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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수묵의 선' 옆에서
▲ 바우솔 김진호 한글서예가 작품 "수묵의 선" 옆에서
ⓒ 조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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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복합문화예술촌 '테미오래'는 오는 5월 16일까지 전시관실 상상의 집(6호관사)에서 '먹으로 길을 내다'란 주제로 한글서예가 바우솔 김진호 작가의 초대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테미오래(사단법인 대전마을기업연합회)의 성용수 총괄팀장은 지난 8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김진호 작가의 시선과 붓을 통해 여러 갈래 길, 길 없는 길, 함께 걸어 갈 길 등 우리들 삶속의 다양한 길의 모습과 느낌을 전달하고자 전시회를 준비했습니다"라며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렬한 획으로 그어진 작품을 통해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인생의 길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전시회 관람 모습
 전시회 관람 모습
ⓒ 조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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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오래 직원 이재균씨는 "작품들을 보니 붓의 꺾임 하나 하나가 정제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휙 지나가는 느낌이 아니라 하나하나 섬세하게 작업한 모습들이 보였어요"라며 "이 중에서 작품 '이응'은 끝이 없이 흘러가는 느낌, 혹은 '공수래 공수거'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좋았고, '흘러' 같은 경우는 글자 하나로 저런 느낌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색다르게 다가왔어요"라고 말했다.

전시회장에서 도우미로 활동하는 강예리씨는 "저는 서예가 그림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 인상깊고 신기했어요. 이 중에서 작품 '길 없는 길'은 돌멩이에 물감을 묻혀서 떨어뜨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이 작품을 보면서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 새로운 길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제가 힘들었을 때의 생각이 떠올라서 위로도 받는 그런 시간이 되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테미오래' 측은 방문객을 위해 작품을 인쇄한 수백 장의 카드 세트를 준비했는데 며칠 만에 동이 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바우솔 김진호 작가를 8일 오전 전시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바우솔 선생의 붓글씨는 기존의 붓글씨와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서예와 서화의 중간지점을 달리는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자기가 선택한 것이니까, 전통이든 새로운 것이든 자기 느낌의 세계를 열어가는 것이라서 무엇이든지 괜찮을 것 같아요. 서로 어울려서 좋고, 새로워서 좋고, 옛날 것을 그대로 보여줘서 귀하고. 다 똑같은 한판인 것 같아요."

- 이런 시도를 언제부터 하신 건가요?
"그냥 어느 순간 같은 것을 너무 오래 하다보면 질리니까 자꾸 엉뚱함이 흘러들어서 이런 작품을 해봤어요. 이게 예전에 선인들도 다 해봤던 것일 텐데, 해보니 되게 재미있는 붓사위라고 생각되었어요. 새 길을 낼 때 신선함이 있잖아요. 앞으로 좀 더 많은 작품을 만들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신선한 기분을 불러일으켜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 '이응'
 작품 "이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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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군요. 그럼 출품한 9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먼저 작품 '이응'에 관해 설명 좀 해주시죠.

"이것은 한글의 'ㅇ이응'입니다. 이것은 붓을 내려 한번에 돌렸을 때 먹이 튀고, 자연스럽게 퍼지는 점들이 우주속의 많은 행성들 같은 느낌이 든 작품입니다. 우주를 상징하기도 하고, 팍 터지는 빅뱅같은 느낌도 있고. 어떤 깨달음이 있을 때 '응 그래', '응 갈게' 등 응이라는 말을 많이 쓰잖아요. 응 할 때 자음이 위아래로 들어가 사람의 감정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작품 '흘러'
 작품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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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흘러'는 물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네, 강물이 굽이쳐서 평야로 흘러가는 그런 느낌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물이 웅덩이에 고여있기도 하고, 가다가 막히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글자 모양을 움직이는 사물같은 느낌으로 썼어요. '흘러' 글자에서 획에 비어있는 여백이 있는데, 그것은 비백이라고 해서 글씨를 쓸 때 먹이 지나가다 끊긴 상태입니다. 이것은 자유로운 어떤 여백이나 허공 같은 느낌들을 살린 것입니다."
  
