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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이 거대한 이슈가 되면서 뒤틀려온 과정은 한국사회와 언론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줬다. 물론 한순간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분들의 가늠할 수 없는 슬픔과 충격, 그것에 공감하고 위로를 건네려는 마음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카오스적 현상들이 나타나 왔다. <조선일보>같은 주류(보수)언론들은 이것이 경찰의 늑장 대응, 한강이라는 익숙함과 상징성, 유튜버들의 돈벌이 경쟁, 대중의 심리적 동조화 현상 등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은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이번에 벌어진 것이 주류언론들이 부추기고 만들어낸 현상이라는 것이다. 지금 일부 유튜버들이 보이는 근거없는 의혹제기와 부풀리기, 불신 조장, 낚시성 속보와 제목 장사 등을 통한 클릭수 경쟁은 초기에 주류언론들이 '단독', '속보'를 남발하면서 앞장서 불붙였던 것들이다.

거기에 막장스러운 유튜버들이 달라붙어서 주류언론들과 서로 주고받으면서 과열되고, 온라인 공간에서 훨씬 더 저열하고 날 것의 형태로 치닫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비판적인 지적과 우려의 목소리들이 커지기 시작하자 주류언론들은 (물론 이미 충분히 단물을 빼먹은 시점에) 뒤로 조금씩 빠지면서 갑자기 3자적 입장에서 일부 유튜버들의 행태를 꾸짖기 시작했다.

조두순 석방 논란 등에서 반복해서 나타났던 항상 비슷한 패턴이다. 당시에도 주류언론들은 조두순이 석방된다고 'D데이'까지 세면서 불안과 공포를 부추겼다. 석방된 날 조두순 집 앞에 몰려가 난리를 피우며 뒤늦게 푼돈 챙기기에 매달린 것은 일부 유튜버들이었는데, 그러자 주류언론들은 유체이탈하며 그들을 준엄하게 질타했다.

이것은 기자들을 부적절한 혐오성 멸칭(기레기)으로 부르며 비난한다고 설명되거나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한국 언론시장과 산업에 대한 구조적 분석이 필요한 일이다. 언론-재벌-검찰-우파의 카르텔, 족벌언론과 언론사주들의 막강한 힘, 우파 정권에게 얻어낸 종편을 통한 영향력 강화, 광고수익에 대한 압도적 의존, 포털과 언론의 기형적 공생구조, 인터넷 언론사와 유튜버들의 난립, 무한 클릭 경쟁...

이런 구조 속에서 하급 기자들은 취재하고 고민할 시간도 없이 고강도로 기사 복붙과 어뷰징 기사 양산에 내몰리고 있다. 기자들은 좋은 기사가 아니라 더 많은 클릭수와 더 많은 광고 유치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 이런 방향을 주도하고 데스킹하는 고위직들은 한국사회 최상위 1%인 족벌사주, 보수 정치권, 재벌과 특권층의 관점과 이익을 대변하다가 정치인으로, 기업 홍보이사로 옮겨간다.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불거졌던 평택항 부두 노동자 아들의 산재사망보다 강남 명문 의대생 아들의 사망사건에 훨씬 더 관심을 가지고 비통해 한 것은 자연스러웠다. 고 이선호씨의 사망은 파고들수록 계급불평등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기업 이윤만 앞세우는 사회질서에 구조적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업 광고주들이 좋아할 이슈도 아니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 그것을 공감하고 위로하려는 마음도 선택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류(보수)언론들은 '한강에서 의문의 죽음'에 대한 '탐정놀이'를 더 선호했고, 곧 단기간에 엄청난 수의 온갖 카더라 기사와 댓글성 기사와 어뷰징 기사들이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별다른 근거나 충분한 수사도 없이 벌써 친구 A씨는 살인자로 낙인찍혀갔다. 그 가족까지 전부 신상이 털리며 폐인이 되어 갔고, 이제는 어떤 결론이 나오든 앞으로 더 이상 한국에 살 수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됐다.

이런 패턴은 이미 연예기사나 연예인들에게는 일상적인 것이었다. 예컨대 최근 한예슬씨에 대한 악명높은 막장 유튜버 김용호씨의 저질스러운 의혹제기는 곧바로 <조선일보>의 대문 최상단으로 올라갔고, 당사자들은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이런 보수언론과 저질 유튜버의 '막장 공조'와 황색 저널리즘은 사회적 이슈로도 번지고 나타나 왔다.

이번 사건 전에도 이미 주류(보수)언론들은 구미 아동학대 사건을 '족보찾기 놀이'로 변질시키며 선정적이고 관음증적인 클릭수 경쟁을 벌인 바 있다. 또 '라면형제', '내복아이', '미라여아'같은 온갖 신조어도 잘만 만들어냈다.

돌아보면 2019년 '검찰대란' 국면에서 주류언론의 역대급 '조국 몰이'도 검찰개혁에 대한 검언카르텔의 반격이라는 측면만 아니라, 보수언론과 일부 유튜버들의 '막장 공조'와 클릭수 경쟁이 만들어낸 자가발전적 거대한 소용돌이였던 측면을 더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때도 온갖 가짜뉴스와 근거없는 의혹제기 속에서 여론재판을 통한 '가족사기단' 만들기가 이뤄졌다.

이런 해악은 주류언론들과 포털의 악순환적 상승작용 속에서 극대화된다. 조중동은 오늘날 뉴스 플랫폼 시대와 그 알고리즘에 가장 잘 적응해 맞춤형 기사들을 생산하면서 항상 포털의 메인을 차지하고 있다. 어떤 제목과 기사가 더 많은 노출과 클릭수를 보장할지 치밀하게 연구해 동물적으로 포착해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주류언론들과 우파적인 막장 유튜버들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덧붙여진다. 족벌언론에 비하면 후발주자이자 스타트기업 수준인 이들 유튜버들은 뉴미디어의 이점을 악용한 더 많은 조작, 왜곡, 가짜뉴스로 슈퍼챗을 챙기고 돈벌이에 매달리고 있다. 이번에 손정민씨의 죽음을 이용해 일부 유튜브들은 평소보다 열배 가까운 조회수와 돈을 챙겼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와 누군가를 욕하고 증오하는 것에 더 이끌리며 선택적 공감과 적대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청중들의 호응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더 큰 책임은 그런 구조를 만들고 거기서 이익을 누리는 세력에게 있다. 백신에 대한 근거없는 불신을 떨치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더 큰 책임은 '영국에서 백신 맞고 다리가 폭발해서 절단했다더라'는 기사를 퍼트렸었던 <조선일보>에게 있듯이 말이다.

그래서 얼마 전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의 칼럼에서 겸손으로 포장된 오만과 유체이탈이 느껴지는 아래 대목을 보고, 헛웃음이 나오면서도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족벌 주류언론들의 눈치를 보면서 비위를 맞추는 게 아니라 정면대결하겠다는 결기있는 정치인과 정치세력의 등장을 언제나 학수고대한다.

"필자는 37년간 신문기자로 일하고 있지만 아직도 스스로 '언론인'이라고 말하는 게 마음 한편에 걸리고 부끄러운 점이 있다... 기자 생활 37년의 결론은 '사실'을 찾아낸다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태그:#손정민, #이선호, #언론, #포털,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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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 사람이 목적이 되는 다른 세상을 꿈꾸며 함께 배우고 토론하고 행동하길 원하며 <다른세상을향한연대>의 실행위원입니다. 더 많은 글들은 여기서 봐 주세요. http://anotherworld.kr/ 페이스북 계정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1746737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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