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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여우
 소백산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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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남쪽에는 유명한 절이 네 개 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희방사, 비로사, 초암사, 성혈사가 위치한다. 이 중 희방사와 비로사는 풍기읍에, 초암사와 성혈사는 순흥면에 있다. 이들 절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개성이 뚜렷한 문화재들을 보유하고 있다.

비로사에는 진공대사 보법탑비와 당간지주, 보물인 비로자나불좌상과 아미타불좌상이 있다. 초암사에는 삼층석탑과 부도가 있다. 성혈사에는 나한전(보물)과 비로자나불좌상이 있다. 이 중 성혈사를 찾아 나한전을 중심으로 절의 역사와 문화재를 살펴보려고 한다.

성혈사는 순흥면 덕현리에 있다. 순흥면 소재지로 들어가기 전 순흥교차로에서 소백로를 따라간다. 오른쪽으로 행정복지센터가 있는데, 그곳에 커다란 놀이용 여우조각상이 만들어져 있다. 순흥에 여우생태관찰원이 있어 이것을 알리기 위한 조각상이다.

여우생태관찰원은 순흥면 소백로2481번길 33에 있으며, 그곳에서 여우를 관찰하고 생태체험을 할 수 있다. 행정복지센터를 지나면 읍내교차로가 나오고 이곳에서 왼쪽 죽계로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
 
초암사 대웅전
 초암사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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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이 죽계구곡을 따라 이어지고, 그 끝에 초암사가 있다. 그러나 성혈사로 가기 위해서는 순흥저수지 끝에서 오른쪽 덕현리 방향으로 올라가야 한다. 중간에 왼쪽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오고, 그 끝에 성혈사가 있다. 비로사와 초암사가 소백산 비로봉(1439m)과 연결된다면, 성혈사는 국망봉(1420m)과 연결된다.

성혈암을 통과해 대웅전과 산신각으로
 
대웅전 신중탱화
 대웅전 신중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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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혈사는 대웅전과 나한전, 성혈암과 산신각, 심검당과 요사채 등으로 이루어진 작은 절이다. 차에서 내리면 정면으로 계단이 나타난다. 이 계단은 성혈암이라는 2층 누각의 1층 가운데로 이어진다.

과거 성혈암은 성혈사의 중심법당이었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대웅전에게 내주고 강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2층 강당에 오르면 앞쪽 지래봉과 멀리 순흥 읍내 쪽을 조망할 수 있다. 대웅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 건물이다. 석가모니불은 중심으로 좌우에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이 협시하고 있다.

대웅전 좌측 벽에 문화재자료인 신중탱화가 걸려 있다. 그림 아래 기록된 묵서명(乾隆四十乙未秋)을 통해 1775년(영조 51)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탱화에서 오른쪽 가운데 크게 그려진 인물이 제석천이다.

제석천은 불교의 수호신으로 사천왕을 거느리고 불법과 불제자를 보호한다. 그림 왼쪽에 위태천을 비롯한 사천왕이 있고, 오른쪽 제석천 주위에는 사대천자(天子)와 천녀(天女) 천동(天童)이 호위하고 있다.
 
성혈사 산신각
 성혈사 산신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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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을 지나면 나한전으로 가는 오르막길이 있다. 그 길 오른쪽에 산신각이 있다. 산신각은 종도리 묵서명을 통해 1886년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산신각은 1칸짜리 단순 소박한 건물이다. 그런데 단청을 해서인지 단순하면서도 화려한 건물로 변했다.

또 산신각 앞 정원에 꽃잔디가 만개해 마치 천국에 있는 건물 같다. 산신각 안에는 호랑이를 타고 있는 산신상과 산신탱이 모셔져 있다. 상투를 틀고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산신할아버지다. 나무로 조각했는데 예술성이 뛰어나다.

성혈사 나한전이 가지는 문화재적 가치
 
성혈사 나한전
 성혈사 나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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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각 위쪽으로 성혈사의 대표적인 문화재 나한전(보물 제832호)이 있다. 3층의 기단 위에 다포식 겹처마로 지어진 화려한 건물이다. 화려함은 6칸의 꽃살문과 창방, 평방, 장여의 짜임새 있는 결합에서 나온다.

그렇지만 건물 자체는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지붕으로 아주 단순하면서도 간결하다. 나한전은 포괄적인 단순과 세부적인 화려함이 어우러져 독특한 멋을 보여주는 건물이 되었다. 그 때문에 보물로 지정될 수 있었다.

나한전은 1984년 해체보수시 발견된 종도리 묵서명을 통해 1553년(명종 8) 건축되고 1634년 중창되었음을 알 수 있다. 묵서명에는 시주자, 화주(化主), 대목장, 글쓴이(書寫) 등이 자세히 나온다. 화주는 현재 용어로는 주지에 해당한다.