작품 '그 사이'
 작품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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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그 사이'는 세 선 사이의 공간과 먹의 농도가 눈에 띄는군요

"이것은 시간과 시간, 공간과 공간, 사람과 사람 사이 등을 표현해 보려고 한 것입니다. 존재가 있다면 각자의 특색이 있고, 모든 선들 사이사이에 틈새가 있고, 사람도 서로 만나지만 어떤 틈새가 생기지요. 그런 모든 틈새나 사이를 표현해 보려고 한 겁니다. 붓이 지나가면 먹이 퍼져나가고, 먹물의 농도가 가운데는 좀 진하고 밖으로 퍼져나가면서 농도가 약해지죠. 그러면서 안과 밖의 차이가 생기고, 차이가 생기면 새로운 사이, 틈새도 생기겠죠."
  
작품 '여러 갈래 길'
 작품 "여러 갈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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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여러 갈래 길'은 딱 봐도 수 없는 길이 보이네요.

"가수 김민기씨가 만든 노래 중에서 고향가는 길, 새벽길, 여러 갈래 길, 그 사이 등 길에 관한 노래를 들으면서 그 정서를 붓으로 표현해 보려고 한 겁니다. 가다 못간 길, 다시 만날 길, 한없이 걸어갈 길 등 그런 다양한 길들을 표현해 본 겁니다. 이 선들이 다 여러 갈래의 길들을 나타내겠지요. 여러 가지 붓들을 쓰다보니까 각각의 느낌들이 달라요. 글씨도 진하고 약하고, 짧고 긴 것이 있듯이 사람도 각자 인생길이 다 다르잖아요."
  
작품 '길 없는 길'
 작품 "길 없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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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길 없는 길'은 가지 않은 길을 말하는 건가요

"네, 없는 길을 내어서 용감하게 발을 딛는 그런 느낌을 표현한 겁니다. 없는 길에 발자국을 찍으며 나가야 할 때, 기존의 선입견을 깨고 새로운 길에 발자국을 찍으면서 '이런 새로운 길도 있다'라고 제시하는 그런 느낌을 작품 속에 담은 겁니다. 발로 땅을 밟았을 때 팍 퍼져나가는 에너지, 어떤 무한한 공간으로 뻗어나가는 여러 사람들의 호흡과 숨소리의 느낌을 형상화하려고 시도한 겁니다."
  
작품 '함께 걸어 갈'
 작품 "함께 걸어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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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함께 걸어 갈'은 일단 뜻이 좋습니다.

"손을 잡고 산을 넘듯이 왼발 다음에 오른발 걸어가는 그런 느낌을 표현한 겁니다. 우리 모두 길 위에 있고, 또 함께 그렇게 걸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사람이 손을 맞잡고 험한 길, 고갯길을 넘어가는 모습도 들어 있고. 서로 상생하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걸어가자는 의미로 쭉 한 획으로 그은 겁니다. 그러면서 길의 느낌과 여럿이 손을 맞잡고 가는 느낌도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작품 '선(禪)을 긋다'
 작품 "선(禪)을 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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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선(禪)을 긋다'는 제목부터 좀 철학적이네요.

"네, 이게 참선할 때의 선(禪)입니다. 붓을 한 획으로 쫙 그어 단순함과 솔직함을 드러내 마음위를 지나가는 붓 한자루, 참선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쓴 것입니다. 작은 글들은 김광선 시인의 '수묵의 선' 시입니다. 제가 이 시를 읽고 그 느낌을 나타내려고 한 것입니다. 먹을 찍은 붓이 화선지 위를 지나갈 때의 그 파장, 스며드는 것들, 번지는 것들을 나타내려는 시인의 뜻이 있었는데, 그것이 제가 글씨를 쓸 때 나타내려고 하는 혹은 저절로 나타나는 그런 것들과 딱 들어맞아서 한번 써 본 것입니다.

이 작품을 보고 어떤 분은 대청호에 잠긴 산 같은 느낌이 든다 하시고, 어떤 분은 길게 구름이 뻗어나간 모양같다고도 합니다. 가다가 살짝 끊어진 듯한 부분은 고빗길을 힘들게 넘어간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하시고, 밑에 황토색 같은 것은 황토길 같기도 하고, 흙도 있고 산도 있는 것 같다 하시고."

(바우솔 김진호 약력)
한글 서예가
한글무늬붓사위 대표
묵지회 회원
개인전 8회
단체전 20여회
초대작가전 8회
서예퍼포먼스 300여회

태그:#김진호, #바우솔, #테미오래, #한글서예, #먹으로 길을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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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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