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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장소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전라남도 순천시 서면에는 학구리(鶴口里)라는 이름의 마을이 있는데, 마을의 중심에는 학구회관(학구리 마을회관)이 있다.

그런데 주차장 쪽으로 웬 안내문이 하나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해당 안내문은 이순신 장군의 '조선수군 재건로'와 관련이 있는데, 이유는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과 조선 수군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지난 길이기 때문이다. 
 
학구회관 인근에 세워져 있으며, 학구리가 포함된 길의 이름을 '순천부 물자충원길'로 명명하고 있다.
▲ ‘조선수군 재건로’의 안내문 학구회관 인근에 세워져 있으며, 학구리가 포함된 길의 이름을 "순천부 물자충원길"로 명명하고 있다.
ⓒ 김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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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군의 재침이 있었던 정유재란(丁酉再亂,1597년) 당시 원균이 이끌던 조선 수군은 칠천량 해전의 패전으로 사실상 와해되었다. 이에 선조는 이순신 장군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했고, 이순신 장군은 조선 수군을 재건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재수임 교지를 받았던 경남 진주를 출발해 구례와 곡성, 보성과 장흥, 진도, 해남으로 이동했던 길이 바로 '조선수군 재건로'다. 
 
정상에 성종의 왕자 태실이 있다.
▲ 마을에서 바라본 암태봉 정상에 성종의 왕자 태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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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함의 개석이 노출되어 있으며, 태실비가 잘 남아 있다.
▲ 암태봉의 정상 태함의 개석이 노출되어 있으며, 태실비가 잘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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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학구리에는 '조선수군 재건로' 이외에 주목해볼 현장이 있는데, 암태봉의 정상에 있는 성종의 왕자 태실이다. 해당 태실은 향토유적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공식 명칭은 왕자수견태실비로, 과거 태봉석비로 불리기도 했다. 태실의 위치는 학구리 산18번지로 학구회관에서 500m 가량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데, 대략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비신의 명문을 통해 성종의 왕자 태실로 확인된다.
▲ 왕자수견태실비 비신의 명문을 통해 성종의 왕자 태실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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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태봉의 정상에 도착하면 파헤쳐진 구덩이를 볼 수 있는데, 안쪽에는 태함의 개석이 노출되어 있다. 또한 앞쪽에는 태실비가 세워져 있는데, 비의 머리에 해당하는 비수(碑首)는 연잎을 형상화한 하엽문(荷葉文)이다. 비의 몸체인 비신의 명문은 온전하게 남아 있는데, 전면에는 '왕자수견태실(王子壽堅胎室)', 후면에는 '성화십구년십월십오일입(成化十九年十月十五日立)'이 새겨져 있다.
 
해당 태실의 연대를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한 명문이다.
▲ 성화십구년(成化十九年) 해당 태실의 연대를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한 명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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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신의 명문을 통해 태실의 조성 시기가 성화 19년인 1483년(성종 14) 10월 15일인 것을 알 수 있으며, 태실의 주인공이 왕자의 신분이자 아명이 수견(壽堅)인 것이 확인된다. 따라서 위의 조성 시기를 고려해보면 해당 태실은 성종의 왕자 태실인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출생일이 기록된 태지석이 출토되지 않았기에 정확히 누구의 태실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1483년 이전에 태어난 왕자의 태실로 볼 수 있는데, <조선의 태실2(1999)>에서는 계성군(桂城君, 1478~1504)이나 회산군(檜山君, 1481~1512)의 태실로 추정한 바 있다.
 
지상에 노출된 태함의 개석
▲ 태함의 개석 지상에 노출된 태함의 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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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해당 태실의 경우 석물이 온전하게 잘 남아 있는 편으로, 향토유적으로 지정된 부분도 다른 태실 유적과 비교했을 때 나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태실의 관리나 접근성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가령 학구회관에서 태실로 가는 길에 이정표를 세우고, 태실비 앞쪽에 안내문을 설치한다면 접근성이 크게 개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왕자수견태실비가 향토유적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개선과 관심이 요구된다.

태그:#순천 태봉석비, #왕자 수견 태실, #태실비, #태함, #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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