 형량을 줄이고자 "존경하는 재판장님..."으로 시작하는 반성문 쓰기에 그 어느 때보다 열심이다.

조주빈이 반성문 100개를 제출했다는 사실은 이미 너무나 유명하다. 다른 가담자도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형량을 줄여달라는 취지의 탄원을 하고 있다. 판결문에 흔히 보이는 '피고인이 진지하게 반성을 하고 있으며…'같은 문구는 무수히 많은 반성문과 탄원서로 이뤄낸 결과다.

가해자는 형량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안달인데, 반대로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탄원을 낼 수는 없을까? 탄원서는 사건과 관계 없더라도 누구나 쓸 수 있다. 물론 당사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고 피해자의 요청이 있을 때 제출하는 것이 좋다.

피해자 측에서 제출하는 탄원서는 유무죄 판결에 직접 영향을 미치거나 형량 가중 요소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판사는 국민의 법 감정과 사회정서를 고려해야 한다. 이때 탄원서는 사건에 대한 사회의 관심도를 직접 법원에 알리는 지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엄벌 탄원서'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쓰고 싶어도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포털사이트에 '탄원서 쓰는 법'을 검색하면 가해자의 형량을 감경해달라는 탄원서 작성 방법이 가장 상단에 뜬다. 반성문, 탄원서 등 법률문서를 대필해주겠다는 광고도 있다.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 걸까?

현재 진행 중인 2차 릴레이 탄원은 4천 명에 그쳐
 
화난사람들 홈페이지 캡처 화면
 화난사람들 홈페이지 캡처 화면
ⓒ 화난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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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착취물 모니터링과 사건 공론화에 앞장서고 있는 단체 'eNd'와 '프로젝트 리셋(ReSET)'은 현재 시민들의 탄원서를 모으고 있다. 박사방 '부따' 강훈, N번방 '갓갓' 문형욱, '박사방' 조주빈 공범 남경읍, 서울예대 '황금폰' 가해자 2명 등 11명에 대한 엄벌 탄원이 목적이다.

탄원서에는 법적으로 정해진 요건이나 형식은 없다. 보통 탄원인의 성명과 생년월일, 주소를 기재한다. 탄원인이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고, 본인의 의사로 작성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탄원인 모집은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에서 진행하고 있다. 탄원서 작성은 최대 800자로 제한된다. 사건과 직접 관계없는 다수가 탄원서를 제출하면 내용 하나하나를 확인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화난사람들'에서는 "재판부의 부담을 줄이고 핵심 내용만 전달하기 위해 분량을 제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재판관에게 전달되는 것이니만큼 정돈된 문장으로 적절한 분량을 채우는 것이 좋다. 탄원하고자 하는 범죄자가 저지른 사건을 파악해 상습범이고 미성년자 대상 범죄였다면 이를 강조한다. 디지털 성착취 사건은 그 행위가 일회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긴 시간에 걸쳐 이루어졌다는 특성이 있다. 게다가 성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해 수익을 얻은 경우도 많다. 이러한 점들을 재판부가 양형에 참고할 수 있도록 강조한다. 'eNd'는 각 범죄자마다 탄원서 예시를 제공하고 있다. 

1차 릴레이 탄원인이 10만 명을 넘어섰던 반면 현재 진행 중인 2차 릴레이 탄원은 4천 명에 그치고 있다. 아직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국민청원' "동의합니다" 5자로 담을 수 없던 분노를 써 내려갈 차례다.

태그:#조주빈, #박사방, #디지털성범죄, #탄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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