나한전으로 들어가는 문은 건물 오른쪽에 있다. 전각 안에는 비로자나불좌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8나한씩 모두 16나한이 모셔져 있다. 나한전에는 보통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모시는데, 이곳에는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셨다.
 
나한전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나한전 석조비로자나불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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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통상 불상과 광배 그리고 대좌로 이루어져 있으나, 이 비로자나불좌상은 광배가 없다. 사각 지대석, 복련 하대석, 팔각 중대석, 앙련 상대석으로 이루어진 대좌는 훼손이 심한 편이다.

불상은 별로 훼손되어 보이지 않지만, 양손의 보수 흔적과 무릎의 깨짐을 확인할 수 있다. 얼굴은 둥글고, 눈, 코, 입은 작으면서도 단정하다. 표정이 순하고 원만하면서도 눈이 약간 날카롭다. 목은 삼도로 굵게 표현되어 있다. 옷은 통견의(通肩衣)로 배 부분에 U자형 옷자락이 보인다.

이 불상은 동화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과 가장 유사한 모습이어서 9세기 중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불상의 전체 높이는 81.5㎝, 머리 높이는 29㎝, 얼굴의 높이와 폭은 16.5㎝다. 이는 5:1.8:1의 비율로, 불상이 인간과 가장 유사하게 보이도록 한다고 한다.

그래선지 불상이 더 인간적이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 불상은 또한 부석사 자인당의 석조비로자나불, 축서사 보광전의 비로자나불과도 유사하다. 이를 통해 성혈사가 화엄종 계열의 사찰로 출발했음을 알 수 있다.

6개의 꽃살문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
 
연지수금꽃살문
 연지수금꽃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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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혈사 나한전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꽃살문이다. 정면 3칸에 2개의 창호가 1쌍을 이뤄 6개의 꽃살문 창호가 설치되어 있다. 가운데 칸은 연지수금(蓮池水禽) 꽃살문이고, 오른쪽 칸은 모란 꽃살문이며, 왼쪽 칸은 솟을 꽃살문이다. 연지수금은 '연꽃이 핀 연못의 물새'라는 뜻이다. 이 가운데 칸 연지수금 꽃살문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가 종교적인 해석이다. 연꽃은 불교의 깨달음을 의미한다. 여의주를 든 용은 반야용선으로 죽은 자를 극락정토로 인도한다. 그리고 연잎을 타고 노를 젓는 동자(童子)가 있다. 중간 아래 오른쪽에 나오는데, 이것을 깨달음을 얻기 위해 애쓰는 동자로 볼 수 있고, 극락으로 인도하는 인로왕보살의 모습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연지에는 물고기, 새, 게, 개구리 등 생물이 살고 있다.
 
동자
▲ 동자 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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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 게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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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가 세속적인 해석이다. 조각이 이승에서의 부귀영화와 저승에서의 극락왕생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꽃과 함께 표현된 연밥은 많은 자식을 상징한다. 게는 갑각류의 으뜸으로 과거에서의 장원급제를 상징한다. 황새는 장수를 상징한다. 장수하고 벼슬하고 자식 많이 두는 것이 바로 이승에서의 부귀와 복록을 상징한다.

이것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보면 더 재미있다. 연꽃을 타고 동자가 이 세상에 온다. 그는 과거에 연(蓮: 連) 이어 급제한다. 연꽃에서 연꽃으로 뛰어오르는 개구리가 이를 상징한다. 그것도 장원급제(게)를 하고 아들 딸(물고기) 많이 낳아 부귀영화를 누린다. 그리고는 가루다(새)의 안내를 받거나 또는 반야용선(용)을 타고 저 세상으로 향한다.
 
모란꽃살문
▲ 모란꽃살문 모란꽃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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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칸의 모란 꽃살문은 더 직설적으로 부귀영화를 표현한다. 모란은 꽃 중의 꽃(花中王)으로 화려하면서도 존귀하다.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꽃이 열 송이나 피어 있다. 왼쪽 칸은 솟을 꽃살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6개의 꽃무늬로 육변화(六辨花)를 표현해 6각형 살대를 만들었다. 이들 살대와 꽃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전체적으로 비례와 균형이 잘 맞는다.

나한전 꽃살문은 큰 틀에서 보면 좌우 대칭이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왼쪽의 솟을 꽃살문은 한 쌍이 완전히 대칭이다. 오른쪽의 모란 꽃살문은 오른쪽에 모란이 표현되어 있어 한 쌍이 비대칭을 이룬다.

그리고 가운데 연지수금 꽃살문도 양쪽 문에 표현된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이것은 자세히 관찰할 때만 찾아낼 수 있다. 오른쪽의 것에는 새, 용, 동자, 개구리가 더 들어 있다. 대칭 속의 비대칭, 해석의 다양성, 이게 바로 성혈사 나한전 꽃살문이 가지는 특성이고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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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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