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꽈리고추 수정이 잘 되도록 드론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시범을 보이는 김면중씨. ⓒ 무한정보신문
 꽈리고추 수정이 잘 되도록 드론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시범을 보이는 김면중씨. ⓒ 무한정보신문
ⓒ <무한정보> 김수로

관련사진보기

 
예산군 고덕면 석곡리 '다온농장' 비닐하우스에 드론이 떴다.

꽈리고추를 재배하는 김면중(48)씨가 중고장터에서 80만 원을 주고 구입한 것이다. 벌 대신 드론 네 귀퉁이에 달린 날개가 일으키는 바람으로 꽃가루를 옮겨주기 위해서다. 공책만한 크기인데도 제법 강력하다. 밭고랑을 따라 거침없이 전진하자 가지에 매달린 꽈리고추들이 양옆으로 흔들린다. 수정이 잘 돼 드론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수확량이 10% 정도는 늘었단다.

겨울철에도 '효자' 노릇을 한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추운 날엔 냉해를 입을 수 있어 측창을 계속 닫아둬야 하는데, 공기가 갇혀 있어 습도가 올라가며 병충해가 퍼지기 쉬운 환경이 된다. 이때 드론을 띄워 하우스 안을 몇 바퀴 돌게 하면 걱정을 덜 수 있다.
 
아내 송윤자씨와 함께 꽈리고추를 따고 있다. 고된 하루지만 서로가 있어 행복하다. ⓒ 무한정보신문
 아내 송윤자씨와 함께 꽈리고추를 따고 있다. 고된 하루지만 서로가 있어 행복하다. ⓒ 무한정보신문
ⓒ 김수로

관련사진보기

 
지난 13일 찾은 이곳, 초여름을 방불케하는 날씨에도 김면중(48)·송윤자(47) 부부가 꽈리고추를 수확하는 데 여념이 없다. 비닐하우스와 창고 안팎은 풀 한 포기 없이 말끔하다.

인천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남편 면중씨는 수명이 짧은 직업 특성상 은퇴 뒤 어떤 일을 해야할지 고민했다. '평생직장'을 갖고 싶었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덜한 삶을 원했다. 가족들을 설득한 끝에 부부와 올해 18살이 된 고등학생 아들은 2017년 아내 윤자씨 친정인 예산으로 왔다.

윤자씨는 "처음엔 '잘 할 수 있을까?' 싶어 고민했죠. 시골 출신이라 농사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요. 인천에선 결혼 뒤 전업주부로 살아왔는데, 지금은 일을 함께 하니 남편과 아들이 집안일도 분담해서 해요"라며 웃는다.

2월 정식해 11월까지 재배하는 꽈리고추 농사는 도무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나 오후 7시까지 수확하고 나면 선별이 남아 있다. 저녁을 먹고 포장을 마쳤을 땐 이미 밤 10시가 가까워져 있다. 날이 더워질수록 빨리 자라 이맘때는 일주일에 한 번도 쉴까 말까라고 한다.

농사에 뛰어든 지 5년째지만 아직도 공부할 게 많다는 부부. 귀농 전 밭을 구하는 데만 3년이 걸렸을 만큼 쉬운 일이 없었다. 면중씨는 "환상으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요. 무턱대고 귀농을 결심했다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상당수에요. 보조사업이나 융자지원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한테 어떤 작물이 잘 맞을지 여러 방면으로 따져본 뒤에 결정하는 게 먼저에요. 저같은 경우는 귀농에 앞서 다른 품목들을 경험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꽈리고추 농사가 적성에 맞는다고 느꼈어요. 예산 특산물이고 다른 작목보다 수익률이 높기도 하고요"라고 설명한다.

귀농귀촌의 '뜨거운 감자'인 '원주민과의 화합'에 대한 의견도 진솔하게 전한다.

"문화와 정서가 다르니 충분히 갈등이 생길 수 있어요. 마을에 일정 기간 머무르며 농촌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귀농인의 집'이 있지만 단기간에 가까워지긴 어려워요. 주민들도 낯설 거고요. 서두를 것 없이 차근차근 얼굴을 익히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며 거리를 좁혀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루하루 정신없이 돌아가지만,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몸을 많이 움직이다보니 건강은 더 좋아진 것 같다는 부부. 예산의 너른 농토를 평생직장 삼은 이들의 내일에 응원을 보낸다. 

태그:#귀농, #꽈리고추, #드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본인이 일하고 있는 충남 예산의 지역신문인 무한정보에 게재된 기사를 전국의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픈 생각에서 가입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