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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바라보는 건 고요하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 창문을 두드린 되지빠귀 새를 바라보는 건 고요하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 김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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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창문을 두드려대는 소리에 결국 잠에서 깼습니다. 

"무슨 일이고. 왜 그렇게 두드렸는데?"

도무지 멈추지 않고 두드려대는 소리에 겁이 덜컥 났습니다.

저러다 다치면 안 되지 싶어 기다렸다가 깜짝 놀라게 하고, 맹수 울음소리도 흉내 내보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자꾸 찾아왔어요. 되지빠귀였어요.

눈꼬리가 까맣고 목에 점박이 무늬와 가슴 양쪽에 옅은 나리색이 있는 이 작은 새는 지렁이도 물어 오고, 풀떼기도 물어옵니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 선물해주거나 꽃을 따오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듯 느껴졌어요.  

"아! 미안하다! 유리창인 줄 모르고 와서 부딪히고 있구나!"

창문을 밖에서 바라보니 햇살을 받은 유리는 어두운 실내가 아닌 환한 숲을 그대로 비치며 되지빠귀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었어요. 내가 아무리 새를 좋아한다고 새가 나에게 구애를 할리 없는데 한참을 사진 찍고 웃으며 보고 있었다니. 

거대한 관공서 창문이나 아파트 소음 방지벽뿐만 아니라 작고 구석진 유리창도 새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생각 못 했던 것이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씁니다.

"당분간 좀 가려놓을게"
 
다음부터는 누군가와 함께하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서로의 언어와 방식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합니다.
▲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썼지만 다음부터는 누군가와 함께하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서로의 언어와 방식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합니다.
ⓒ 김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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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유리창을 가릴만한 걸 준비했어요. 커튼은 유리창을 더 거울처럼 보이게 할 것 같아서 창 밖에다가 새에게 보내는 편지를 붙였어요. 다행히 새는 한두 번 더 오더니 더 이상 오지 않았고 무사히 하루가 지나가는 듯했지요.   

그런데 아침이 밝아오자 종이 편지 사이로 되지빠귀가 다시 와서 부딪히기 시작합니다. 다급한 마음으로 새를 막느라 창문 앞을 서성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지?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본 적은 있지만 이 산골에서는 당장 구할 수도 없기에 "그려보자!" 생각했습니다. 속임수를 쓴다고 새가 서운해할까 봐 하트 모양을 그려 제 마음을 표현했어요. 

새에게 잘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초록숲과 가장 다른 색이라 생각하는 주황색 물감을 썼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숲을 파괴하던 중장비와 기계톱에 대한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해 숲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져, 이내 시무룩해졌습니다.

그런데 숲에도 아름다운 주황빛 식물은 많아요. 새의 깃털에도 있고요. 되지빠귀에게도 주황색이 있어요. 그렇다면 자연에서 주황색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봤어요. 생명을 가진 존재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스스로를 진화시켜온 결과로써의 주황색을요. 폭력으로 느끼던 마음이 자유로워졌어요. 
 
쉬운 청소는 아니었어요. 비에 녹아내렸으면 어쩔 뻔했을까요. 수채 물감은 추천드릴 수 없네요.
▲ 마음의 경계였던 주황색을 지우는 건 좋은 시간이었지만 쉬운 청소는 아니었어요. 비에 녹아내렸으면 어쩔 뻔했을까요. 수채 물감은 추천드릴 수 없네요.
ⓒ 김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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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친구가 오늘 밤 비 소식이 있다고 알려준 순간, 주황색 수채화 물감에 대한 고민들이 웃음이 됐습니다. 꼭 선물 같았어요. 고생스럽다거나 바보스럽다고 느껴지지도 않았어요. 깨끗이 지울 수 있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검색해보니 동그란 점이나 새 모양으로 판매되고 있는 예쁜 제품들이 이미 많았지만, 소비하지 않는 방법을 찾고 싶어서 집에 남아있는 검은 전기 테이프로 10센티에서 5센티 정도의 간격으로 촘촘히 붙였어요.

사람에겐 무의미한 것 같은 점 모양이 새에게는 누군가 있거나 지나갈 수 없는 장애물로 인식된다 신기해요(네이처링의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미션 모니터링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아까처럼 '같이 살자, 우리'라고 글씨를 남기고 싶었지만 새가 된 듯 생각해보면 글씨의 구불거리는 여백은 나뭇가지처럼 와서 앉고 싶어질 것도 같아 그만 둡니다. 제 친구 스너프킨( 핀란드의 작가 토베 얀손의 작품 무민에 나오는 자연과 평화를 사랑하는 캐릭터)에게 새의 언어로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유심히 보면 비로소 알게 되는 것 
 
아이들에게 전쟁무기나 사람과 동물을 실제처럼 만든 장난감보다 상상력을 안겨주는 요정이나 다정함을 느끼게 해주는 놀이친구를 선물해주시면 좋겠어요.
▲ 제 친구 스너프킨을 소개합니다 아이들에게 전쟁무기나 사람과 동물을 실제처럼 만든 장난감보다 상상력을 안겨주는 요정이나 다정함을 느끼게 해주는 놀이친구를 선물해주시면 좋겠어요.
ⓒ 김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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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면 해가 넘어가 유리창에 숲이 비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배울 수 있었어요. 이렇게 유심히 바라보며 살면 되는구나 싶어요.

그러고 보니 지난달에 가까이에서 노래하던 두어 마리 되지빠귀소리가 드물어진 지 한참되었네요. 구애가 성공했나 보지요.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새가 없는 건 아니에요. 새들은 아가새가 태어나면 거의 울지 않습니다. 생명을 앗아가는 천적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방법을 찾으니까요. 지렁이를 물어다 나를 주려던 게 아니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가새들에게 주려고 더 찾아보던 중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 가까이 둥지를 지었을지도 모르니까 강아지와 산책하러 나갈 때 멀리 돌아서 다닐 거예요. 그게 제가 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방법일 테니까요. 

누구나 사랑을 말하는 데 서툰가 봐요. 서툴다는 건 상대방을 나의 기준으로 성급히 판단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이틀 동안 되지빠귀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자연스레 흥얼거리고 있던 노래를 들려드립니다. 
 
말하세요! 당신의 마음을~
말하세요! 당신의 사랑을~

- 진실한 음악가 태히언의 노래 <말하세요> 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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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이기고, 평화가 남아야 부끄럽지않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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