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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에서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발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해 '해체 수준의 대수술'이 거론되는 가운데, 경남지역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한국주택공사가 통합했고, 본사가 경남진주혁신도시에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 3월 임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의혹이 불거진 뒤,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에 LH에 대한 대수술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LH에 대해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는 "해체 수준에 준하는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했고, 김부겸 총리도 "해체 수준으로 결론 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LH 대수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역에서는 '분할' 내지 '기능 축소', '구조조정', '개혁'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청년 피해는 안 돼"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5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직원 부동산 투기에 따른 정부의 한국토지주택공사 개혁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5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직원 부동산 투기에 따른 정부의 한국토지주택공사 개혁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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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경남 곳곳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진영과 정치권, 상공계에서도 입장을 내고 있다.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5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LH 개혁, 결코 경남 도민과 청년의 피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발표했다.

이윤기 마산YMCA 사무총장은 "LH를 해체하거나 분할하는 것이 투기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특히 분할 이후 그 일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경남도민으로서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고 했다.

지종근 진주혁신도시지키기시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LH 개혁이 지역 청년의 피해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최근 신규 채용이 중단되면서 지역 대학 입학 후에 꾸준히 입사를 준비하던 경남지역 청년들이 당장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LH를 해체하거나 분할해 그 일부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으로는 투기를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의 투기 근절 개혁 방안은 LH 직원들뿐만 아니라 모든 공직자들의 투기 근절 방안이 되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공직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투기 근절 발안으로 제도화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도민들은 정부의 LH 개혁 방안이 경남으로 이전한 LH를 분할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의 대원칙이 훼손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정부의 LH 개혁 방안 마련은 고인 물과 썩은 물을 내보내고 맑은 새 물을 들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며 "일부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때문에 경남도민과 청년들의 불이익으로 되돌아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주상의 "지역경제 뒤흔드는 LH 분할 반대"
  
진주상공회의소는 25일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진주상공회의소 석재수 감사, 오진호 부회장, 이영춘 회장, 김주방 부회장.
 진주상공회의소는 25일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진주상공회의소 석재수 감사, 오진호 부회장, 이영춘 회장, 김주방 부회장.
ⓒ 진주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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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주상공회의소 이영춘 회장과 오진호·박주방 부회장, 석재수 감사는 25일 진주시청 브리핑실에서 "지역경제 뒤흔드는 LH 분할 반대"라는 입장을 밝혔다.

진주상의는 "혁신도시는 국토균형발전의 상징이다. 여기에 보금자리를 튼 공공기관들은 지역 경제의 젖줄이자 미래 성장 동력의 초석이다"라며 "LH는 경남진주혁신도시를 대표함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손꼽는 토탈 시스템을 갖춘 국토개발 전문기관이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들은 "지금, 누군가가 LH를 뒤흔들고 있다. 대한민국을, 지역경제를 뒤집을 형국이다. 1만여 명의 전체 직원 중 1%도 안 되는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로 인해 세계적인 롤모델인 국내 최대 공기업을 모래성처럼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진주상의는 "정부는 해체 수준의 개혁안을 언급하며 모자회사 도입 등을 시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한다"며 "상처는 곪기 전에 치유해야 하지만 곪은 곳이 있다면 그 부분만 치유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상처 때문에 큰 수술을 하고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명의의 처방이 아니다"며 "조직을 분할하고 규모를 축소하면 당장의 통제는 수월해 질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전혀 되질 않고, 행정의 비효율 등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진주상의는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일벌백계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정치권의 면피 차원에서 급하게 추진하는 혁신안은 반대한다"고 했다.

진주시의회도 이날 오후 "LH 기능 분리나 축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경수 지사 "혁신도시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돼야"

한편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LH 혁신안이 경남진주혁신도시와 반드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되도록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다.

김 지사는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LH 혁신 방안은 꼭 필요하다"라며 "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불신 해소 방안은 LH와 정부가 협의해서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방안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지사는 "LH 혁신방안이 LH를 중심으로 구성된 경남혁신도시의 기능을 축소하거나 약화시켜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되고, LH 혁신안과 경남혁신도시가 서로 상생하는 방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주혁신포럼 성명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지마라"

진주혁신포럼은 25일 긴급성명을 통해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토론회를 열었다고 한 진주혁신포럼은 "내부정보 이용 땅투기'를 근절하는 방안과는 거리가 먼 'LH 해체 구상'에 대해서는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해체'란 단어가 가진 충격효과가 국민적 분노를 잠시 가라앉힐 수 있을 지는 모르나, '통합의 효과'로부터 얻는 서민들의 주거복지의 안정적토대가 심각하게 흔들리는 건 아닌지 꼼꼼히 살펴봐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LH '통합'에 10년이 걸린 일을 불과 석 달 만에 'LH 해체'로 결론 내는 것이 맞는 것인지 심사숙고 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또 이들은 "노동친화적인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이번 LH 혁신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LH 노동조합을 배제한 것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진주혁신포럼은 "무엇보다 금번 정부가 마련하는 LH 혁신안이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기 보다 국민적 분노를 일시적으로 잠재우기 위한 충격효과를 노린 것으로 끝나지 않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했다.

또 이들은 "LH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수도권 중심주의 정책을 획기적 전환해 주기를 강력히 요청합니다. 근본적으로 보면, LH 사태는 수도권으로의 인구와 경제력 집중이 낳은 필연적 결과"라고 말했다.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5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직원 부동산 투기에 따른 정부의 한국토지주택공사 개혁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5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직원 부동산 투기에 따른 정부의 한국토지주택공사 개혁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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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토지주택공사, #LH, #경남진주혁신도시, #부동산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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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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