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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느라 EBS는 숨가쁘게 돌아갔다.
 온라인 개학 준비하는 EBS. (기사 내용과 무관함)
ⓒ 김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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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 전 TV에 출연한 적이 있다. 교실 수업 장면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한 것이니, 출연했다기보다 취재에 응했다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교권이 추락한 우리 교육의 현주소에 대한 교사들의 고민을 다룬 교육방송(EBS)의 특집 프로그램이었다.

인터뷰할 땐 몰랐는데, 막상 방송이 나오니 적잖이 당황했다. '교권 추락'이라는 자극적인 제목도 그렇지만, 인터뷰 내용 중 앞뒤 맥락을 자르고, 피디의 의도에 부합하는 부분만 내보내는 걸 지켜봐야 해서다. 순간 방송사의 필요에 의해 이용당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남 탓할 것 없다. 그전에도 몇 차례 경험했으면서 방송의 '생리'에 대해 간과한 업보다. 기획 취지에 공감했다 해도, 실제 방송되는 내용은 편집 과정에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 계기였다. 생방송이 아닌 경우라면 대개 그럴 것이다.

아무튼 그때 패널로 출연한 한 교육 전문가로부터 면박을 당했다. 요즘 교사들이 학급 내 다양한 아이들과 소통하는 걸 힘들어하는 건, 그들이 학창 시절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이력 때문일 수도 있다는 내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다. 그것은 반론이 아니라 조롱이었다.

실제로 요즘 부임하는 교사들은 대개 성적도 뛰어나고 경제적으로도 부유하다. 대입이든 내신이든 성적과 경제력이 정비례하는 현실은 익히 알려진 바다. 최근 교사 임용이 대폭 줄면서 주춤해졌지만, 한두 해 전까지만 해도 교육대(교대)와 사범대(사대)의 수학능력시험(수능) 등급 컷은 의치대 못지않았다.

곧,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모범생으로 대우받아온 교사가 과연 허구한 날 사고만 치는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였다. 교사 집단도 이른바 '소셜 믹스(Social Mix)'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자면 교사 양성 체계부터 손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그는 대번 내 주장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처럼 무질러버렸다. "그런 논리라면 이혼 전문 변호사는 이혼 경험이 있어야 좋은 변호사라는 건가요?" 이 비유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차치하고라도, 제시한 대안이 더 황당해 당장 TV 안에 들어가 그와 토론을 벌여보고 싶었다.

그는 우등생인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경험과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게 과연 교육 전문가의 대안일까. 삼척동자도 말할 수 있는, 그저 '방송용 멘트'일 뿐이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일선 교사들의 반응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월 17일 경기도 구리시 갈매고등학교를 찾아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 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월 17일 경기도 구리시 갈매고등학교를 찾아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 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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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불쾌했던 방송 경험이 갑자기 떠오른 이유가 있다. 최근 교사 자격증은 없지만, 특정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을 교사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발의돼 심사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서다. 이는 2025학년도 전면 시행을 앞둔 고교 학점제의 준비 과정의 일환이다.

참고로, 고교 학점제란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과 희망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고 기준 학점을 채우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현재 대학 교육의 방식이 고등학교에 그대로 이식된다고 보면 쉽다. 그러자면 아이들의 선택을 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 분야의 인재가 필요할 테다.

이는 교대와 사대 출신이거나, 적어도 교직 과목을 이수하거나 교육대학원을 졸업해야만 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던 교직 사회가 외부에 개방된다는 의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는 교사의 95%가 반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반대의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향후 교직 사회를 뒤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이슈인데도, 학교는 정중동의 분위기다. 고교 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이들부터 설마 그렇게까지 되겠냐는 교사들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교대생과 사대생에게 발등의 불일 뿐이라며 짐짓 태연해하는 이들도 있다.

우선, 교사들조차 내심 인정하는 긍정적인 부분은 명확하다. 아이들의 다양한 적성과 천변만화하는 그들의 기호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요즘 아이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AR(증강현실)이나 드론에 대해 가르칠 수 있는 교사는 일반계 고등학교에 거의 없다.

여전히 국영수 등 도구 과목 교사가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사회와 과학, 예체능 과목 교사다. 대입 준비에 최적화된 교육과정과 그에 따른 교사 수급의 결과다. 대입 준비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국영수에 목매달 뿐, 장담하건대, 자발적으로 국영수를 챙겨 공부할 아이는 없다.

굳이 여론조사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교사들이 교직 사회의 외부 개방에 반대하는 건 당연하다. 수십 년 동안 대입 과목만 강의해온 교사에게 AR과 드론에 대해 가르치라는 건 학교를 그만두라는 말과 같다. 한두 해 연수를 통해 배워 가르칠 수 없다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다.

