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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원더박스 펴냄) 주인공 '압둘와합'은 시리아 유학생 1호 청년입니다. 그가 학비 전액 지원이란 좋은 조건의 프랑스 유학을 마다하고 우리나라를 선택한 이유는 시리아에서 알게 된 한국인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과 그 친구들과 어울리며 품게 된 한국과 한국인들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해요.

시리아는 미수교국가입니다. 그런 만큼 유학생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더더욱 선택했다고요. 언젠가는 수교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그리고 그에 자신이 밑거름 혹은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과 사명감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압둘와합의 이런 바람은 올해로 10년째인 시리아 내전으로 요원하기만 합니다.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 책표지.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 책표지.
ⓒ 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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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핼프시리아'를 조직해 난민 구조 활동을 하는 한편 반정부 활동을 하는 것으로 시리아 독재정권의 주요 감시 인물인 압둘와합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또 한편 '압둘와합이 들려주는 시리아 이야기'란 5편의 글로 시리아의 역사와 문화, 정치, 전쟁과 난민의 상황 등을 들려줍니다.
 
인터넷에서 시리아 혁명의 원인을 검색해 보면 많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로 종교갈등, 한 종교 내 종파 갈등, 민족 싸움, 경제적인 이유 등이 원인으로 언급되지요. 이것들이 모두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외국 전문가, 특히 서방 언론들이 애써 주목하지 않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정치입니다. 앞서 언급된 원인이 시리아 혁명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지만, 핵심은 정치입니다. 대다수 시리아 국민은 알아사드 독재정권을 싫어하고 반대합니다. 정권을 교체하여 민주적인 방식으로 정의로운 정부를 세우고 싶다는 마음이 혁명의 출발점입니다. -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 122쪽)
 
프랑스 식민지였던 시리아는 1946년에 독립했습니다. 독립 직후 10년 넘게 정치적 혼란을 겪었는데요. 혼란한 틈을 타 시리아 군부가 몇 차례의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습니다. 시리아의 군부독재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당시 중심인물은 하페즈 알아사드. 그는 필요에 따라 헌법을 몇 분 만에 고치는 식으로 30년 동안 집권해왔습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자신이 죽은 후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가 집권할 수 있도록 법까지 바꿔 이어받게 했습니다.

시리아 국민들의 저항이 폭발한 것은 알아사드 부자의 독재 40년 무렵. 그동안 알아사드 부자는 정부 주요 기관은 물론 공공기관들의 일자리 대부분을 친인척이나 바트당(사회주의 성향의, 시리아 유일한 당) 당원들로 교체하는 등 자신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특혜를 몰아줬습니다. 그들은 알아사드 부자를 등에 업고 인권유린과 부정부패를 일삼았고요.

그런데 공공기관의 자리만이 아닌 사회 대부분의 일자리를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차지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알아사드 정권을 반대하는 대다수 시리아 국민들은 더욱 가난해졌습니다. 시리아 국민들이 오랫동안 최고 가치로 여겨온 교육은 바닥으로 떨어졌고요. 국민이 똑똑하면 집권이 힘들다고 일부러 교육을 망쳐버렸기 때문입니다.

시리아 국민들은 아버지 알아사드가 죽자 약간의 희망을 가졌다고 해요. 서구세계에서 현대적인 교육을 받은 아들이니 그래도 합리적이며 이성적일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고요. 그러나 아들은 더욱 강도 높은 독재를 했고, 그 결과 저항으로 이어진 것이지요. 그럼에도 시리아 내전은 세계에 종교갈등 측면으로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알아사드 정권의 언론장악으로 잘못 알려진 것들도 많고요.

외국전문가나 서방언론들,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이 시리아 내전의 가장 큰 원인이 정치적인 문제때문임을 알면서도 왜 주목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왜 10년째 지속되고 있는데도 끝나지 않는 걸까요? 시리아 종전 후 차지할 수 있는 것에 영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알아사드 정권에 지원을 해주기도 하는 나라들도 있고요. 책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그동안 종교적 갈등에 의한 내전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종교적 측면으로 이해하자니 복잡하게 와 닿았습니다. 내전이든 전쟁이든 인류 최악입니다. 그럴 것인데 종교 때문에 싸운다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이 앞섰고요. 그래서 시리아 난민 소식이 들려올 때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시리아 스스로 풀어야 하는 숙제처럼 여겨지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젠 어서 빨리 내전이 끝나고 시리아에 가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인류가 최초로 정착해 땅을 일군 곳이자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이 3대륙이 교차하는 가장 가운데 지역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문화가 발달했던 나라라는 것을 책 덕분에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시리아 상인들은 아침에 가게를 열면 문 옆에 작은 의자를 둔다고 해요. 첫 거래, 즉 개시하면 의자를 치운다고요. 그 후 또 다른 손님이 와 물건을 찾으면 밖으로 나가 개시하지 못한 가게를 확인해 그곳으로 보낸다고 합니다. 손님이 찾는 물건을 가지고 있어도 개시하지 못한 가게로 보내는 방법으로 시장 내 모든 상인이 개시한 후에야 일상적인 판매를 한다고요. 이처럼 따뜻하고 배려심 깊은 시리아인들의 일상도 접하고 싶고요.

책이 들려주는 시리아 현대사는 우리의 현대사와 거의 비슷합니다. 비슷한 시기 독립했고 독립 후의 정치적 혼란기에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해 군부독재가 시작되었다는 것, 그 과정에 독재에 저항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민간인들이 희생되었다는 것, 그럼에도 군부는 독재를 지속하는 한편 정당화하고자 터무니없는 핑계로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했다는 것 등이.

다르다면 우리는 그나마 성공했지만 시리아의 민주화 운동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 그러니 당연히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그래서일까요. 책을 읽어나갈수록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우리의 현실을 세계에 알림으로써 진실이 알려지는데 큰 도움이 된 힌츠페터를 비롯한 여러 외국인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당시의 비극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요?

책의 취지는 '시리아 내전에 대해 제대로 알자, 시리아 난민에 관심을'일 것인데요. 이런 이 책이 압둘와합이란 청년의 이야기를 우선하는 것은 그가 우리나라에 와 부당하게 겪었던 것들이, 아니 여전히 겪고 있는 것들이 무슬림에 대한 막연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와 같은 편견은 시리아 내전과 난민들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고요.

청소년들은 보다 열린 생각으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지구촌 한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이런 책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계간 <우리교육> 2021년 여름호에도 실립니다.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 - 어느 수줍은 국어 교사의 특별한 시리아 친구 이야기

김혜진 (지은이), 원더박스(2021)


태그:#내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 #시리아내전, #시리아난민, #알아사드, #군사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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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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