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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 대한군인기념사업회장은 "병사에 비해 10개월이나 긴 복무기간 때문에 ROTC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는 초급장교의 질적인 하락으로 이어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준철 대한군인기념사업회장은 "병사에 비해 10개월이나 긴 복무기간 때문에 ROTC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는 초급장교의 질적인 하락으로 이어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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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27일 오후 2시 19분]

"병사에 비해 10개월이나 더 긴 복무기간 때문이다. 같은 해 대학에 입학해 병사로 군복무를 마친 동기들에 비해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에서 최소한 1년 이상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지금의 복무구조 아래서는 우수자원은 고사하고 지원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김준철 대한군인기념사업회장이 지적하는 학군군간부후보생(ROTC) 지원 급감의 원인이다. 그는 "사정이 이런데도 국방부의 최고 수장이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25일 전·현직 국방부 장관 4명을 검찰에 고발한 김준철 회장은 ROTC 28기 육군 대위 출신이다. 1990년 포병 소위로 임관해 수도기계화 보병사단, 제11공수특전여단, 1군단 포병여단 등에서 7년을 복무하고 전역했다. 1979년 12.12 쿠데타 당시 반란군에 대항하다 순직한 고 김오랑 중령 평전 <역사의 하늘에 뜬 별, 김오랑>의 저자이기도 한 김 회장은 지난 20여 년간 김오랑 중령 기념사업을 주도하면서 국회를 통해 '김오랑 중령 명예회복 건의안'을 통과시켜 무공훈장 수여와 흉상 제막 등을 이끌어냈다.

김 회장은 합리적인 복무기간 조정만이 ROTC 경쟁력 하락을 막고, 우수한 초급장교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전방사단 소대장의 70%를 단기복무 ROTC와 학사사관 출신 장교들이 맡고 있는 실정에서 유사시 40여 명 병사들의 생사를 책임져야 하는 초급장교의 자질 저하 문제는 결코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사관학교 출신이 독식해오다시피한 군 수뇌부가 ROTC나 학사사관 출신 장교들을 많이 뽑은 후 단기간 활용하다 전역시키는 소모품 정도로만 취급하는 인식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다음은 지난 21일 김 회장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대학생들이 외면하는 ROTC
 
ROTC 민주포럼은 25일 오전 직무유기 혐의로 전현직 국방장관 4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 고발장 제출하는 ROTC 민주포럼 ROTC 민주포럼은 25일 오전 직무유기 혐의로 전현직 국방장관 4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 ROTC 민주포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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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직 국방장관 4명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25일 고발장 접수가 이뤄졌다 - 기자 주).

"지난 2014년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발족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는 ROTC와 학사장교 복무기간을 4개월 줄이는 방안을 확정해 보고했다. 이듬해 당시 한민구 국방부장관도 우수한 대학생들이 ROTC 후보생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ROTC 출신 단기장교의 복무연한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장관은 또 3년에 이르는 학사장교의 의무복무기간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지금껏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후 장관들도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욱 장관 취임 직후인 지난 2020년 11월에도 ROTC 중앙회는 국방부의 대책강구를 요구하며 구체적인 단축안까지 제시했지만,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사이 해마다 ROTC 지원율은 떨어졌고, 수도권의 대부분 대학에서는 축소된 정원마저도 다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 ROTC 후보생 지원자가 줄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인가.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병역은 어떻게든 빨리 마치고 직장을 갖는 것이 요즘 대학생들의 최대 목표가 돼 버린 상황에서 병사 복무기간보다 10개월이나 긴 ROTC는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 선택지 바깥으로 점점 밀려나 버렸다. 생각을 해보라. 같은 해 대학에 입학한 동기가 있는데, 1학년을 마치고 병사로 입대해 18개월 군대를 다녀오면 ROTC 후보생이 졸업을 하기도 전에 복학할 수 있다.

ROTC 후보생은 3~4학년 재학 중 군사교육 4개월을 받고, 임관 후 28개월을 복무한다. 이렇게 되니 병사에 비해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이 최소 1년가량 늦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육군학생군사학교가 설문조사를 한 걸보면 절반가량(47%)이 긴 복무기간 때문에 ROTC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 그렇다면 ROTC 의무복무 기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가.

"대체적으로 임관 후 24개월 정도로 동의가 되고 있지만, 20개월로 단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ROTC 후보생과 학군단장, 예비군 중대장 등의 그룹에서는 (20개월 이하의) 파격적 단축을 이야기하는 분도 많았다.

어쨌든 ROTC 중앙회 차원에서는 ROTC의 의무복무 기간이 병사 복무기간에 비해 10개월이나 길어서 경쟁력 저하와 우수자원이 지원하지 않는 문제를 낳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최소한 24개월, 개인적으로는 20개월 이내로 복무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방부장관 결심으로 단축 가능"
 
5월 10일부터 5월 21일까지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에서 진행되는 '신임장교 KCTC 전투훈련'에서 공병 병과 신임장교가 M16 대인지뢰를 매설하고 있는 모습.
 5월 10일부터 5월 21일까지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에서 진행되는 "신임장교 KCTC 전투훈련"에서 공병 병과 신임장교가 M16 대인지뢰를 매설하고 있는 모습.
ⓒ 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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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무기간이 단축되면 초급장교의 숙련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없는가.

