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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강면 주민들이 삽교호 소들섬 주변에 설치한 현수막
 우강면 주민들이 삽교호 소들섬 주변에 설치한 현수막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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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에 설치된 송전탑만 526기에 이른다. 철탑으로 둘러 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강면 주민들은 지난 2013년부터 8년 동안 한국전력과 싸우고 있다. 당진과 아산시 탕정면을 잇는 송전선로 중 일부 구간이 삽교호 소들섬 일대를 관통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강면 주민들이 송전탑을 반대하는 이유는 송전선로가 민가와 인접한데다, 마을 주민들이 아끼는 소들섬을 무차별 관통하기 때문이다. 소들섬은 삽교호 안에 있는 작은 섬이다. 섬은 해마다 가창오리, 왜가리, 큰기러기 같은 보호가치가 높은 새들이 오가는 철새 도래지이기도 하다. 우강 주민들의 소들섬에 대한 애정 또한 남다르다.

소들섬은 지난 1979년 삽교호 방조제가 생기고 난 뒤 퇴적물이 쌓여 자연 발생적으로 생겼다. 주민들은 지난 2016년 이름조차 없던 이 작은 섬에 '소들'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우강(牛江)의 한글식 이름인 '소들 강물'에서 따온 것이다.

우강 주민들은 소들섬이야 말로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생태 자산'이라며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실제로 주민들은 "소들섬 생태를 보전해야 한다"며 소들섬을 가로지는 송전탑 건설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수중케이블로 통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들섬에 철탑이 들어서는 것을 한사코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이 수중케이블을 요구하는 이유는 소들섬이 지닌 생태적 가치 때문이다.
삽교호를 중심으로 아산 쪽에 있는 솟벌섬은 철새도래지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그러나 솟벌섬 바로 옆에 있는 소들섬은 철새도래지로 지정되지 못했다. 주민들은 이 조차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강면 주민들은 금강유역환경청에 소들섬을 철새도래지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이봉기 우강면 주민 대책위원장은 "우리 주민들은 섬을 보호하는 것이 개발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멸종위기 철새 46종 가운데 11종이 소들섬 주변에 서식하고 있다. 실제로 가창오리, 고니, 검은머리 갈매기, 왜가리가 목격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들섬처럼 생태적으로 중요한 곳에 송전탑을 세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주민들이 송전탑 지중화와 수중케이블을 설치할 것을 요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우강 주민 유이계씨도 "우강은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탄생한 솔뫼 성지가 있는 곳이다.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라며 "한전은 생태적인 가치가 높은 우강 소들섬에 철탑을 꽂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수막 뒤로 삽교호 소들섬이 보인다.
 현수막 뒤로 삽교호 소들섬이 보인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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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전은 주민들의 '수중케이블과 송전탑 지중화' 요구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전 중부건설 측 관계자는 "비용이 증가될 뿐 아니라 타 지역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또 철새도래지 문제에 대해서는 "삽교호와 관련해서는 환경영향평가가 이미 끝났다. 더 이상 답변이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짧게 답변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반가운 소식도 있다. 한전 지난해 소들섬에 철탑공사를 진행하겠다며 국토부에 하천점유허가 신청을 냈다. 물론 국토부는 한전의 요구를 반려했다. 한전 측에서 불복하고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법원은 지난 4월 1일 한전의 소송을 기각했다. 결과적으로 국토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전지방 국토관리청 관계자는 "한전에서 철탑을 세우기 위해 하천변의 토지에 대한 일시적인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며 "법원이 기각했지만 한전에서 항소를 했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라고 전했다.

태그:#삽교호 소들섬 , #당진 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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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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