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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전국노인위원회 김손 위원장 등 위원들이 12일 오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4.7재보궐선거 결과와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노인위원회 김손 위원장 등 위원들이 12일 오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4.7재보궐선거 결과와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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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7일 보궐선거에서 우리 국민들은 불공정과 불평등을 심판했습니다. 4년 전 전국의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이유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4월 13일 한국노총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국노총 위원장이 한 인사말의 한 구절이다. 여당의 참패 원인에 대한 명쾌한 진단이다.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불평등이 문재인 정부 4년간 극도로 악화했다. 사실 불평등이란 말은 지금의 현실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 집 없는 국민이 자신을 '벼락거지'로 부르기 때문이다.

자신을 중산층이라 여기던 평범한 국민이 집값 폭등으로 별안간 경제적 하층으로 전락했음을 체감한다면, 그 절망과 분노는 필설로 형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벼락거지'가 전 국민의 절반에 달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 30대는 평생 내 집 마련의 꿈이 불가능한 현실을 접하고 좌절과 분노를 느낀다. 20, 30대와 무주택 국민 등 서민들은 4년여 전 촛불집회를 주도했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이었다.

'벼락거지'의 반대편에는 '벼락부자'가 있다. 집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들은 문재인 정부 4년 만에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 원의 재산이 증가했다. 강남과 용산 등에 고가주택 한 채를 가진 수십만 명도 수억 원 이상의 부가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 폭등은 국민의 절반을 '벼락거지'로, 소수 집부자를 '벼락부자'로 만들었다. 이 두 신조어가 불평등과 불공정한 현실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여당의 참패 원인에 대한 대책, 볼수록 기가 차다

'벼락거지'로 전락한 무주택 국민과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긴 20, 30대가 4.7재보궐선거에서 정권을 심판했다. 그 심판을 통해 집값을 원상회복 시켜서 자신들을 '벼락거지'에서 벗어나게 하라고 대통령과 여당에 명령한 것이다.

그러나 선거 참패의 당사자인 여당 국회의원들은 이런 명령을 듣지 못한 것 같다. 선거 참패 후 보름 동안 여당 국회의원들이 쏟아낸 참패의 원인과 대책들을 보면 실로 기가 차다. '벼락거지'가 정권을 심판한 사실을 외면하고, '벼락부자'의 불만이 선거 참패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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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선의 중진급인 노웅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선거 참패의 민심을 받아들여 "첫째 재산세를 인하하고, 둘째 공시가 인상을 자제하며, 셋째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대출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낮춰서 '벼락부자'의 불만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또한 무주택자에게 대출을 늘려서 폭등한 집값을 떠받치겠다는 것이니 실로 어이가 없다.

최고위원을 지낸 정청래 의원은 1주택자 종부세와 2주택자 양도세를 완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대표에 출마한 송영길 의원은 한술 더 떠서 무주택자들에게 집값의 90%까지 대출해주자고 주장했다. 무주택 국민이 집을 사지 못한 이유가 집값 폭등이 아니라 대출이 부족해서라는 진단에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들 외에도 이용우 의원과 김병욱 의원 등 다수 의원이 종부세 완화와 대출 규제 완화를 주장한다.

뒤늦게 몇 명의 여당 의원이 집값 폭등이 선거 참패의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놓긴 하지만, 소수의 목소리일 뿐이다. 23일 여당 정책위원회가 "1주택자 종부세 완화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검토"를 부인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4.7 재보궐 선거로 확인한 상식
  
3월 29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3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9993만 원으로 지난달(10억8192만 원)보다 1801만 원 올라 11억 원에 육박했다. 서울 강남 지역(한강 이남 11개구)의 평균 아파트값은 13억500만 원으로 처음 13억 원을 넘겼다.
 3월 29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3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9993만 원으로 지난달(10억8192만 원)보다 1801만 원 올라 11억 원에 육박했다. 서울 강남 지역(한강 이남 11개구)의 평균 아파트값은 13억500만 원으로 처음 13억 원을 넘겼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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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을 원상회복시킬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택임대사업자 세금 특혜를 전면 폐지하면, 전국에 등록된 160만 채 임대주택의 상당수가 매도로 나오고, 집값은 정상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다.

쿠키뉴스가 데이터리서치에 의뢰하여 3월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가 국민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응답자의 46.3%가 "다주택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에 찬성했다. 반대 38.7%보다 훨씬 많았다.

"다주택자의 임대주택을 시장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공급대책"이라는 응답도 50.2%로 "신규주택 건설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응답 30.6%를 크게 앞질렀다. 많은 국민이 주택임대사업자 세금 특혜 사실을 알고 있고, 그 특혜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 내에서도 주택임대사업자 세금특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2020년 7월 5일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 3법을 발의했고,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세금특혜의 전면 폐지를 주장한다. 최근에는 김두관 의원과 이규민 의원이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에 가세했다.

핵심지지층을 배신한 정권이 권력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은 상식이다. 4.7재보궐선거는 이런 상식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폭등한 집값을 원상회복시키지 않으면 20, 30대와 무주택 국민은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더 무섭게 여당을 심판할 것이다. 여당이 '참패의 길'을 벗어나 '회생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임대사업자 세금특혜를 폐지해야 한다.

태그:#선거 참패, #집값폭등, #벼락거지, #벼락부자, #정권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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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집없는 사람과 청년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기는 집값 폭등을 해결하기 위한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 <집값정상화 시민행동>에서 무주택 국민과 함께 집값하락 정책의 시행을 위한 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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