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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순경, 큰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서 이알리미 공지가 왔다. 1학기 중에 등교일수를 늘리려고 설문조사를 했는데, 지금까지처럼 1/3 등교를 유지한다는 소식이었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등교 당사자인 학생들의 찬성이 50%를 넘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미세한 차이이긴 했지만 아이들은 등교를 반기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2/3 등교를 강하게 원했지만 아이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 등교 확대를 위한 설문조사 학부모들은 2/3 등교를 강하게 원했지만 아이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 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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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의 2 등교에 무려 71.4%의 찬성 표를 던진 학부모들은 '1/3 등교 유지'라는 결과가 야속했는지 학교에 빗발치듯 문의전화를 걸었고, 이에 교장선생님은 학부모 전체에게 문자를 보냈다.

"학부모님들께서는 등교 횟수가 늘어나지 못하고 하루 종일 아이가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으니 많이 속상하셨을 것 같습니다. 1/3 등교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가정통신문을 받고서 학부모님들이 왜 학부모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느냐라는 전화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1/3 등교 유지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건 '성남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고 학생수가 많으며 특히 학급별 밀집도가 가장 높다는 점, 다음으로 아직까지는 주변에서 2/3 등교를 실시하고 있는 학교가 거의 없고 무엇보다도 교육부의 지침이 2/3 등교에 대하여 아직은 미온적이라는 점 등 모든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한 것이라는 교장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실망했을 엄마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고도 남았다. 나부터도 원하는 등교일수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을 때부터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졌으니까. 어쩔 수 없는 결과려니 하고 받아들였지만 등교를 원한 학부모들의 숫자를 보니, 나처럼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많나 보다, 하는 위로 아닌 위로를 받았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아이
 
게임이나 유튜브 시청 등을 금지할 아무런 수단이 없어 보인다.
 게임이나 유튜브 시청 등을 금지할 아무런 수단이 없어 보인다.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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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점이야, 여러 매체에서 수도 없이 다루었듯이 학력 격차와 우울증 같은 정서장애 등등이 있을 테지만, 내가 실감하는 가장 큰 문제는 교장선생님이 언급했던 것처럼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아이'였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 '공신폰'(공부의 신 핸드폰의 줄임말로 인터넷 사용을 할 수 없는 스마트폰)을 사용했던 첫째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해 어쩔 수 없이 장만해 준 스마트폰과 함께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맞이했다.

아이의 온갖 관심은 스마트폰으로 쏠렸다. 보호자가 아이의 앱 사용을 제어할 수 있다는 앱을 깔긴 했지만, 실상 이 앱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려면 꼭 실행해 놓아야 하는 앱이 있는데, 이런 앱 하나만 있어도 인터넷 사용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등교라도 했더라면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 스마트폰 사용은 강제로라도 금지당할 텐데 온라인 수업으로는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아이들이 수업 화면을 켜놓고 개별적으로 무얼 하든 선생님들이 하나하나 체크할 수가 없기 때문에 게임이나 유튜브 시청 등을 금지할 아무런 수단이 없어 보인다. "딴짓 하지 말라", "화면에 얼굴 보이게 해라"라는 잔소리가 고작이다. 

스마트폰과 함께 하게 된 아이의 세상은 이전과는 달랐다. 특별히 외로워하지도 않았고 심심하다는 말도 달고 살지 않았다. 그야말로 '함께'가 아닌 '혼자' 놀기의 고수가 되었다. 그 뒤에는 든든한 온라인 세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는 대신 온라인 클래스 중간에 밥을 대충 때웠다. 집에 있으니 배고픔보다는 입이 심심한지 군것질만 늘어갔다. 어떤 아이들은 '공방'(공부 영상 방송)을 보기도 한다는데 우리 집은 어떻게 된 일인지 두 아이들 모두 시간 때우기 심심풀이용 웃긴 유튜브 영상에만 빠져 있다. 그걸 왜 보는지도 모르는 채 흘러가는 시간이 나는 그저 아깝고 아까웠다.

첫째는 그나마 좋은 습관을 많이 가지고 있던 아이였다. 그런데 그 습관이 무너지는 데는 며칠도 걸리지 않았다. 유난히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지만 자극성과 중독성이 있는 영상을 접하니 날로 영상에만 빠져들었다. 왜 재미있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유튜브 동영상들에.

흔히 사춘기에는 자식과 싸우지 말라고 하는데, 싸움은커녕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는 딸아이와 대화하기도 점점 어려워졌다. 아이를 이해하자고 마음먹어도 유튜브에 단단히 빠진 아이를 이해하기는 너무나 어려웠다. 

매일같이 닫힌 방문을 보고 있자면 그 굳게 닫힌 방문만큼의 답답함이 내 가슴속을 채운다. 닫힌 방문 저쪽의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외로운지, 심심한지, 무엇을 하는지 도무지 나는 알 방법이 없다.

선생님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화상으로라도 선생님과 눈을 맞추고 수업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듯했다. 슬쩍 본 실시간 수업에서는 아이들 노트북의 카메라가 모두 위로 향한 채 화면마다 천장만 보였다. 화면 밖, 수업 시간에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엄마가 느낀 코로나 시대 공교육의 현실

이 와중에도 특목고나 영재고를 가겠다는 목표가 확고한 아이들은 공부에 불이 붙는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온라인 클래스를 틀어놓고 누군가는 열심히 문제집을 풀고, 누군가는 열심히 유튜브를 보고, 또 누군가는 열심히 게임을 하는 학교 생활. 이것이 코로나 시대 공교육의 현실이다.

최소한의 움직임과 장시간의 컴퓨터 사용으로 체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아이들은 3주에 하루 학교에 다녀오는 날에는 녹초가 되고 만다. 왜 안 그러겠는가. 3주치 수행평가를 한 주에 몰아서 하려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신기한 건, 피곤한 얼굴이지만 그래도 학교에 다녀오는 날에는 표정이 밝다는 것이다. 강제로라도 컴퓨터에서 해방된 아이들이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 친구들과 대화하고 선생님의 수업을 실제로 들으니 아이들의 전두엽도 오래간만에 긍정적인 활성화가 일어나는 모양이다.

이미 생활 패턴이 많이 흐트러진 아이들의 헝클어진 생활습관이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대체 얼마의 시간이 지나야 할까. 가늠할 수조차 없다. 온라인에 빠져 있는 것 이외에는 마땅한 여가 거리가 없는 요즘 학생들에게 학교에 매일 등교하는 것만으로도 생활 패턴이 정상화 되지 않을까.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아이들, 표정을 잃은 아이들, 유튜브에서만 재미를 찾는 아이들, 이 상태로라면 답이 없다. 내가 정말 매일 등교밖에 방법이 없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태그:#매일등교, #등교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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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 글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따뜻한 사회가 되는 일에 관심이 많고 따뜻한 소통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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