"그동안 국방부는 단기복무 장교의 적정 복무기간 연구를 추진하기는 했지만, 숙련도와 자대활용 기간을 포함한 전투력 발휘 측면에서 현행 복무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초급장교가 업무에 숙련되는 데 필요한 기간은 11.5개월이다. ROTC 의무복무자들은 주로 소대장 요원으로 어차피 초급장교 이상의 능력이 요구되는 참모요원과 중대장 이상의 임무수행은 단기복무 자원이 아닌 복무연장자원과 장기복무자원의 몫이다.

ROTC의 경우 대략 한해 4000명 전후가 임관을 하는데, 이중 700~800명 정도가 복무연장을 하고 나머지는 의무복무만 하고 전역한다. 의무복무기간을 줄여야만 우수한 장교 후보생들이 유입될 것이고, 초급장교의 질적 향상도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또 일단 경쟁력 있는 의무복무 자원들이 많이 들어와야 우수한 장기복무자원들도 발굴할 수 있는 것이다. ROTC 지원율 하락에 미달사태까지 벌어지는 지금의 현실을 국방부는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 ROTC 의무복무기간을 24개월로 줄이는 것은 법 개정 없이 국방부장관의 결심만으로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 ROTC는 임관 전 4개월의 군사교육과 훈련을 받는다. 이 기간을 복무기간에 포함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간혹 ROTC 후보생이 임관을 포기하고 병사로 입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재학 중 군사교육을 이수한 날짜만큼 복무기간을 경감해 준다. 만약 2년 동안 4개월 군사교육을 받았다면 병사 복무기간 18개월에서 4개월을 줄여줘 14개월만 복무한 뒤 전역할 수 있다. 불합리하지 않은가. 같은 군사교육 시간도 ROTC 복무기간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의무복무 ROTC 장교로 임관 시 숨어있는 4개월을 복무기간에 산입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 ROTC 제도가 제대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의무복무 기간을 20개월까지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1961년 ROTC 창설 당시 복무 기간은 24개월로, 병사 복무기간 30개월보다 6개월 짧았다. 그러다 1968년 1.21사태 이후 ROTC는 28개월, 병사는 36개월로 각각 복무기간이 늘어났다. 이후 ROTC의 복무기간은 지금까지 28개월로 계속 유지되고 있지만, 병사 복무기간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현재 18개월이 됐다.

1993년 병사 복무기간이 26개월이 되면서 처음으로 ROTC 복무기간에 비해 2개월 짧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했고, 이즈음부터 단기장교(ROTC, 학사사관) 경쟁률이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 ROTC 제도를 설계할 때부터 우수한 단기장교를 획득하기 위한 방법으로 병사에 비해 짧은 복무기간을 채택했던 것인데, 이제는 아무런 메리트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임관 후 24개월 안은 지금도 의무복무 해병대 ROTC에서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지만, 우수한 학생들을 끌어들이기에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임관 후 20개월 안은 10월에 전역하는 구조로 이듬해 초부터 구직준비를 하거나 대학원 진학이 가능한 사이클이어서 병사 출신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국방부장관이 결심해서 24개월로 복무기간을 단축한 후, 후보생 기간 받는 입영훈련 4개월을 복무기간에 산입시키면 20개월까지 줄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ROTC 및 현역병의 의무복무기간 변천 비교
 ROTC 및 현역병의 의무복무기간 변천 비교
ⓒ ROTC 중앙회
 
"ROTC 장교 이기주의? 지원 대학생에게 역차별 주는 현 제도 고쳐야"

- 의무복무 ROTC 장교들의 복무기간 단축 주장이 자칫 ROTC 장교들의 이기주의로 비칠 우려도 있어 보인다.

"이 문제는 단순히 ROTC 의무복무자에게 특혜를 달라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의무복무 ROTC를 지원하는 대상은 대학교 1~2학년생들이다. 앞에서 말한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병역의무가 있는 우수한 대학생들이 ROTC라는 제도를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지원하는 대학생들에게 역차별을 가져오는 현재의 의무복무 ROTC 제도는 반드시 고쳐야만 하는 것이다.

첨언하자면, 병사들에 비해 긴 복무기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ROTC 자원의 질적인 하락에 대한 심각성을 이해해야 한다. 의무복무 ROTC는 유사시 40여 명 소대원들의 생사를 결정하는 소대장이다. 초급장교의 자질 저하는 지금 당장은 눈에 띄지 않더라도 군 전투력의 근간을 좌우하는 문제다.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했을 때 그 후과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편, 대한민국ROTC중앙회는 <오마이뉴스> 보도 직후인 26일 "ROTC 민주포럼은 중앙회 회칙(조직 및 기구)에 속해 있는 산하 조직/기구가 아니며, 정식 등록되지 않은 모임(포럼)"이라는 입장문을 보내왔다.

ROTC중앙회는 입장문에서 "ROTC민주포럼에서 제기한 ▲ ROTC 복무기간 단축(현 28개월->24개월)과 ▲ 미래 국방력 강화를 위한 초급장교 우수인력 확보 등 '미래지향적 발전방안'에 대한 내용은 공감하지만, ROTC민주포럼의 의견이 ROTC 22만 전 동문의 의견으로 대변되어지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대단한 우려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추후 ROTC 제도발전(복무기간, 복지지원 등)은 국회세미나, 공청회, 국방부 검토, 육군본부 의견 등 정책적 판단과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쳐 조속히 변화되는 것이 대한민국ROTC중앙회의 공식 입장임을 밝힌다"고 전했다.

태그:#ROTC 민주포럼, #김준철, #국방장관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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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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