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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경기도 이천 민주화공원에서 ‘고 김귀정 열사 30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이천 민주화공원에서 ‘고 김귀정 열사 30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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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경기도 이천 민주화공원에서 '고 김귀정 열사 30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열사가 돌아가신 1991년 5월 25일의 기억을 되새기며 많은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추모제에는 이런 현수막이 걸렸다.

"모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김귀정."
 
‘김귀정 열사 30주기 추모집’ <귀정, 추모에서 일상의 기억으로>(귀정 2021 준비위원회 엮음, 도서출판 엘피) 책표지
 ‘김귀정 열사 30주기 추모집’ <귀정, 추모에서 일상의 기억으로>(귀정 2021 준비위원회 엮음, 도서출판 엘피)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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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정 열사 30주기 추모집' <귀정, 추모에서 일상의 기억으로>(귀정 2021 준비위원회 엮음, 도서출판 앨피) 책장을 넘기면 책날개 안쪽에 글쓴이 명단이 있다. 글 실은 순서대로 적힌 이들은 무려 마흔다섯 명이다. 
 
글 실은 순서대로 적힌 글쓴이는 무려 마흔다섯 명이다
 글 실은 순서대로 적힌 글쓴이는 무려 마흔다섯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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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우 '귀정 2021' 공동준비위원장은 발간사를 이렇게 적었다.
 
"원고를 읽었다. 힘들었다. 백병원 영안실, 쇠파이프를 든 사수대의 앳된 얼굴과 최루탄 냄새로 울었다. 빗속 대성문 앞 아스팔트에 무릎 꿇고 (성균관 유림들에게) 귀정이를 학교에 들어갈 수 있게 해 달라던 여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라 원고를 놓고 밖으로 나갔다."(5쪽)
 
이 위원장은 "민주주의는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일어나 걷는 길"이라고 못 박았다.

"민주주의는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일어나 걷는 길"

추모집은 1991년 5월 25일부터 30주기를 맞는 현재까지 각자의 기억과 다짐의 글로 꽉 찼다. 기억과 추억, 공감과 연대, 따스함과 치열함, 사랑과 분노 등 감정과 마음을 움직이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어머니는 귀정이를 잃으셨지만 이제 만육천의 청년심산을 아들딸로 얻으셨습니다.' 1991년 당시 총학생회장이던 기동민 선배가 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선언을 한 순간 누가 알았을까.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 여성에게 극단적으로 불리한 선택인 것은 '한 남자와의 서약인 동시에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는 그 남자의 친인척에 대한' 일종의 노동계약이기도 하기 때문이라는데, 그러나 누가 알았을까! 그 무한대가 설마 이렇게 어마어마한 숫자로 확장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김찬 미술교육89)
 
성균관대 학생들은 스스로를 '청년심산'이라고 부른다. 설립자인 심산 김창숙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는다는 다짐이다. 만육천은 성균관대 재학생 숫자다. 김귀정 열사 어머니는 딸을 잃은 대신 만육천 청년심산을 아들딸로 얻었다.
 
"언니! 우리가 지금같이 나이 먹으면서 만나면., 또 둘 다 기혼이라면 시댁 얘기, 남편 얘기, 애들 얘기 하면서 놀았겠지? 다혈질인 내가 버럭 질러 대면 말리면서 언니도 웃었겠지. 귀정 언니야! 우리 언제가 꿈에서라도 만나면 내가 꼭 안아 줄게. 추웠을 언니, 그렇게 꿈에서라도 꼭 안아 주고 싶다. 오늘이라도 꼭 찾아와주길 바라!"(홍승아 불문88)
 
"부끄럽지 않게 나이를 먹기 위한 30년의 약속"

추모집은 김귀정 열사만을 소환하지 않는다. 개인 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묻고 답한다. 추모집은 술술 읽히지만 강하게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추모에서 일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짐하는 공감의 힘이 있다.
 
"대학들은 취업 경쟁에 내몰리며 지성도 운동도 사라져갔다. 교육, 노동, 언론, 정치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386세대들이 제도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그들은 더 많은 불평등을 만들어 내고 있는 시장권력에 무기력하고 나약했다. 세월호 참사는 생명과 안전을 철저히 소외시킨 자본주의 시장권력이 만든 참사였다. 91년 봄처럼 어린 청춘을 앗아 갔고, 우리는 또다시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하병수 교육91)
 
"여러 가지가 떠올랐지만 '공감 능력'을 유지하고 키워 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정리했다. 세상 어딘가의 절규, 눈물에 눈과 귀를 닫지 않는 것. 그것을 연대라 부를지, 측은지심이라 부를지, 기부라 부를지, 시위라 부를지, 봉사라 부를지는 모르겠으나 내 앞가림에 매몰되지 않고 세계와 연결된 존재, 세계의 일부로서 나를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 스무 살의 나, 그리고 하늘나라의 귀정이 누이에게 부끄럽지 않게 나이를 먹기 위한 30년의 약속이다."(김봉수 국문91)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 보자"

추모집은 1.귀정의 삶, 기억 또는 추억 2.1991년 5월투쟁과 김귀정 3.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4.서른 번의 봄을 보내며 5.추모에서 일상의 기억으로 6.새로운 다짐으로 등 6부로 구성됐다. 추모집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과 새로운 다짐을 생각하게 만든다. 1991년을 김귀정 열사와 함께 하지 못했던 이들도 마찬가지다.
 
"30년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운 이의 생사를 확인하고, 불의에 대한 저항에 연대하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차리는 것 그 이상이 아니었을까? 그 시간을 관통해 온 사람들과 함께 나이 들어 점차 염치없어짐을 반성하고, 또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 보자고 서로 토닥였던…. 그녀가 일상이라 고맙다. 늘 현재를 살아서 좋다. 5년, 15년, 25년, 50년… 앞으로도 쭉."(임인정 사학92)

귀정, 추모에서 일상의 기억으로 - 김귀정 열사 30주기 추모집

귀정 2021 준비위원회 (엮은이), 앨피(2021)


태그:#김귀정, #귀정, 추모에서 일상의 기억으로, #귀정 2021 준비위원회, #도서출판 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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