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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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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는 중학생입니다. 5월 4일, 고졸 취업 지원 업무 협약식에 참석하신 지사님께서 "대학을 안 가는 청년에게 세계여행비 천만 원을 지원하면 어떤가"라는 제안을 건네셨습니다.

그러면서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가 워낙 큰 것이 대학 서열화 문제나 입시 문제, 아니면 초·중·고등학교의 왜곡된 교육 환경이 주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라는 말과 "협약을 통해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업하는 청년들에게 많은 기회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그런 세상을 만들어봤으면 하고 경기도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라는 말까지 건네셨습니다.

저는 지사님의 문제 의식에는 공감합니다. 대학 서열화, 학벌주의의 심화 그리고 학력으로 인한 임금 격차가 극심한 현실 속에서 던진 제안이었을 것입니다. 2016년 기준 한국 성인의 학력별 임금을 따져보면 고교 졸업자의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전문대 졸업자 임금은 116, 대학 졸업자는 149, 대학원 졸업자는 198이었습니다. 고졸-대졸 임금 차가 OECD 평균을 웃도는 현실에서 당연히 가질 수 있는 문제 의식입니다.

이러한 원인이 왜곡된 교육 환경, 입시 문제 등에 있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분석입니다. 학교에서는 그저 상급 학교 입시만을 위한 교육을 이어가고, 성적 만능주의가 팽배하며, 민주주의와 다양성은 찾아보기 어려운 곳이 대한민국 학교이니까요. 수능으로 청소년들을 줄 세워서 성적순으로 대학에 가는 것이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공정해 보이지만 전혀 공정하지 않은 대한민국 입시의 현실을 짚어내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학을 안 가는 청년에게 세계여행비 천만 원을 지원하면 어떤가"라는 해결책은 무언가 어정쩡합니다. 세계여행비 지원은 대학 서열화, 학벌주의의 심화와 학력으로 인한 임금 격차에 대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땜질식 처방에 가깝습니다. 물론 천만 원을 지급한다면 부의 재분배 효과 및 양극화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천만 원을 세계여행비로 지급하는 것은 대학 서열화, 학벌주의의 심화라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대학 서열화 문제의 원인은 대학에 안 간 청년들에게 천만 원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대학에 가지 않음으로써 극심해지는 대졸자와의 임금 격차, 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는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 대학도 안 나온 고졸자라는 사회의 차별적 시선, 그리고 평생 따라다닐 고졸이라는 꼬리표. 천만 원을 세계여행비로 주는 단순한 생각보다는 이런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생각은 해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사님께서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신다면 천만 원 지원과 같은 어정쩡한 해결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발선부터가 다른 경쟁이지만 이는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먼저 도착한 사람이 1등을 차지하는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단순한 평등을 넘어 진정한 평등 속에서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이 진정한 공정 아니겠습니까?

지사님이 조금 더 본질에 가까운 대안을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불공정한 입시경쟁의 산물이자 카르텔인 서울대학교의 해체 내지는 모든 국공립대의 통합과 개편, 학력 대신 직무 관련 능력을 묻는 '평등 이력서'의 확대, 다양성과 민주주의가 있는 학교로 변화하는 것이야말로 세계여행비 천만 원 지급보다 훨씬 더 본질에 가까운 대안일 것입니다.

저는 이재명 지사님이 제안하신 세계여행비 천만 원 지급이 불필요한 제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재명 지사님께서 말한 내용은 사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될 것이고 대학교의 의미에 대한 깊은 고민도 사회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세계여행비 천만 원 지급에 대해서만 다루며 대학의 개편을 말했지만, 지사님께서는 이 말과 함께 고졸자의 취업 지원 관련 이야기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졸자의 일자리 보장 문제와 더불어 전 국민 일자리 보장제 등 더 진보적인 대안이 사회에서 논의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태그:#이재명, #세계여행비, #대학, #공정성, #학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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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글쓰기. 문의는 j.seungmin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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