작년 초 코로나로 느닷없이 비대면 화상수업을 준비해야 했을 때, 되레 IT(정보기술) 환경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받은 교사들이 적지 않다. 사물 인터넷과 인공지능, 빅 데이터 등과 관련된 거라면, 차라리 아이들이 교사들을 가르쳐야 맞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요즘 아이들이 가장 배우고 싶은 분야이기도 하다.

고교 학점제에서는 학교에 자신이 배우고 싶은 과목이 없다면, 다른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거나 외부에서 교사가 와서 수업을 개설하게 돼 있다. 다른 학교에서 파견되는 교사든, 교사가 아닌 외부 전문가든, 학교와 교실이 개방되는 건 피할 수 없다는 거다. 교직 사회의 외부 개방에 반대한다는 건, 곧 고교 학점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여 95%가 반대했다는 여론조사는 이렇게 해석해야 옳을 성싶다. 교사들 대부분이 고교 학점제를 시행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여긴다는 것. 하긴 정부가 고교 학점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건 오래전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계속 미루다 현 정부 들어 2025학년도로 못 박은 거다.

그때마다 시기상조론이 대두되었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시간만 허비한 채 여기까지 왔다. 교원단체에서는 다시 또 시기상조론을 말하고, 정부는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며 신발 끈을 동여매고 있다. 교사 집단을 '무능한 철밥통'으로 여기는 여론을 등에 업고 밀어붙일 태세다.

교사자격증 없는 전문가 채용을 찬성한다

개인적으로, 교직 사회의 외부 개방에 찬성한다. 여론조사에서는 5%에 불과하다지만, 주변엔 나와 뜻을 같이하는 동료 교사가 그 정도로 적진 않다. 교사 자격증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자격일 수는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의사 면허나 운전면허와는 다르다는 거다.

교대나 사대에 진학했지만, 도중 다른 적성을 발견해 진로를 달리하는 이들을 여럿 봤다. 일반 기업에 다니다 교직에 뜻을 품고 임용시험에 도전하는 이들도 많다. 그런가 하면, 직업까지는 아니더라도 기회가 닿는 대로 아이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전수하려는 이들도 있다.

그들에게 교사 자격증이 없다고 해서 교사의 자질과 역량이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지금의 임용시험이 교사의 자질과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그건 아이들과 부대끼고 동료 교사와 협력하면서 키워나가는 것이지, 대학에서 완성되는 것일 수 없다.

고교 학점제가 아니래도, 교사들 사이에 '소셜 믹스'는 절실하다. 이태 전 방송에서는 모범생부터 문제아까지 다양한 계층과 성향의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교사의 인력풀이 넓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흥미와 적성을 수용하기 위해서라도 외부에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정말 필요한 질문과 의제

찬반을 묻는 답이 뻔한 여론조사 말고, 정작 필요한 질문과 의제는 따로 있다. 기존의 교사 양성 체계를 손보지 않고 무작정 외부 전문가를 교사로 채용하는 것이 순서에 맞는지. 또, 현재의 교육과정과 교사 수급 사이의 불일치에 대한 대책 등을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거칠게 말해서, 교직 사회의 외부 개방은 자칫 모든 교사의 비정규직화로 귀결될 수 있다. 아이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과목의 교사가 퇴출되는 게 뭐가 문제인가 싶지만, 과연 아이들의 선택이 모두 옳다고만 볼 순 없다. 만약 그렇게 여긴다면, 그곳은 학교가 아니라 시장이다.

아이들의 선택에 따라 교육과정이 춤을 추게 되면, 순식간에 교육은 '일년지대계'로 전락하게 된다. 시장의 논리가 횡행하게 되면, 융합 수업 등 교사들의 협력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신분 보장이라는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교사라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겠지만 말이다.

이마저도 쉽진 않겠지만, 교사들은 교사 양성 체계를 고교 학점제에 걸맞게 개혁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대학의 커리큘럼과 대입 제도,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거다.

교사마다 이구동성 쉽지 않다는 전제를 붙인 건, 교대와 사대의 기득권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법이 통과됐을 때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이들은 교대와 사대의 재학생 등 예비 교사들이다. 대학에서 그들을 가르쳐온 교수들도 반발할 게 불 보듯 환하다.

만시지탄이지만, 고교 학점제의 전면 시행이 예견된 마당에 진작 서둘렀어야 했다. 지금껏 뒷짐만 지고 있다가 갑자기 빼도 박도 못 하게 연도까지 적시하다 보니, 각각의 톱니들이 맞물리기는커녕 엉키고 부러지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아무도 개혁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거다.

수능과 학생부종합전형 사이의 갈등 하나도 원만하게 해소하지 못하는 처지에, 철저한 준비 없이 우리 교육의 전반적인 틀을 뜯어고치려 하니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83%의 학부모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법 개정의 동력이라기보다 그만큼 치밀하게 준비하고 신중하게 시행해야 함을 보여주는 지표다. 바늘의 허리에 실 매어 쓸 순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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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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