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21년 대학 신입생이 되었다. 입학부터 지금까지 대학 생활의 낭만을 전혀 즐기지 못하고 있다. MT, 소모임 등 대학생끼리 모일 자리가 사라졌다. 갓 성인이 된 신입생들은 선배들, 혹은 동기들과 술자리를 갖기도 어렵다. 코로나 유행 이전까지만 해도 학생들로 북적거렸다는 학교는 텅 빈 모습만 보인다.

신입생인 나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대면 수업의 가능성을 두고 강의실 거리를 고려하며 시간표를 짤지, 현 상황을 생각해 거리와 상관 없이 수업을 신청할지 고민이다. 학교에 가본 적이 없어 강의실 위치를 몰라 시간표를 계획할 때 학교 지도는 항상 곁에 두어야 한다.

개강 전 신입생의 설렘을 안고 학교에 가보고 싶지만,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출입이 통제된 건물이 많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한다. 계획되어 있던 입학식, 축제 등의 교내 행사는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고자 줄줄이 취소되었다.

나의 선배, 나의 동기는 대체 어디에
 
일부 실험 수업, 실습 수업 등을 제외하곤 모두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일부 실험 수업, 실습 수업 등을 제외하곤 모두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선배들, 동기들을 만나지 못해 수강 신청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는 모두 학교 규정에 맞게 이미 짜인 시간표를 따랐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면서는 아니었다. 

처음으로 자신만의 시간표를 계획해야 했다. 자율적인 시간표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들은 수강신청이 어렵다. 앞서 수강신청 시스템을 경험한 선배들에게 정보를 얻을 수도 없어 답답하다. 오직 유튜브에 의존하여 누군가가 찍은 수강신청 영상만 여러 번 돌려보며 정보를 눈동냥한다.

수강신청의 순간,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 수강신청의 모든 과정을 혼자 버텨야 한다. 코로나 이전 상황이라면 선배들, 동기들과 삼삼오오 모여 '올클했네'(all-clear의 준말로 원하는 강의를 모두 수강 신청 성공했다는 의미), 혹은 '망했네'라고 말할텐데... 심지어 이런 이야기도 들은 거지만...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숨 막히도록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나홀로 컴퓨터와 싸워야 했다.  

선배들과 어울리질 못하니 흔히 '꿀강' 혹은 '학점느님'이라고 불리는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수업, 또는 뛰어난 강의력으로 학생들의 찬사를 받는 명강의 모두 대체 어떤 수업인지, 그런 수업이 있는지도 모르는 신입생이 대다수다.

선배와 친해지거나 가까워지질 못하니 기존에 작성된 수업 후기를 읽으며 해당 수업을 가늠하는 것 말고는 수업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 모든 수강신청이 그야말로 랜덤인 상황이다. 과제가 많은 수업이 걸릴지, 명강의를 들을지 수업을 듣기 전까지 아무도 모른다. 그야말로 '간접 경험'이라는 것이 많이 사라진 상황이다.

일부 실험 수업, 실습 수업 등을 제외하곤 모두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주로 이론 수업을 수강하는 인문계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이 일상이다. 그렇지만 코로나 상황에서도 대면을 진행해야 할 만큼 현장감이 중요한 수업도 예외는 아니다.

학교에서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해당 건물을 폐쇄해야 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비대면 강의로 바뀐다. 실험 과정을 작은 화면으로 봐야 하니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수업마저도 답답함이 가득한 코로나 학번
 
직접 만들어 본 비즈 반지.
 직접 만들어 본 비즈 반지.
ⓒ 정동주

관련사진보기


실시간 강의를 수강 한다고 해서 답답함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시스템으로 출석을 하는 수업의 경우, 신입생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출석 체크 방법을 몰라 쩔쩔맨다. 실시간 강의에 실제로 참여하고는 있는데 출석 체크를 못해 결석 처리가 될까 긴장한다. 진땀이 나는 상황에서 커뮤니티를 이용해 빨리 정보를 찾거나 교수님께 개인적으로 또 연락을 드린다.

올해 21학번 신입생들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다.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았는데 일을 처리해야 하고, 그게 반복되면서 대학 생활의 피로감이 증폭된다. 인간 관계에서도 답답함의 연속이다. 동아리를 지원해 합격하더라도 줌(Zoo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팀즈(Microsoft Teams)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만난다.

직접 만나지 못하고 모니터라는 벽을 두고 만나니 어색함만 흐른다.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5인 이상 집합 금지 상황이 유지되면서 기약 없는 약속뿐이다. 긴장하며 들었던 격상 여부 발표도 이제는 안 봐도 비디오다.

또한 주변 사람을 의심하며 거리를 두기도 한다. 혹시 코로나에 감염된 것은 아닐까 걱정하며 대면 만남을 지양한다. 그러면서 가까웠던 사람들과 자연스레 멀어지기 일쑤다. 코로나에 걸린 사람뿐만 아니라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곳과 동선이 겹치기만 했는데 그 사람을 피하기도 한다. 지속되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사회 전반이 우울해졌음을 의미하는, '코로나 블루'가 괜히 있는 말은 아니다.

'코로나 끝나고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을 지겹도록 들었고, 지겹도록 했다. 사람을 대면하며 만나지 못하니 우울감에 빠지는 사람도 많다. 가까웠던 친구와도 멀어지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대학 생활의 꽃인데 이를 경험하지 못해 외톨이가 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모두가 '다른 사람도 답답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코로나 상황을 버틸 뿐이다.
  
코로나 상황으로 이렇게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학생들을 '코로나 학번'이라고 한다. 대학생이 되어보니 코로나가 바꿔 놓은 삶이 더욱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그렇지만 코로나 학번 나름의 장점도 있다. 통학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 대외활동, 동아리 활동 등 교내외 활동을 할 기회가 많아졌다.

또한 온라인 강의를 통해 십자수, 비누 만들기, 비즈 반지 만들기 등의 취미를 배우며 자기 계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라는 말이 있듯, 코로나 상황 속 영웅이 될 사람은 바로 '코로나 학번'이다. 위기에 매몰되는 대학생이 아닌, 위기를 극복하는 대학생이 되는 것은 어떨까.

태그:#코로나, #대학생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