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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5년차 김원준·홍정아(뒷줄 왼쪽부터) 부부와 자녀 강민, 민찬, 민주(앞줄 왼쪽부터). 막내 민찬이 엄마아빠가 키운 방울토마토를 손에 꼭 쥐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귀농 5년차 김원준·홍정아(뒷줄 왼쪽부터) 부부와 자녀 강민, 민찬, 민주(앞줄 왼쪽부터). 막내 민찬이 엄마아빠가 키운 방울토마토를 손에 꼭 쥐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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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인 자녀 셋을 데리고 과감하게 귀농에 도전한 가족이 있다. 예산군 신암면 오산리에서 멜론과 방울토마토, 호랑이강낭콩 농사를 짓는 예산살이 5년차 김원준(43)·홍정아(42) 부부다.

용접사로 일했던 남편 원준씨와 어린이집 교사였던 아내 정아씨는 울산에서 정아씨 어머니 고향인 예산으로 이사 와 낯선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시골에 정착해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였단다.

지난 11일 '정원농장' 다섯 식구를 만났다. 방과후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삼남매는 엄마아빠가 기른 토마토부터 찾는다. "나도 먹을래"를 외치는 목소리가 아기 울음소리 한 번 듣기 어렵다는 농촌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듯하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도시로 가자'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큰아이가 12살, 둘째와 셋째가 10살, 8살이 된 지금은 자연 속에서 뛰놀며 행복하게 자라고 있다. 다만 지역에서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또래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주변에 소아과와 아이들을 치료하는 치과가 없는 점은 아쉽다고 한다.

새벽에 눈 뜨면 하우스로 출근해 해질 때까지 농사일에 매진해온 나날 속 우여곡절도 많았다. 처음 3년 동안은 여름 장마철만 되면 하우스가 물에 잠겼고, 열매가 달리지 않아 빈 멜론 줄기만 바라보기도 했다.

그만큼 새로운 지식과 기술에 목마른 부부는 '현장경험'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 작물의 생리와 재배 요령을 종합적으로 배우고 실전경험까지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멜론을 키울 때 자연수정이 된다고 해 그대로 뒀는데 착과율이 생각보다 안 나온 적도 있고, 수정이 된 꽃과 안 된 것을 구분해 따야 한다는 걸 모르고 작업해 수확량이 많이 줄어들기도 했어요. 농업기술센터가 귀농인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기초교육에 더해 책만 봐선 알 수 없는 현장 상황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교육받는다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생존을 위해 힘겹게 버텨내야 하는 '농한기 보릿고개'도 짚었다.

"겨울부터 방울토마토 수확을 시작하는 5월 초까지 4~5개월은 수입이 없어요. 이때 시금치와 쪽파를 키워 소득을 늘려보려고 하고 있지만 난방 시설을 갖춰 연료비를 대는 것도 만만치 않아 인건비만 겨우 건지는 수준이에요. 정 어려울 땐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보태요. 군이 노인일자리를 지원하는 것처럼 청년농업인들이 농한기 때 일할 수 있는 알바 자리를 정기적으로 주선하거나 제공하면 좋을 것 같아요."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안아줄 '이불'이 필요하단 얘기다. 후배 귀농인들에게는 섣부르게 귀농을 결심해선 안 된다는 조언도 건넸다. 3년 정도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두고 생각해야지, 6개월이나 1년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이들 부부는 사정상 조금 서둘러 예산에 오게 됐지만 그만큼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단다.

"처음부터 시설을 다 갖추려고 하지 말고 차근차근 시작하는 게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훨씬 도움이 돼요.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설비를 들여놓으면 경험이 없는 상태에선 투자대비 수입이 적을 수밖에 없어요."

좌충우돌하며 자리를 잡아가는 정원농장 가족들. 차츰 농사 일이 익어가며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함께 나들이를 간다. 즐겨찾는 곳은 추사고택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엔 '예산군청년농업인연합회'에서 만난 이웃귀농인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어려움을 나누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기도 했다.

모든 노력은 언젠간 결실을 맺는다고 한다. 부부가 땀 흘려 정성으로 키운 굵고 빨간 방울토마토가 그렇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태그:#귀농, #가족,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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