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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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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야(Indeed)."

한 남자가 올린 짧은 트윗 댓글 한 줄이 전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들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이야기다. 

'미스터 웨일'이라는 가상화폐 분석가가 17일(미국 현지 시각)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다음 분기에 테슬라가 비트코인 보유분을 처분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자책하겠지만, 나는 그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고 쓰자 머스크는 "정말이야"라는 댓글을 달았다.

주요 외신은 머스크가 이 트윗 댓글을 두고 '비트코인을 처분했다'는 함의가 담겼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비트코인은 순식간에 8%가량 급락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혼란을 막으려는 듯 10시간가량 뒤 다른 트윗의 댓글에 "추측을 명확히 하건대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전혀 팔지 않았다"라고 남겼다. 비트코인은 3% 넘게 오르며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했다. 다만 테슬라 측은 머스크의 트윗과 관련한 논평을 거부했다. 

머스크의 '입방정'. 최근 가상화폐 시장에서 최고의 관심사다. 자신을 '테슬라의 테크노킹, 화성의 지배자'로 소개하고 있지만 가상화폐로 더 유명한 인물이 됐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머스크를 사칭한 가상화폐 사기꾼들도 나타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12일에도 테슬라 자동차를 구매할 때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가 돌연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대규모의 전기를 소비하게 되고, 이것이 곧 화석연료 사용 급증으로 이어져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환경에 덜 악영향을 끼치는 다른 가상화폐를 찾겠다며 도지코인을 옹호하고 나섰다. 도지코인 개발자들과 오래전부터 협업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그랬다가 미국의 유명 TV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해 "도지코인은 사기(Hustle)"라면서 농을 던지기도 했다. 일련의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비트코인·도지코인 투자자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비트코인 '배신'한 머스크, 정말 환경 때문일까 
 
비트코인을 비롯한 상당수 가상화폐들이 약세를 보인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상당수 가상화폐들이 약세를 보인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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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언론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외면한 이유로 환경을 내세웠지만, 이를 믿는 매체는 드물다. 우선 <뉴욕타임스>는 지난 14일 비트코인을 놓고 말을 바꾼 머스크를 '믿을 수 없는 내레이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으로 자동차를 구매했다가 반품할 경우 테슬라에 유리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법적 문제가 될 우려가 커지자 돌연 결제를 중단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비트코인 가격이 달러 기준가보다 낮으면 비트코인으로 환불받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달러로 환불받도록 돼 있다"라며 "이는 회계상 위험이 크고 소비자보호법 위반 우려 등 많은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상당한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가 결제 중단을 발표하기 전에 이를 팔았는지도 관심사"라며 "테슬라가 곧 2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 비트코인 거래 내역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영국 BBC도 비판적인 관점이다. BBC는 2016년 머스크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당시 그는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운송 수단을 만드는 것이 테슬라의 사명이라고 열변을 토했었다"라며 "그랬던 사람이 이제서야 비트코인이 친환경적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게 놀라울 뿐"이라고 비꼬았다. 

조사 촉구하는 투자자들... 하지만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가상자산 시장을 농락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테슬라 불매운동까지 벌이며 규제 당국의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가상자산에 관한 정의조차 정확히 내려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로이터통신은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머스크는 자신의 생각대로 시장을 움직일 힘이 있지만, 모호한 규정 탓에 규제 당국이 그를 통제하기 어렵다"라며 "그의 영향력 행사를 규정 위반으로 보기는 불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규제 당국도 나서길 꺼리고 있다. 가상자산을 관리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시장에서의 의심스러운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고, 가상자산을 관리하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아예 논평을 거부했다. 

경제싱크탱크 베러마켓(Better Markets)의 데니스 켈러허 대표는 "머스크의 발언은 분명 무책임하지만, 불법은 아닐 수 있다"라며 투자자들이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머스크는 시장에 유명 투자자 워런 버핏이나 레이 달리오처럼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라며 "더구나 머스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함으로써 법적인 책임마저 피해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는 유명 투자자의 발언이 언론이나 금융회사를 통해 어느 정도 걸러졌지만, 지금의 대중은 이런 정보를 직접 평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화제 전환

비난이 고조되자 머스크는 14일 트위터를 통해 "분명히 말하건대 나는 가상화폐를 굳게 믿지만, 그것이 화석 연료, 특히 석탄 사용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질 수는 없다"라며 "이제 탄소세를 부과할 때가 왔다"라는 다소 엉뚱한 주장으로 화제를 돌리려 했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머스크는 일련의 사태로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며 혁신가로서의 명성마저 퇴색하고 있다. 미 경제전문채널 CNBC에 따르면 벤처 투자자 프레드 윌슨은 "머스크는 게임을 하고 있으며, 그런 사람을 진지하게 바라보기는 어렵다"라며 "그에 대한 엄청난 존경심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의 사업은 존경하지만, 트윗으로 하는 말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머스크의 영향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요즘 세상은 뉴스가 빠르게 소비되고 잊혀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때 미국 주식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게임스톱' 사태를 예로 들었다. 

트윗 한 줄에 흔들리는 '코인'... 투자해도 될까?
 
도지코인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로스엔젤레스타임스> 칼럼
 도지코인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로스엔젤레스타임스> 칼럼
ⓒ 로즈앤젤레스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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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논란은 머스크의 과거 발언처럼 도지코인이 정말 투자 가치가 있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조심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른 가상자산처럼 변동성이 큰 데다가, 비트코인과 달리 발행량이 무제한이라 내재 가치를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기 암호화폐 지갑 BRD의 애덤 자디코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경제적 인센티브가 있다고 하더라도, 도지코인은 그렇지 않다"라며 "많은 암호화폐 초보자들이 이러한 차이점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지코인을 적절한 타이밍에 매매해서 빠르게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이는 끔찍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며 "만약 여유자금이 있다면 장난스럽게 투자하며 재미를 보는 것도 좋지만, 그러나 반드시 지켜야 하는 돈이라면 나는 결코 도지코인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경제 칼럼니스트 마이클 힐칙은 더욱 거시적인 관점에서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그는 지난 13일 게재한 칼럼에서 "경제 교과서는 금융시장이 존재하는 이유가 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서라고 가르치지만, 오늘날 그런 개념은 통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발행하는 통화와 달리 가상화폐는 이론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그 가치는 대부분 추측에 불과하다"라며 "부주의한 투자자들은 항상 애매한 투자 유혹에 빠져들기 쉽고, 기술 및 사회적 변화의 시기에는 그런 위험이 더욱 커진다"라며 이렇게 지적했다. 
 
비트코인이나 도지코인, 암호화폐에 관한 머스크의 관점은 여전히 미스터리입니다. 정말 그가 환경을 생각해서 비트코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것이 최종 목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우리를 놀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태에서 분명한 것은 현명한 투자자라면 가상화폐는 피해야 할 자산이라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태그:#일론 머스크, #비트코인, #도지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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