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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의 방일 중지 권고에 대해 마루카와 올림픽 담당상이 "필요한 도항까지 금지되는 것이 아니다. (올림픽 개최에) 특별히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지는 않는다"고 한 발언한 내용이 일본 언론사들에 의해 보도되었다.
▲ "미 국무부의 "방일 중지 권고"가 올림픽에 특별히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 미 국무부의 방일 중지 권고에 대해 마루카와 올림픽 담당상이 "필요한 도항까지 금지되는 것이 아니다. (올림픽 개최에) 특별히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지는 않는다"고 한 발언한 내용이 일본 언론사들에 의해 보도되었다.
ⓒ 박광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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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는 불안과 동요. 올림픽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만난 일본인들의 여론이다. 지난 25일 미국 국무부의 '일본으로의 도항 중지 권고' 조치 발표 이후 이런 여론이 크게 감지되는 모양새다. 

일본 주요 언론은 미 국무부의 발표를 즉각 보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정부가 자국민의 일본 방문에 제동을 건 전대미문의 상황. 당혹스러운 상황을 다룬 언론 보도는 일본 국내 코로나 방역 상황에 대한 우려, 그리고 '올림픽을 무사히 개최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필요한 도항까지 금지된 것은 아니다. 영향이 특별히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마루카와 타마요(丸川珠代) 올림픽 담당상의 발언을 보도한 <마이니치신문>의 댓글창엔 스가 내각의 안일한 상황인식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금에 이르러서도 그런 말을!"
"일본인을 지키는 것이 당신의 임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올림픽을 강행하겠다는 자민당의 오만"

비판적 댓글에 누적된 다수의 공감 표시는 올림픽 강행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을 여실히 드러냈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긴급사태 선언 후 적막감이 감도는 교토 기요미즈데라. 이곳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항상 인파가 붐볐던 장소이다.
 긴급사태 선언 후 적막감이 감도는 교토 기요미즈데라. 이곳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항상 인파가 붐볐던 장소이다.
ⓒ 박광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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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시에서 일하는 직장인 요네타니 후사코(米谷冨佐子)씨 역시 올림픽 개최 찬반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현 시점에서의 올림픽 개최는 무리"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TV를 봐도, 주변 지인들하고 이야기를 해봐도, 올림픽 개최에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물론 올림픽이 무사히 잘 개최되면 좋긴 하겠지만, 국민들이 이렇게 불안해하는데... 말로만 긴급사태 선언을 발효시켜놓고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무리 아니겠어요?"  

고령의 모친과 둘이서 생활한다는 요네타니씨는 "연로하신 어머니가 코로나에 감염이라도 될까 항상 걱정"이라며 "지금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긴급사태 선언 체제 아래 오사카의 밤거리. 매장 내 음주가 금지되고 일반 음식점의 영업시간이 오후 8시까지로 제한됐다.
 긴급사태 선언 체제 아래 오사카의 밤거리. 매장 내 음주가 금지되고 일반 음식점의 영업시간이 오후 8시까지로 제한됐다.
ⓒ 박광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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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시에서 검도 사범으로 근무하는 A씨는 "이런 분위기라면 올림픽은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일본 국민으로서, 체육인으로서 물론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소망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역시 어렵겠죠. 당장 얼마 전에 방문했던 지역 스포츠 센터의 검도교실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확진자 발생은 결코 남 이야기가 아니에요. 당장 오사카시 확진자 추이를 보라고요."

4월의 오사카에선 일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하는 날이 거듭됐다. 긴급사태 선언으로 평소보다 강도 높은 방역 통제가 이뤄지면서 5월 현재는 일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300명 대까지 감소하기는 했다. 하지만 충격의 여파는 여전히 가시지 않아 시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A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어쩔 수 없이 검도를 쉬고 있는 관원들을 언급했다.

"국가는 국민들의 삶을 일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할 책임이 있지요."

"전쟁완수 집착했던 제국, 올림픽 개최 집착 스가 내각"
 
25일 일본 교토현 가메오카시 상가운동장 앞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반대 시위. 이날 이 경기장 안에서 올림픽 성화봉송이 진행됐다. 한 참가자가 "올림픽 중지다 중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25일 일본 교토현 가메오카시 상가운동장 앞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반대 시위. 이날 이 경기장 안에서 올림픽 성화봉송이 진행됐다. 한 참가자가 "올림픽 중지다 중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교도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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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회복(戦前回復, 2018)> <역사전과 사상전(歴史戦と思想戦, 2019)> 등의 저서에서 과거 제국시대로의 회귀를 추구하는 세력의 존재와 그 위험성을 지적해왔던 전쟁사 연구가 야마자키 마사히로(山崎雅弘) 작가는 올림픽을 향해 직진하고 있는 현 일본의 정세를 아시아 태평양 전쟁 시대에 비유했다.

그는 25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패색이 짙어진 상황임에도 비합리적인 상황 인식 아래 전쟁완수를 부르짖으며 국민들의 생명은 아랑곳하지 않았던 제국 시대의 병폐가 스가 내각의 올림픽 개최 집착에서 또다시 재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림픽 강행을 시사하고 있는 현 내각에 대해서 야마자키 마사히로씨는 미 국무부의 일본 도항 중지 권고 조치를 두고 '올림픽에 끼치는 영향은 없다'고 일축한 마루카와 올림픽 담당상의 예를 들며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하는 비상시국에 전혀 쓸모 없는 지도자들"이라고 다소 거칠게 평가했다.

"확진자가 발생해도 병원에서 대처조차 하지 못해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는 이 위기 상황을, '꿈' '희망' '유대'와 같은 공허한 미사여구로 은폐하고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타당하겠습니까?"

야마자키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금전적 득실이 아니라 인권과 인도적 가치"라고 거듭 강조했다. "IOC 관계자들이 얼마를 잃든, 그로 인해 일본에 배상금이 청구된다 하더라도 일본인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올림픽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그는 강력하게 주장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라는 환난 속에서, 개최국 일본의 시민들은 올림픽으로부터 기대보다는 불안과 동요를 느끼고 있다.

태그:#올림픽, #코로나, #방역, #IOC, #스가 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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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논리에 함몰된 사측에 실망하여 오마이뉴스 공간에서는 절필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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