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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가 12일 오전 집무실에서 공무원노동조합 투쟁으로 해직되었던 이병하(59)씨한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12일 오전 집무실에서 공무원노동조합 투쟁으로 해직되었던 이병하(59)씨한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 공무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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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묘하다.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도 든다. 앞으로 정년까지 6개월 정도 남았는데, 6년처럼 일하겠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련 투쟁으로 해직되었던 이병하(59)씨가 12일 경남도청에서 김경수 경남지사로부터 (복직)임용장을 받고 나서 밝힌 소감이다.

1980년 1월 진주시청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첫발을 디뎠던 그는 공무원노조 투쟁과 관련해 2004년 10월을 해직됐다.

그는 2002년 공무원노조 경남도청 지부장을 맡으면서 노조 활동을 시작했고, 2002년 '연가파업'과 2004년 '총파업' 투쟁으로 두 차례 구속되기도 했다. 이후 2004년 10월에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해직됐다. 경남도청을 떠난 지 17년만에 임용장을 받은 것이다.

이병하씨는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 정치위원장 등을 지냈다. 진보정치운동을 벌인 그는 옛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2012~2014년)을 맡기도 했다.

해직 공무원들이 복직하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공무원노조 관련 해직공무원 등의 복직 등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이 특별법은 공무원노조가 설립된 2002년 3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노조 활동을 사유로 해직되거나 징계를 받은 공무원을 복직시키고 징계기록을 말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국에서 이 기간 동안 해직된 공무원은 136명. 이들 가운데 6명은 이미 사망했고 경남도청 소속이던 김영길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40여 명은 정년이 지난 상태다.

여러 사정으로 실제 복직할 수 있는 해직공무원은 전국에 70여 명이다. 경남에서는 강동진(사천)씨가 지난 5월 1일 사남면사무소 근무로 복직했고, 강수동(진주)씨는 절차를 밟고 있다.

김영길 전 위원장과 함양군청 소속이던 김일수씨는 정년이 지났다. 이병하씨는 전국 복직 대상 해직공무원 가운데 최고령으로 알려져 있다.

임용장을 받은 뒤 이병하씨는 "17년만에 복직이다. 명예가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는데, 공직에서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오랜 세월 동안 투쟁 현장에서 손잡아주고, 같이 힘을 보태 준 많은 사람들이 먼저 생각난다"고 했다.

이씨는 "전국적으로 6명이 운명을 달리했고, 그동안 투쟁 과정에서도 많은 동지들이 세상을 떴다"며 "함께 투쟁했던 김영길, 김일수씨가 정년이 지나 복직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이병하씨는 "우리는 절반의 복직이다. 해직 기간 동안 근무나 임금을 보장받지 못했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일단 복직해서 투쟁하기로 했다"고 했다.

공무원노조는 합법화되기 이전에 '직장협의회'로 있었다. '직장협의회'는 '경영자가 종업원에 관한 의사 결정을 내릴 때 반드시 협의해야 하고, 선출된 집단'을 말하며 노조와 같은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조직이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소방, 경찰이 직장협의회(직협)를 하는데, 아직 노조로 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소방·경찰의 직협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피동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결과를 주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부담이다"고 했다.

공무원노조 결성 당시 참가자들은 "기계적인 상명하복, 탁상·밀실행정, 공금을 자기 쌈짓돈처럼 쓰는 상급자를 보고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는 공무원이 되겠다"고 결심했던 것이다.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공무원노조가 나섰던 것이다.

이병하씨는 "공무원노조는 그동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공직사회 변화를 가져온 것은 틀림없다"며 "공무원노조는 앞으로도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저는 전국에서 복직하는 해직자 가운데 최고령이다. 정년이 6개월 정도 남았다. 남은 기간을 6년으로 여기고 일하겠다"며 "이전에 도청에서 밤샘을 하면서 일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기분을 살려 도민을 위하고 도정 발전을 위해 일하겠다"고 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12일 오전 집무실에서 공무원노동조합 투쟁으로 해직되었던 이병하(59)씨한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12일 오전 집무실에서 공무원노동조합 투쟁으로 해직되었던 이병하(59)씨한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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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병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경수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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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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